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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지켜볼 주식 - LG생활건강 (코스피: 051900) (2)

 다음은 이 회사 실적과 이익률의 지난 15년간 추이입니다.

G/M: 매출총이익률 // O/M: 영업이익률

 '이렇게 꾸준히 안정적으로 실적과 이익률이 증가하는 종목이 국내에 몇 개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최근 몇 달간의 주가 흐름은 실적만큼 순탄치는 않은 것 같습니다.

 '회사에 무슨 큰 일이라도 생겼나?' 싶은 정도의, 반토막을 넘는 급락이 보이지만, 제가 보는 로그축의 장기추이에서는 그동안 오르기만 했던 주가가 좀 조정을 받고있는 정도로 보입니다. 주가급락의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회사가 만드는 물건들은 크게 '후'나 '오휘'같은 화장품, 샴푸나 바디로션, 치약같은 위생용품, 세탁이나 설거지에 쓰이는 세제류, 그리고, 코카콜라나 토레타 같은 음료수가 있습니다. 이 들 중 화장품의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을 정도로 큰데, 아래와 같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금액이 전체 화장품 매출액의 70%를 넘습니다.

 왼쪽 그림 중 면세점 비중은 중국 보따리상들이 사가는 '후' 화장품이라고 보면 됩니다.

 

 한편, 물백신만 맞은 중국에서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주요 도시들의 재봉쇄가 이어지고 있다고 하니, 비행기로 실어 날라야 하는 화장품의 중국 매출은 확실히 타격을 입게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보면, 일견 최근의 주가급락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싸드사태때도 그랬고, 재작년의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이 회사의 실적은 증가했고, 주가도 이에 곧 화답했음을 감안하면, 저 같은 장기투자자에게는 반토막에 가깝게 떨어진 지금의 주가는 절호의 매수 기회가 아닐까요? 주가급락의 이유가 이 회사가 하는 사업의 근본적인 문제가 아닌, 언젠가는 끝날 외부의 사건에서 비롯되었음을 생각하면, 진중한 투자자들 중에는 이 기회를 활용하려는 분들도 꽤 있을 듯합니다.

 

 제가 이전 글 지켜볼 주식 - LG생활건강 (tistory.com)에서 밝힌 이 회사 이익의 안정성이나 사업의 성장성에 대한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음에도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지금 이 주식을 사지 않고 있는 이유는, 그럼에도 제가 생각하는 내재가치의 하단에 주가가 근접했다고 보기는 애매해 보여서입니다.

 

 '왜, 반토막에 가깝게 주가가 떨어졌음에도 매수를 하기는 애매한 가격일까?'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생각해 봤습니다.

 

 우선, 2010~2013년 경에 주가가 너무 가파르게 오른 후 이렇다 할 큰 조정이 없었기에, 이번 급락 전까지 이 주식의 주가 수준은 상당히 높게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또 한 가지는, 이 종목의 주당순자산(BPS)이 아래와 같이 과거 10년 넘게 너무 가파르게 증가한 것 때문입니다. 이것이 제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BPS: 주당순자산 / FCS: 주당자유현금흐름

 

 ROE, 그러니까 '자기 자본 이익률(순자산 이익률)'은 순이익을 자본으로 나누어 구하는데, '주당순이익(EPS)'을 '주당순자산(BPS)'으로 나누어도 같은 값이 나옵니다. 다음과 같이 말입니다.

 

 . ROE = 순이익/자본 = EPS/BPS

 

 따라서, 이 글 제일 앞에 보이는 실적과 이익률의 추이 그래프에서와 같이 이익률이 꾸준히 증가해도 위의 그림처럼 BPS, 즉, 자본이 더 가파르게 증가해 버리면 초록색 선처럼 ROE는 낮아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내재가치의 계산 (2) (tistory.com)에서 설명했듯이, 높아진 BPS 보다 여러 번 곱해야 하는 ROE의 영향이 더 큰, 제 방식의 내재가치 계산에서는 낮아진 ROE로 인해 좀 많이 보수적인 내재가치의 추정 값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이 종목의 ROE가 앞으로 계속 더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10년 정도 이 회사의 자본이 이익보다 가파르게 증가한 것은 '더 페이스샵'이나 '뉴 에이본', '리치', '피지오겔'같은 브랜드들을 꾸준히 인수해왔기 때문인데, 덕분에 전체 자산 중 28%가 넘는 자산이 무형자산으로 장부에 적혀있습니다.

 

 무형자산은 회사가 다른 회사를 인수할 때, 건물이나 토지, 시설, 재고같이 눈에 보이는 자산의 평가액을 초과하는 인수금액을 상표권이나 영업권 등의 항목으로 장부에 적어 넣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무형자산은 수년간의 시간을 두고 서서히, 조금씩 장부에서 지워 없애게 되는데, 이를 '상각'이라고 표현합니다.

 

 즉, 이 28%에 달하는 자산은 그 가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님에도, 언젠가는 결국 장부에서 지워져 없어지므로, 이 회사가 추가로 다른 인수나 합병을 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ROE는 증가하게 됩니다.

 

 좋은 기업의 주식을 싸게 사면, 그 다음부터 그 주식에 생기는 일은 주가가 오르는 길 밖에 없습니다. 다만, 그 시간이 문제일 뿐입니다. 그런데, 같은 주식을 비싸게 샀을 때 주가가 1~2년 이상 떨어지거나 지지부진하면, '과연 이 주식이 좋은 주식이었을까?' 하는, 고뇌와 번민의 길 밖에 없을 것입니다.

 

2022년 4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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