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투자

10년을 보유할 주식 - Texas Instruments (Nasdaq: TXN) (3)

 아래는 지난 15년간 이 회사의 실적과 이익률의 추이입니다.

G/M: 매출총이익률 // O/M: 영업이익률

 매출이나 영업이익과 같은 실적의 장기적인 추이를 볼 때는 로그 축에 추이를 그려보면, 최근의 등락을 과거와 비교해 봤을 때 어느 정도의 등락인지 감을 쉽게 잡을 수 있습니다. 위의 그림에서 2019~2020년의 실적 둔화는 지수값의 축에 그래프를 그렸다면 큰 급락처럼 보였겠지만, 로그 축의 추이에서는 그냥 완만한 약간의 둔화처럼 보입니다. 해당 기간에 미중 무역분쟁과 코로나 창궐이 있었던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2013년 경 까지 실적이 들쭉날쭉했고, 이익률이 증가하지 못했던 원인은 이전에 쓴, 10년을 보유할 주식 - Texas Instruments (Nasdaq: TXN) (tistory.com)에서도 말했듯이, 당시 적자를 면치 못했던 '무선사업부'의 영향이었습니다. 당시 이 회사 무선사업부가 만들었던 주요 제품은 우리에게 'AP'라고 알려진 'Application Processor'와 'Baseband Processor'같은, 한마디로, 핸드폰에 들어가는 CPU들이었습니다.

 

 2006년 경 까지 이 회사는 핸드폰에 들어가는 CPU, 그러니까, AP 분야에서 1위였습니다. 그랬던 AP 시장에 어떤 일이 생겼던 것일까요?

 

 바로,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이 시장이 커지고 장밋빛으로 보이기 시작하자,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경쟁자들이 잔뜩 몰려든 것입니다. 2007년 경에는 1위의 자리를 퀄컴에게 뺏겼고, 이후에도, 브로드컴, 인텔, 엔비디아, 미디어텍 같은 회사들이 끊임없이 이 시장에 몰려든 것입니다. 아래의 이 회사 부문별 매출액 추이를 보면, 구조조정을 완료한 2013년까지 보이는 검은색으로 표시된 무선사업의 매출을 제외한 다른 색들, 그러니까, 현재의 사업모델인 아날로그 반도체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회사는 이 짧은 역사를 통해 CPU나 메모리 같은 디지털 반도체의 세계가 얼마나 예측하기 힘든 곳 인지를 설명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비하면, 빛이나 소리, 온도, 압력, 파동 같은 자연계의 현상을 받아들이거나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 아날로그 반도체의 세계는,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수나 합병 등으로 몇몇 회사들의 이름이 바뀐 것 말고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이렇게 큰 변화가 없는 분야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여주는 기업들은 매우 훌륭한 투자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바로, 이 회사가 그렇습니다.

 

 모든 전기로 작동하는 물건들에는 반드시 아날로그 반도체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사실, 올해 이 회사의 사업보고서를 읽으면서 제가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은 이런 이익의 안정성이나, 사업의 성장성 같은 부분들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고민했던 부분은 아래의 초록색 선으로 보이는, 최근 몇 년간의 ROE가 무려 60%에 육박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높은 ROE가 고민이 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BPS: 주당자본 / FCS: 주당자유현금흐름

 

 ROE, 그러니까, '자기자본 이익률'은 순이익을 자본으로 나누어 구하는데, 주당순이익(EPS)을 주당자본(BPS)으로 나누어도 같은 값이 나오게 됩니다. 이를 공식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습니다.

 

 . ROE = 순이익/자본 = EPS/BPS

 

 따라서, 위의 오른쪽 그림에서 2018~2020년의 파란색 선처럼 BPS가 작아지면, EPS가 커지지 않아도 ROE는 높아지게 됩니다. 그러니까, 분자인 이익이 그대로여도 분모인 자본이 줄어들면, 그 나누어 나오는 값은 커진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고민이 된 이유는 내재가치의 계산 (2) (tistory.com)에서 얘기했듯이, 저는 ROE를 그 회사의 성장률로 보고, BPS에 5년이나 10년 평균 ROE를 여러 번 곱해서 회사의 내재가치를 추정하기 때문입니다. 즉, BPS가 낮아지긴 했지만, 여러번 곱해야 하는 최근 몇년간의 ROE가 무려 60%에 육박하는 숫자라면, '이걸 여러번 곱해서 나오는 엄청나게 높은 숫자를 믿어도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든 것입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ROE가 나오는 이유를 알기 위해 '자본변동표'의 순이익과 자본총계, 그리고, 배당과 자사주 매입액의 합계인 '주주환원액'의 추이를 그려 보았습니다.

 

 '주주환원', 그러니까, 회사가 가지고 있는 돈을 배당해주거나 시장에서 자기 회사의 주식을 되사들이면, 회사가 가지고 있던 현금은 줄어들게 되므로, 그만큼 자본은 줄어들게 됩니다. 2018년에 붉은색 선의 주주환원액이 급증했던 점에서, 최근 몇 년간 60%에 가까운 ROE의 비결은 순이익의 증가와 줄어든 자본의 영향이 합쳐진 결과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높아진 ROE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순이익이 계속 늘어나더라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계속 늘리지 않으면, 그 현금은 분모인 자본에 쌓여서, ROE를 낮추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위의 그림에서도 '주주환원액'을 줄인 작년에는 초록색 선의 자본이 가파르게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순이익이 폭증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 이 회사의 자본은 늘어나고 ROE는 60% 보다는 낮아질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그렇다면, 저는 도대체 몇 퍼센트의 성장률을 가정해야 할까요?

 

 바로, 이런 점이 제가 과거 5년과 10년의 평균 ROE 중 낮은 값을 성장률로 사용하는 이유입니다. 이 종목의 경우, 2018년에 급등하여 60% 수준이 되기 이전 몇 년간의 ROE는 35% 정도에서 움직였음을 생각하면, 제가 올해 적용한 40%의 성장률이 과도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볼 때, 아직까지도 제가 생각하는 내재가치의 하단 근처에서 움직이는 주가를 생각하면, 올해도 저는 이 주식을 편하게 보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22년 4월에, 동해에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