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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매도[賣渡] - 휴온스 (코스닥: 243070)

 이 일의 발단은 아래에 보이는 재무지표들의 추이 중 영업이익률(O/M)에서 비롯되었습니다.

G/M: 매출총이익률 // O/M: 영업이익률

 매출과 영업이익의 추이에서 2016년이 움푹하게 꺼져있는 것은 당시 5월에 이 회사가 지주회사인 '휴온스글로벌'로부터 분리되어서, 분리된 이후 '휴온스글로벌'의 몫을 제외한 실적만 장부에 기록되었기 때문입니다. 또, 2009~2012년의 이익률이 낮았던 원인은 10년을 보유할 주식 - 휴온스 (tistory.com) 에서 이미 밝혔듯이 당시 공장을 새로 짓는데 쓴 돈 때문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공장을 새로 지을 일은 있겠지만, 당시보다 커진 매출이나 이익의 규모를 생각하면, 그 영향이 과거와 같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도 얘기했습니다.

 

 꺼림직했던 부분은 2016년 이후 증가하고 있는 매출 총이익률에도 불구하고 답답한 흐름의 영업이익률 추이였습니다. 매출액에서 원가를 빼주면 매출총이익이 나오고, 거기서 판매비와 관리비를 빼주면 영업이익이 나오므로, 이런 경우는 판매비와 관리비에 이익률 부진의 원인이 있다는 말이 됩니다. 사업보고서에 나오는 판매비와 관리비의 항목들 중 비중이 큰 것들의 추이를 그려보았습니다.

 

 2016~2019년에는 빨간색 선의 '판매수수료'가, 2020~2021년에는 노란색 선의 '지급수수료'가 2016년 이후 판관비 급증의 주요인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판매수수료'는 제품 판매에 대한 대가로 누군가 자신의 제품을 대신 팔아준 자에게 주는 돈입니다. '지급수수료'는 누군가에게서 받은 서비스에 대한 대가인데, 제약업의 경우는 주로 건강보험급여 관련 소송이나, 약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용역, 외부의 영업전문조직, 해외 임상/허가 진행, 해외 판매망 확보 등을 위해 주는 수수료라고 합니다.

 

 먼저, 이런 수수료들이 해외 수출을 위해 쓴 돈이 아닐까 생각되어, 수출액의 추이를 찾아보았습니다.

 

 . 수출액: '14년 194억 / '15년 410억 / '17년 473억 / '18년 530억 / '19년 338억 / '20년 428억 / '21년 360억

 

 2018년까지는 수출액의 증가가 판관비의 증가를 설명해 주는 듯한데, 그 이후로는 상관관계가 좀 떨어져 보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유가 뭘지,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이 회사의 지주회사인 '휴온스글로벌'이 2020년에 중국의 어느 회사와 치과용 국소마취제 350억 원어치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는 다음과 같은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휴온스 글로벌, ‘국소마취제’ 중국에 350억 원 수출 계약 < 제약·바이오 < 산업 < 기사 본문 - 팜 뉴스 (pharmnews.com)

 

 치과용 마취제는 이 회사의 주력품목 중 하나인데, 왜 이 회사가 아닌 지주회사가 수출계약을 체결했을까요? 이런 것들이 최근 몇 년간 판관비의 증가나 수출실적의 감소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2020년까지의 '휴온스글로벌' 사업보고서에는 대부분의 매출이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어서 수출액을 공시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2021년 사업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이 엄청난 수출액이 등장합니다.

 2020년의 652억과 2021년의 653억은 '휴온스'의 수출액 428억('20년), 360억('21년) 보다 훨씬 많은 금액입니다. 무슨 지주회사가 사업회사보다 수출을 많이 한다는 말입니까?

 

 어쨌든, 이제 실마리가 잡히는 듯 합니다. 다음은 '휴온스글로벌' 및 그 자회사들과 이 회사의 거래내역입니다.

2021년 거래내역
2020년 거래내역

 여기서 '휴메딕스-재고자산매입'은 '휴메딕스'가 만드는 보톡스나 필러 등의 판권을 이 회사가 가지고 있으므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숫자가 큰 항목들 중 문제가 되는 것은 '휴온스글로벌'에 주는 '기타비용'인데, 다음과 같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 휴온스글로벌-기타비용 (괄호 안은 영업이익 대비 비중):

'16년 87억(40.5%) / '17년 153억(43.3%) / '18년 175억(38.6%) / '19년 152억(31.4%) / '20년 172억(31.8%) / '21년 190억(41.9%)

 

 한마디로, 이 회사가 지주회사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상납하고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사실, 처음 판매수수료나 지급수수료의 증가가 이 회사 이익률 둔화의 주요 원인인 것을 알았을 때만 해도, 이런 수수료는 제품만 많이 팔리면 그 요율이 떨어져서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언젠가는 증가하는 G/M과 엇비슷하게 O/M도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어느 대리점이 내 물건을 100억 어치 팔 때 10%인 10억의 수수료를 주었는데, 물건이 인기가 있어서 200억 어치씩 팔린다면 7%로 수수료율을 낮추자고 해도 대리점 입장에서는 받아들이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7%의 수수료율이라고 하더라도 대리점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많은 14억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고, 인기가 있는 물건의 판권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대리점이 회장님이 계신 지주회사라면 얘기가 다릅니다.

 

 또, '휴온스글로벌'은 2016년 분할 이후 아래의 그림과 같이 대기업 그룹처럼 많은 자회사를 거느리게 되었는데, 자회사들 간에 취급하는 품목이 겹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제 눈에는 이런 구조개편이 효율적으로 보이지가 않는다는 말입니다. 만약 효율적인 것이었다면, '휴온스'의 이익률은 높아지거나, 최소한 분할 전과 비슷하게 유지되었어야 할 것입니다.

 

 '휴온스'의 임원에게 전화를 걸거나, 만나자고 요구해서 그룹 구조의 부당함을 피력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아마, 만나주지도, 전화를 받지도 않을 것입니다. 제가 이런 부당함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이 주식을 팔아 내 소중한 자본을 회수한 후, 이런 걱정 없이 보유하고 있는 다른 종목들에 배분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다음은 제가 이 주식을 지난 1년 4개월 좀 넘게 보유하여 얻은 성과입니다. 주가는 수정주가 기준으로, 이 종목의 경우 작년과 재작년 10%의 주식배당을 했으므로, 늘어난 주식수만큼 자신의 매수가는 낮아지게 됩니다. (대부분의 증권사이트에 나오는 과거 주가는 수정주가입니다.)

 

 . 2020년 12월 매수가: 53,471원

 . 2022년 4월 매도가: 44,640원

 . 보유기간의 총 수익률: -16.52%

 . 연복리 수익률: -12.26%

 

2022년 4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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