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투자

10년을 보유할 주식 - 프로텍 (코스닥: 053610) (3)

 사실 올해 사업보고서를 읽고, 제가 이 종목에 대해 신경 쓴 부분은 따로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여기서 실적의 분석이나 이익의 안정성, 사업의 성장성 같은 것 들을 아무리 떠들어도, '그러면 뭐하나? 상장폐지라도 되면 휴지조각인데..'라는 생각이 들 것이므로, 역시, 이 종목이 현재 거래 정지된 이유인 '엘파텍 사태'에 대한 글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엘파텍'이라는 구린 냄새가 나는 회사가 이 회사의 대주주들 중 하나라는 사실을 처음 이 주식을 살 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이번 사태를 '언젠가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담담한 심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 이번 사태의 전모와 그럼에도 제가 왜 이 주식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엘파텍은 2012년 6월에 프로텍의 공장부지 안에 설립되었는데, 아래의 4명이 나누어 가지고 있는 회사입니다.

 

엘파텍의 지분율

 

 이들 중 홍승민은 프로텍의 자회사 중 하나인 '피엠텍'의 이사직을 겸직하고 있고, 정원한은 역시 자회사인 '프로텍엘앤에이치'의 이사입니다. 또, 나머지 2명도 프로텍의 대표 및 전무와 같은 성씨입니다. 번듯한 건물도 없고, 대표와 임원, 그리고 친인척들이 소유한 회사라는 데서 뭔가 구린 냄새가 나는 회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엘파텍'이 처음 프로텍의 공시에 등장하는 것은 2013년 7월에 신주인수권부 사채 100억 원어치를 발행하면서 였습니다. '신주인수권부 사채'란 회사채에 신주인수권, 그러니까, 미리 약속한 가격에 새로 발행하는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가 결합된 증권입니다. 당시 신주인수권부 사채 발행의 주요 공시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사채의 권면총액: 1백억원

 . 표면이자율 0% / 만기이자율 2.5%

 . 행사가액: 주당 9,377원 -> 이후 조정되어 8,157원

 . 권리 행사기간: 2014/07/25 ~ 2019/06/25

 . 매각 상대방: 엘파텍

 

 여기서 이자율에 대한 부분은 '신주인수권부 사채' 중 회사채에 대한 내용으로, 과도한 이자를 떼어주거나 한 것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위의 내용 중 '행사가액'이 얼마에 프로텍이 새로 주식을 발행해서 넘겨주기로 약속했는지를 말하는 것인데, 조정된 행사가액 8,157원이 당시의 시세보다 낮은 가격이었다면 엘파텍은 8,157원에 신주를 사서 더 높은 시세에 팔아서 차익을 챙길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아래의 표에 나오는 '신주인수권 행사'의 첫 시점인 2016년 8월 말 프로텍 주식의 시세를 확인해 봤는데, 수정주가이긴 하지만 7,957원으로, 부당이득을 챙길만한 요인은 크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또, 신주인수권부 사채의 발행을 공시한 2013년 7월에도 주가는 8,100원 에서 9,100원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었으니, 행사가액 9,377원이나 이후 조정된 8,157원과 비교하면 부당하게 시세차익을 얻는 것이 이 증권을 1백억 원어치나 산 목적은 아니었던 듯합니다. 이후의 신주인수권 행사일 이었던 2017년 5월과 2019년 6월에는 주가가 1만 5천 원대와 2만 원 가까이 오르기도 하지만, 엘파텍이 신주인수권을 산 시점에서 4~6년이 지난 기간입니다. 시세차익이 목적이었다면, 이렇게 오래 증권을 보유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면, 엘파텍이 장기간 꾸준히 이 주식을 사 모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앞에서 엘파텍의 소유주들 중 프로텍 대표와 같은 성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편법승계'입니다. 실제로 엘파텍은 이 주식의 주가가 3만 원 가까이 오른 재작년 중순 전까지 신주인수권 행사 외에도 꾸준히 시장에서 시세대로 이 주식을 사서 모아 왔습니다. 주가가 3만 원쯤 된 이후에도 엘파텍이 판 수량은 미미했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1백억 원어치나 사고, 꾸준히 시장에서 주식을 살 수 있는 돈은 도대체 어디서 났을까요?

 

 바로 이점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정보의 공시가 부족했다는 것이 이 종목이 현재 거래정지를 당하고 있는 이유인데, 어디긴 어디겠습니까? 프로텍에서 빼낸 돈이지..

 

 처음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살 때, 우량기업인 프로텍이 보증을 서주어서, 돈을 빌려 그 증권을 산 후, 프로텍이 회사채를 되사들이면 엘파텍에게는 신주인수권만 남게 됩니다. 그러면, 그 신주를 인수할 돈도 프로텍이 보증을 서주거나, 떼준 돈으로 만들었을 것입니다.

 

 이 회사가 엘파텍에 떼어준 돈의 정보는 부족하기는 하지만, 공시정보를 통해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원재료 매입'이라는 매우 전통적이고 고전적인 수법을 통해서였습니다. 직접 사면될 원재료를 엘파텍을 거쳐서 사면서, 그러니까, 100원에 살 수 있는 원재료를 110원에 사면서, 돈을 떼어준 것입니다.

 

 아마도, 좀 더 창의적인 방법이었다면, 저에게도, 또, 당국의 규제망에도 걸리지 않았을 테니, 이 회사 재무쪽 일을 하는 사람들의 역량에 의심이 들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재무쪽 일은 기본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그러면, 이 회사의 대표가 경영승계를 위해서 '엘파텍'이라는 회사를 차린 후, 주식을 살 수 있도록 보증을 서주고, 회사 돈 일부를 떼어준 것은 확실해진 듯합니다. 그렇다면, 거래정지 훨씬 이전에 이런 정황을 알고 있던 저는 왜 이 주식을 샀을까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국내의 종목들 중에서 '편법승계'와 관련하여 자유로울 종목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있습니다. 심지어 시총 1위인 삼성전자조차 그렇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 사안이 '이 회사의 주식을 산, 주주인 나에게 피해를 끼칠 것인가?'라는 매우 이기적인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이 회사가 보증을 서주고, 이익의 일부를 떼주고 해서, 엘파텍이 한 일은 이 주식을 사서 모은 일입니다. 한편, 내가 주식을 사는 회사의 이익이 증가하기를 바라는 이유는 결국 주가는 언젠가는 그 회사가 버는 이익에 화답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회사의 이익을 빼돌려 그 회사의 주식을 산 행위는, 시세보다 싸게 사지 않았다면, 주가하락을 초래하지는 않았을 것이므로, 나에게 큰 손해는 없는 셈이 됩니다. 물론, 이것이 정당한 방법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엘파텍이 이 주식을 본격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한 2016년 이후 이 회사의 이익률 추이를 보면, 이것이 이 회사의 이익률을 갉아먹을 만큼 크게 영향을 끼친 것 같지는 않습니다.

 

G/M: 매출총이익률 // O/M: 영업이익률

 

 아마도, 이런 불확실성, 그러니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숨겨진 비리가 있었던 점이 제가 이 주식을 싸게 사 모을 수 있었던 이유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불확실성의 해소'는 주가 상승의 좋은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제가 좋아하는 유명한 구절 하나로 이번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싸움에서 이기는 장수는 먼저 이길 방도를 구해놓고 싸우고, 싸움에서 지는 장수는 일단 싸우고 나서 이길 방도를 구한다.'

 

 2022년 4월에, 동해에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