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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10년을 보유할 주식 - Ross Stores, Inc. (Nasdaq: ROST) (3)

 사람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의식주 중 하나인 의류업종은 꾸준하고 반복적으로 소비가 이루어 지므로, 그 수요가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유행의 변화에 민감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는 산업입니다. 한때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브랜드도 이 유행의 변화를 읽지 못하면 회사는 망하고, 그 제품들은 이월상품 가판대에서도 잘 팔리지 않는 물건으로 전락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따라서, 의류업종은 생각보다 장기투자자에게 위험이 큰 업종입니다.

 

 그런데, 의류를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만든 의류를 팔기만 하는 회사라면 어떨까요? 그것도 인구가 많고 인구감소의 걱정이 크지않은 미국과 같은 곳에서라면 말입니다. 미국 사람들은 주로 어디서 옷을 사는지 알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언뜻, '나이키'나 '폴로 랄프로렌'같은 매장을 찾아 옷을 살것 같지만, 미국인들이 가장 옷을 많이 사는 곳은 상설할인매장으로, 위의 표에 보이는 시장점유율이 높은 3개 회사는 모두 의류 상설할인 체인을 운영하는 회사들입니다. 그러니까, 많은 미국인들은 '나이키'같은 브랜드 매장에서 정가를 주고 신상을 사 입기보다 상설할인매장에서 작년이나 몇 달쯤 전에 출시된 '나이키' 옷이나 신발을 싸게 사서 입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작년에 나온 모델이나 올해나온 모델이나 대부분 큰 차이가 없으므로, 저라도 그런 매장이 있다면 거기서 옷이나 신발을 살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국내의 상설할인매장들은 정말 팔리지 않을 것 같은 물건들만 갖다 놓는 것 같습니다.

 

 'Ross Stores'는 미국에서 가장 큰 의류 상설할인 체인인 'Ross Dress for Less'를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매장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해집니다.

 의류뿐만 아니라 생활용품이나 인테리어 소품같은 것들도 팔고, 귀찮게 옆에서 친절한 척하며 무언의 구매 압박을 가하는 직원도 없는, 셀프서비스 형태의 창고형 매장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아낀 비용을 통해 이 회사는 핵심 경쟁전략인 '사람들이 찾는 브랜드나 패션을 정가보다 20~60% 싸게 판다'를 실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전략이 잘 먹히고 있음은 아래의 지난 15년간 실적 추이를 보면 명확해집니다.

G/M: 매출총이익률 // O/M: 영업이익률

 로그 축에 그린 그래프임에도 매출은 마치 자를 대고 우상향 하는 직선을 그리려다가 2021년에 딸꾹질을 해서 틀어진 것 같은 모습입니다. 이 회사의 회계 결산일이 1월 말 이어서, 2021년의 숫자는 실제로는 코로나 창궐로 미국에서는 매장 폐쇄가 일상이었던 2020년의 숫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마진이 박해서 상품을 엄청나게 많이 팔아야 하는 유통업종임에도 10%가 넘는 영업이익률은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런데, 최근의 주가 추이는 이런 놀라운 실적의 흐름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20년의 코로나 창궐 때와 비슷하게 떨어진 최근의 주가는 '절호의 매수 기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과연 그럴지, 다른 재무지표들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BPS: 주당순자산 / FCS: 주당자유현금흐름

 '주당순자산'과 '주당 자유 현금흐름'의 추이도 만족스럽고, 제가 주가와 가장 상관관계가 크다고 생각하는 지표인 ROE(순자산 이익률)는 무려 40%에 육박합니다. 그것도 일시적으로 높아진 것이 아니라, 전년도를 제외하면, 2010년대 이후 쭉 이렇게 높은 ROE를 유지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왼쪽 그래프의 붉은 선처럼 2021년부터 급증한 부채비율이 마음에 걸립니다. 혹시, 시장에서는 급증한 부채로 인해 이 기업이 위험할 수 있다고 보고 주가가 이토록 많이 떨어진 것은 아닐까요? 빚을 1~2년 새 이렇게 많이 지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재무상태표를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부채비율이 최근 1~2년 새 급등했다고는 하지만, 가지고 있는 현금으로 빌린 돈을 모두 갚아도 엄청나게 많은 현금이 남습니다. '상품대금으로 주어야 할 돈(Accounts Payable, 매입채무)이야 가지고 있는 상품(Merchandise Inventory, 재고)을 팔아서 주면 된다고 치고, 매장을 빌린 리스비도 부채인데, 리스 부채(Lease Liabilities)는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라고 생각할 분들이 꽤 많을 것 같습니다.

 

 글쎄, 리스비도 나가야 할 돈인 것은 맞는데, 이 기업의 경우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 거의 남에게서 돈을 빌리지 않고도 매년 리스비를 주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었습니다.

 그러고도 1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유지해 왔으니, 이 회사가 1~2년 새 돈을 많이 빌린 것은 딱히 그 돈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코로나 사태를 맞아 혹시 필요할지도 모를 비상자금의 성격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인플레이션이 심화되어 물가가 오르면 이 회사가 사야 하는 '나이키'나 '폴로 랄프로렌'같은 재고상품들의 가격도 오르므로, 이 회사 이익률은 떨어질 것이라는 점이 최근 주가 하락의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그런 브랜드들의 정가가 비싸질수록 사람들은 이 회사 상설할인매장을 더 많이 찾게 될 것 같습니다. 또, 이 회사가 브랜드 재고를 더 비싸게 사 와야 한다고 해도, 그 브랜드 역시 정가를 올렸을 테니, 이 회사는 비슷한 이윤을 남기며 예전과 비슷한 할인폭을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제눈에는 지금의 낮은 주가는 절호의 매수 기회처럼 보입니다.

 

2022년 5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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