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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10년을 보유할 주식 - 이엔에프테크놀로지 (코스닥: 102710) (3)

 이 종목의 매출과 영업이익, 그리고 매출 총이익률(G/M)과 영업이익률(O/M)의 지난 15년간 추이는 아래와 같습니다.

 우선,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그림에서 우상향하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만, 영업이익은 꽤 부침이 있었습니다. 특히 작년에는 하락폭이 상당히 컸던 점이 눈에 띕니다. 이런 일은 이 종목과 같은 경기변동주에서는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긴 하지만, 어떤 곡절이 있었는지를 알지 못하면 이 종목을 편하게 오래 가지고 있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영업이익 등락의 원인을 찾기 위해 함께 보면 좋은 지표가 위의 그래프들 중 오른편의 '매출 총이익률'과 '영업이익률'의 추이입니다.

 

 매출총이익은 매출액에서 원가를 빼면 나오는 숫자이고, 영업이익은 여기서 판매비와 관리비, 그러니까 판관비를 빼면 나오는 숫자입니다. 따라서, 위의 그림처럼 매출 총이익률과 영업이익률의 추이가 비슷하다는 말은 판관비가 아닌 원가가 이 회사 이익률의 방향을 결정했다는 말이 됩니다.

 

 이전에 쓴 글 10년을 보유할 주식 - 이엔에프테크놀로지 (tistory.com) 에서는 2012~2014년의 이익률 하락 원인을 공장을 새로 짓는데 쓴 돈 때문이라고 했는데, 명백한 실수였음을 고백하겠습니다. 사업보고서에 나오는 '비용의 성격별 분류'를 정리해 그린, 아래의 그래프를 보면 명확해집니다.

 검은선의 '비용 합계'와 붉은 선의 '원재료비'의 추이가 거의 정확히 일치하는데 반해, 공장을 짓는데 쓴 돈인 '상각비'는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이 회사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공정에 쓰이는 공정액이나 화학소재를 만드는 정밀화학 기업이므로, 원재료비를 좌우할 가장 큰 요소는 '유가'라는 것쯤은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아래의 그래프에서 유가와 이 회사 이익률의 추이가 역의 관계에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언뜻 2007~2008년의 유가와 이익률은 정의 관계인 것처럼 보이지만, 유가의 그래프를 자세히 보면 2008년의 유가는 매우 짧은 기간 동안 급등했다가 급락했습니다. 이런 경우, 회사는 짧은 유가 급등기는 가지고 있던 재고로 버티다가 유가 급락으로 이익률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화학업종의 회사이긴 하지만,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값비싼 소재를 만드는 이 회사가 유가의 영향을 이렇게 크게 받는다는 것이 언뜻 이해가 잘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유는 어린 시절 눈사람을 만들 때 눈덩이를 굴리면 커지는 것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이 회사 역시 원유를 정제해서 반도체 공정액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정제된 소재를 사 와서 공정액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즉, 유가의 영향이 중간 단계를 거치며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인데, 아래에 보이는 하늘 색선의 석유로 만든 기초 화학원료인 나프타 가격 추이와 짙은 파란 색선의 원유 가격 추이를 보면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제가 이렇게 과거의 부진했던 추이의 원인을 알아보는 이유는 거기에 미래에도 반복될 요소가 있을지를 생각해 보기 위함이라고 여러 번 얘기했습니다. 그러면, 이 회사는 앞으로도 이익의 등락을 유가에 기대야 하는 천수답 구조의 회사일까요?

 

 제 생각은 그렇긴 한데, 그것이 이 회사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 같습니다.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우선, 친환경에너지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장기적인 대세이므로, 유가는 단기적인 등락은 있을 것이나 장기적으로는 하향 안정화될 것입니다.

 

 둘째로, 석유에너지의 수요가 장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글로벌 정유기업들과 산유국들은 최근 몇 년간 정유가 아닌 화학시설의 투자를 늘렸습니다. 이는 화학 기초원료의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이므로, 이 회사의 원재료비 부담 역시 내려갈 것이라는 말이 됩니다.

 

 세 번째로, 이 회사 스스로도 원가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 반도체 식각액을 만드는데 필요한 불산을 직접 만들기 위해 꽤 많은 돈을 들여 설비를 설치했는데, 올해 가동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과거의 이익률 추이를 살펴보고, 앞으로의 이익률 추이를 예상해 보는 것은 결국 회사의 성장률이라고 할 수 있는 순자산 이익률(ROE)의 앞으로 추이를 예상해 보기 위함인데, 이 종목의 2011~2020년 10년간 평균 ROE는 이익률 등락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15%에 가까운, 매우 좋은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면, 이익률이나 성장성에 대한 의문은 풀렸으므로, 주당순자산(BPS)과 주당 자유 현금흐름(FCS)의 추이를 보겠습니다.

 FCS의 추이에서 보이지 않는 구간이 많은 것은 로그 축에 그린 그래프여서 마이너스 값은 표시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FCS가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다가 최근 몇 년간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앞에서 얘기한 이익률과 천안과 중국, 미국에 공장을 짓는데 쓴 돈의 영향이 큽니다.

 

 '자유 현금흐름'은 '순이익'이라는 회계상의 숫자에 실제로는 쓰지 않았거나 쓴 돈을 더하고 빼주면 나오는 항목인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투자활동 현금흐름' 중 에서 설비투자에 들어간 돈을 빼면 나오는 숫자입니다. 따라서, 앞에서 말했던 이익률이 증가한다면 순이익 역시 증가하여 자유 현금흐름도 증가하게 됩니다. 한편, 공장이나 설비를 짓는데 쓴 돈인 '유형자산 투자액'은 이 회사의 경우 아래와 같이 땅값과 건물에 들어간 돈이 전체 유형자산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기계나 설비는 주기적으로 바꾸겠지만, 땅이나 공장 건물을 그렇게 자주 사지는 않을 것이므로 유형자산 투자액이 총 투자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장기적으로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새로 지은 공장들이 가동되면 이익은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유 현금흐름 역시 장기적으로는 늘어나게 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우리는 지금 석유나 내연기관이 친환경 전기나 전기모터, 배터리로 대체되는 장기적인 트렌드를 보고 있습니다. 최근 1~2년간 유가가 많이 올랐다고 아우성들을 치고 있지만, 이 거대한 물결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입니다. 이 종목은 이 거대한 장기 트렌드에서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2022년 4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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