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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10년을 보유할 주식 - Texas Instruments (Nasdaq: TXN)

 앞으로 10년간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정확히 맞히기는 힘들겠지만 IT 분야의 발전이 빠를 것이라는 것은 대단한 선견지명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5G의 도입으로 다가올 IoT의 사회, 그리고 스마트 팩토리와 스마트 홈, 또, 전기로 움직이는 자율주행차 등, 일일이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변화가 빠른 분야에서는 누가 시장의 승자가 될지 예측하기가 힘듭니다. 승자를 못 맞히는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겠지만, 이런 분야에서는 일단 한번 밀려나면 대게 사라져 버린다는 점 때문에 진지한 투자자들로 하여금 이런 분야의 투자를 꺼리게 만듭니다. 야후, 라이코스, 싸이월드, 새롬기술, 노키아, 모토롤라, 소니, 샤프 등의 몰락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습니다.

 

 하여, 진지한 투자자라면 앞으로 10년간 바뀔 세상의 흐름을 주도할 승자를 맞히려고 노력하기 보다, 앞으로 10년간 세상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바뀔 것 같지 않은 기업을 찾는 것이 모범답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모든것이 인터넷이나 무선통신으로 연결된다는 앞으로의 거대한 흐름에서, 크게 바뀌지 않으면서 수혜를 입을 안전한 투자대상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초연결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기기에 더욱 많은 반도체가 필요하게 될 것이니, 반도체 업종은 확실히 유망해 보이는 산업입니다.

 

 그런데, CPU나 GPU, 모바일AP 같은 프로세서 분야에서는 주요 고객이었던 애플, 삼성, 화웨이, 구글, IBM 등이 자체 개발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또, 메모리 반도체는 과거 주도권이 미국에서 일본으로, 그리고 일본에서 대만, 한국으로 끊임없이 변해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분야는 앞으로 중국이 주도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런데, 반도체 산업에서 과거 수십년간 큰 변화가 없었던 분야가 있는데, 바로 아날로그 반도체입니다. 인터넷에서 10~20년 전 세계 10대 아날로그 반도체 회사를 찾아 오늘날과 비교해 보면 인수/합병으로 회사 이름이 바뀐 것 말고는 큰 차이가 없음을 알게 됩니다. 

 아날로그 반도체는 프로세서나 메모리와 같은 디지털 반도체가 연산이나 기억을 담당하는데 반해, 빛, 소리, 압력, 온도, 전자기와 같은 자연계의 현상을 디지털 신호로 바꾸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즉, 모든 전자기기에는 반드시 아날로그 반도체가 여러 종류 들어가게됩니다. 

 

 아날로그 반도체는 자연계의 물리적현상을 다루기에 최소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걸쳐 축적된 물리학의 지식이 없으면 구현이 어려운데, 이런 이유로 지난 수십 년간 주요 아날로그 반도체 회사의 목록에 신생기업의 이름이 잘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이는 십 년이 멀다 하고 지각변동에 가까운 변화를 겪는 디지털 반도체와 비교하면 장기투자에 매력적인 이점입니다. 

 

 또 하나의 장점은 디지털반도체와 비교할 때 제품의 주기와 수명이 대단히 길어서 재고의 진부화라는 위험이 적습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바꿀 때 수명이 다해서 바꾸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 보다는 프로세서나 메모리가 뒤쳐져서 바꾸거나, 혹은 그냥 새로 나온 제품이 더 좋아 보여서 바꿉니다. 그 기기 안에 들어가 있는 아날로그반도체들은 멀쩡한데도 그냥 버려진 후 새로 구매되는 것입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츠는 역사가 무려 90년이된 회사로, 실리콘 트랜지스터와 직접회로를 처음으로 생산했으니, 이 회사의 역사가 곧 반도체의 역사라고 말해도 무방한 기업입니다. 그간 전자산업의 여러 분야에서 선구자였던 동사는 지금은 아날로그반도체에서 1위 기업입니다.

 

 아날로그반도체 분야의 성장성에 대해서는 앞에서 길게 설명했으므로, 또 한가지 이 주식을 장기 보유하기 좋은 이유는 동사 제품의 적용분야가 매우 다양하여 이익이 안정적이라는 점입니다. 전동칫솔에서 자율주행 시스템까지, 거의 적용되지 않는 산업이 없어서 특정 산업이 침체되더라도 다른 산업의 수요나 신규 분야의 수요가 이를 상쇄해 주게 됩니다. 이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와 같은 특정 제품에 수요를 전적으로 의존하는 특정 디지털 반도체와 비교하면 중요한 장점이 됩니다.

 

 그럼, 동사의 과거 실적과 주가의 추이를 보겠습니다.

 

 아날로그반도체도 산업재이니 기본적으로 경기의 영향을 받는것은 알겠는데, 어째 실적의 등락이 좀 커 보입니다. 이는 전반적인 반도체 경기의 영향도 있었겠으나, 2006년 센서 부문의 매각, 2011년 National Semiconductor 인수, 2012년경 무선사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아날로그반도체에 집중하게 된 점이 큰 영향을 미친것으로 보입니다. 

 언뜻 '센서나 무선반도체 사업이 더 유망하지 않나?'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해당분야는 경쟁자들이 득시글거리는 점을 생각하면 저는 아날로그반도체에 집중하기로 한 동사의 결정이 마음에 듭니다. 구조조정 후 아래와 같이 이익률이 급증한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지금 미국 기술주들은 대부분 제 방식으로 계산한 내재가치의 상한선을 훨씬 초과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 주식은 하한선 근처에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 주식은 성장주투자의 대가였던 필립 피셔가 30년 이상 보유했던 것으로 유명한 주식입니다. 제 생각이 맞다면, 실제로 피셔의 주식을 그레이엄의 가격에 산 셈이 됩니다.

 

2020년 9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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