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투자

10년을 보유할 주식 - 유나이티드제약 (코스피: 033270) (2)

 프랜차이즈 식당의 음식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뒷골목의 동네식당을 선호하는 제게는 낯선 곳에서도 맛집을 고르는 저만의 요령이 있습니다. 우선, 같은 곳에서 오래 장사를 했을 것 같은, 비교적 허름해 보이는 식당이어야 하고, 메뉴구성은 단순할수록 맛집일 확률이 높습니다. 실패하기 힘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50~60대 이상 연령층의 손님이 많으면 많을수록 성공확률은 더 올라간다는 점입니다.

 

 제가 사는곳 근처에도 이렇게 찾은 동네맛집 몇 군데가 있는데, 해가 갈수록 맛이 떨어지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고령화 때문입니다. 할머니 혼자, 혹은 노부부가 식당을 하는 경우 미각이나 손기술이 퇴화해서가 아니라, 재료를 옮기고 다듬는 등의 몸을 움직이는 일이 힘들어져서 인 경우가 많고, 2세에게 식당과 모든 노하우를 전수해 준 경우라도 할머니가 식당에 나와서 앉아있는 동안은 맛이 유지되지만, 식당에 나와 앉아있지도 못할 정도로 몸이 불편해지면 이내 맛이 예전만 못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할머니의 잔소리가 없어진 2세가 뭔가 복잡한 과정을 편하게 바꾸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전업투자를 결심하고 지방의 소도시로 이사와 살게된 탓인지, 요즘 이 외에도 국내 고령화 문제를 체감하는 때가 자주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제가 지방의 작은 도시에 사는 탓 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래의 인구 피라미드를 보면 그렇습니다.

 

 

 50~54세 부근을 정점으로 갈수록 인구가 줄어드는 구조인데, 앞으로 10년 후의 55세 이상자, 그러니까 그래프에서 보이는 지금의 45세 이상자의 숫자들을 모두 더해보면 50%를 넘습니다. 사망자수를 고려하지 않았지만, 평균수명 역시 증가하고 있으니 50% 부근에서 크게 차이가 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보면 내수시장 위주의 사업을 하는 모든 업종이나 종목들은 주식투자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할 것 같지만, 제약업종은 예외입니다. 평균수명이 증가하려면 아무래도 지금보다 약들을 많이 먹게 될 테고, 특히 약을 많이 먹는 연령대가 60대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주변의 60~70대 이상 연령대에서 평소에 약 한두 가지 안 먹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는 점을 생각할 때, 제약회사인 이 회사는 국내 인구의 고령화라는 거대하고 장기적인 흐름에서 수혜를 입을, 성장성을 갖춘 종목이라는 말이 됩니다.

 

 또, 일반의약품이 아닌 전문의약품은 환자의 선택이 아닌 의사가 처방해 주는 데로 먹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200여 종에 가까운 전문의약품을 보유하고 있고 처방실적도 꾸준히 좋은 이 회사는 이익의 안정성도 갖춘 듯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익의 안정성은 이렇게 말이나 논리로 검증하는 것보다 과거의 숫자들을 들여다보는 편이 확실합니다. '이익'이라는 자체가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지난 15년간 이 회사 실적과 이익률의 추이입니다.

 

G/M: 매출총이익률 / O/M: 영업이익률

 

 우선, 왼편의 실적추이에서 2012~2013년의 매출액 둔화와 2020~2021년 매출둔화는 엇 비슷해 보임에도 영업이익의 낙폭에는 큰 차이가 있었음이 보입니다. 로그축에 그린 그래프이므로 비슷해 보이는 낙폭은 실제로도 비슷한 퍼센티지의 낙폭인데도 말입니다.

 

 2012~2013년의 매출둔화와 영업이익 급락은 당시 정부의 '일괄 약가인하' 정책으로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전체 의약품 가격이 평균 14%나 한 번에 인하된 탓입니다. 복제약 위주의 국내 의약품 시장은 건강보험 없이 약을 사는 사람은 없으므로, 사실상 건보공단이라는 정부가 의약품 가격을 정하는, 규제가 매우 심한 시장입니다. 정부의 약가인하 압박은 한번에 그치고 말았을 조치가 아닌, 현재도 진행형인 사안으로, 실제로 2020년에도 복제약의 허가기준인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제약사 자체적으로 수행할 것과 식약처에 등록된 원료의약품만 사용할 것을 조건으로,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건강보험 등재 순서 20번째까지의 약까지만 이전과 동일한 약가를 인정하는, 사실상의 약가인하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이란 복제약과 오리지널약이 체내에 흡수되는 속도와 흡수량이 동등함을 증명하는 시험인데, 이걸 허가받으려는 제약사가 자체적으로 하도록 하는 게 왜 가격인하가 되느냐 하면, 그동안 위탁생산, 그러니까 같은 약을 이름만 다르게 해서 파는 경우가 무수히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면, 2020~2021년의 매출둔화도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의 영향이었음이 명백합니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약가인하 정책을 펼치는 이유는 당연히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적자 문제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가 이제는 끝난 문제가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나 쉽게 유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에서 얘기한 인구 고령화라는 거대한 물결이 덮치고 있는데, 건보 재정적자가 더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낳아지기야 하겠습니까?

 

 이쯤이면 제가 왜 정부가 가격을 압박하는 이런 업종의 주식을 들고 있는지 궁금할 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는 앞의 이익률 추이에서 영업이익률이 오르고 있는 이유를 알면 쉽습니다. 바로, 아래와 같이 개량신약의 판매가 증가하고 있어서입니다.

 

 

 개량신약은 원래 있던 약의 약효가 오래 가게 한다던가, 두 가지 약을 한 알에 담는다던가, 주사로 맞던 것을 알약으로 먹는 등으로 특허가 만료된 신약을 개량하는 것이니, 신약이라기보다는 사실 개선된 복제약이라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의 약가인하 압박에서 자유롭고, 신약만큼은 아니어도 꽤 긴 특허기간을 부여받습니다.

 

 그러니까, 정부의 약가압박으로 앞으로 국내 복제약 시장에서 많은 군소제약사들이 사라지고 나면 대형제약사들과 뭔가 특출 난 점이 있는 중견제약사들만 남게 될 텐데, 이 들 제약사들은 고령화로 점점 커질 시장이라는 파이를 큼지막하게 한 조각씩 차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적과 이익률의 추이만 분석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만약 몇 달 안에 주가가 반토막이라도 나거나, 금융위기 같은 것이 불어 닥쳐서 시장이 아무리 흉흉해도 겁을 먹고 주식을 내던지지 않으려면 뭔가 더 강한 확신이 필요합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못한다'라고 하니, 숫자들을 좀 더 들여다봐야겠습니다.

 

ROE: 순자산이익률 / BPS: 주당순자산 / FCS: 주당자유현금흐름

 

 유동비율과 부채비율,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업이 실제로 남기는 돈인 주당자유현금흐름의 추이가 매우 좋습니다. 그런데, 2020~2021년의 순자산이익률이 업계의 재앙이었던 '일괄약가인하 조치'가 있었던 2013년만큼이나 떨어진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2020~2021년에도 앞에서 말한 약가인하 조치가 있었으니, 당연한 것 아닌가?' 하실지 모르겠지만, 영업이익률은 2013년과는 달리 양호했습니다.

 

 ROE라고 하는 순자산이익률은 순이익을 순자산으로 나누어 구하는데, 순자산은 재무상태표에서 보이는 총자산에서 모든 부채를 빼면 나오는 값, 그러니까 '자본'과 같은 말입니다. 따라서, 이 종목의 2020~2021년과 같이 분모인 순자산에 큰 변동이 없었고, 영업이익률도 양호했다는 말은 순이익에서 큰 변동이 있었다는 말이 됩니다.

 

 순이익은 본업의 영업을 위해 들어간 비용, 그러니까 원가나 판매비, 관리비 등을 모두 제하고 남는 영업이익에서 대개는 일회성인, 본업의 영업과는 큰 상관이 없는 비용이나 수익을 더해 구하게 됩니다. 따라서, 장기적인 실적의 추이를 검토할 때 순이익이나 순이익률은 오해의 소지가 커서 굳이 살펴보지 않지만, 이 경우는 제가 가장 중요시하는 지표인 ROE가 업계의 재앙이었던 2013년 수준으로 떨어졌으므로 이유를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과거의 호황과 불황의 원인을 알아보는 이유는 그걸 통해 그 기업의 장점과 약점을 더 잘 알 수 있고, 또, 호황에 따라 사고 불황에 따라 파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작년에 2차 전지 테마주 열풍이 불었을 때, 올해 업황이 이렇게 안 좋을지 알았다면 그 주식을 산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종목으로 돌아와서, 당시 순이익에 영향을 미친 비용항목을 알아보기 위해 아래와 같이 영업이익 아랫단의 비용과 수익을 정리해 봤습니다.

 

 

 2020년에는 '금융수익'이 전년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반면, 비용에 해당하는 '금융원가'는 세배 넘게 늘었습니다. 또, 2021년에는 영업이익이 줄기도 했지만, 그에 비해 '법인세 비용'이 크게 늘었음도 볼 수 있습니다.

 

 2020년의 금융수익과 원가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사업보고서 주석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아래와 같이 주로 보유하고 있던 금융상품의 외환차익이나 손실에서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환차손 영향이 컸던 것은 이 회사가 가지고 있는 돈 대부분을 외화표시 자산으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데, 지금도 전체자산의 30%가량을 외화자산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내수 위주의 사업을 하는 이 회사가 왜 이렇게 많은 외화자산을 가지고 있는지와 그 자산이 채권인지 예금인지 등의 자세한 정보는 찾을 수 없었지만, 장기투자자에게 환율변동은 큰 고려사항이 아닙니다. 오르는 해도 있고 내리는 해도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2021년의 법인세 비용이 크게 늘었던 이유는 '투자,상생협력 촉진세'라는 항목 때문이었는데, 2022년에는 정확히 같은 금액을 돌려 받은것을 아래에서 볼 수 있습니다.

 

 

 '투자,상생협력 촉진세'가 도대체 뭔가 해서 알아보니, 당기소득의 70%를 투자나 임금확대, 상생지원에 쓰지 않으면 미달액의 20%를 법인세로 추가 납부하도록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세금을 낸 수익에 다시 과세한다는 얘기이므로, 도입 당시부터 이중과세 논란이 많아 2022년에는 종료 예정이었으나, 2025년까지 유지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만, 이 회사가 바로 다음 해 돌려받은 것으로 미루어 빠져나갈 구멍이 많거나 실제로 시행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이처럼 순이익에는 일회성 요인들이 개입되기 쉽고, 이런 요인들도 애초에 당시 약가개편에 따른 매출둔화가 없었다면 큰 영향을 미칠 요소들이 아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저는 이 주식을 편하게 계속 가지고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24년 4월에, 동해에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