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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지켜볼 주식 - Analog Devices, Inc. (Nasdaq: ADI) (3)

 일전에 글을 썼던 'TXN'과 마찬가지로 이 종목 역시 아날로그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같은 아날로그 반도체 제조사 이므로 당연히 'TXN'과는 많은 제품들이 겹치는 경쟁관계인데, 아래의 그림에서 'TXN'은 'Power Management'나 'Condition'의 영역에서 강점이 있는데 반해, 이 회사는 주로 'Convert'의 영역에서 강점이 있습니다.

 

 

 ADC(Analog to Digital Converter) 또는 DAC(Digital to Analog Converter)라고 하는 컨버터의 역할은 다음과 같습니다. 센서가 감지한 자연계의 빛이나 소리, 압력, 동작 등을 증폭하거나 정류하여 보내지는 신호를 컨버터는 이진법의 디지털 신호로 바꾸어 프로세서가 연산할 수 있도록 하거나, 반대로 프로세서가 보내주는 '0'과 '1'로만 이루어진 데이터를 받아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주는 역할을 합니다. 다른 모든 반도체들과 마찬가지로 컨버터 역시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될수록 그 수요가 증가하게 되는데, 특히 인공지능이나 가상현실, 자율주행 등이 발전할수록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많아지므로 미래가 밝은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아날로그 반도체는 전기공학과 전자공학에 자연과학이 결합된 기술의 특성상 설계자의 의도가 많이 반영되는데, '네'와 '아니오'로만 신호가 이루어져서 설계의 자동화와 검증이 쉬운 디지털 반도체 대비 설계의 자동화와 검증이 어렵습니다. '설계의 검증이 어렵다'는 말은 아날로그 업종의 안정성을 담보해 주는 말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때문에 설계와 생산이 팹리스와 파운드리로 분업화된 디지털 반도체와 달리 수위권의 아날로그 반도체 업체들은 대부분 자체 팹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반도체인 메모리를 만드는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자체 팹을 가동하는 이유는 특수목적의 성격인 프로세서나 아날로그 반도체와 달리 여러 전자기기에 범용으로 쓰이고, 또 같은 DDR5라고 하면 가격외에는 큰 차이가 없는 등의 특성으로 인해서 같은 제품을 많이 만들수록 가격경쟁력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메모리 업종은 가격싸움의 영역이라는 말인데, 바로 이 점이 제가 메모리 업종을 꺼리는 이유입니다. '많이 만들어서 싸게 팔기'는 중국의 주특기로, 과거 한국의 철강이나 조선, LCD, 2차 전지 등의 산업이 중국에 역전당한 예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또다른 디지털 반도체의 큰 축인 프로세서의 영역은 어떨까요? 저는 이 분야야말로 앞으로 10년은 고사하고 5년 후도 예측이 힘든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지금 반도체 분야를 평정할 것 같은 기세의 '엔비디아'를 생각하면 쉽습니다. 5년쯤 전까지 인텔이나 AMD, 퀄컴과 비교하면 엔비디아는 듣보잡 아니었습니까? 이는 디지털 기술이 매우 빠르게 진화하는데서 기인하기도 하지만, 설계와 생산을 분업화할 수 있는 덕분이기도 합니다. 만약, 천문학적인 돈이 드는 첨단 미세공정을 자체적으로 보유해야만 했다면, 엔비디아나 퀄컴 같은 회사들은 등장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반면, 아날로그 업종은 주요 수요처인 전자기기나 기술의 변화에도 수십년 전부터 지금까지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크게 변할 게 없다'는 말은 투자자에게 안정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말로, 현재의 판도를 5년이나 10년, 혹은 그 이상으로 연장해서 생각해도 크게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낮기 때문입니다. 즉, 4차 산업혁명의 진전에 따른 반도체 업종의 과실을 온전히 누릴 확률이 대단히 높아 보인다는 말입니다.

 

 자, 그럼 어김없이 과거의 숫자들을 검증해 봐야겠습니다. 과거의 실적을 검증해 보는 이유는 거기서 지금까지 말한 안정성과 성장성이 읽혀야 하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실적에서 그런 추이가 읽히지 않는 종목보다 과거에도 안정적으로 꾸준히 성장해 온 기업이 미래에도 꾸준히 성장할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지난 15년간의 실적과 이익률의 추이입니다.

 

G/M: 매출총이익률 / O/M: 영업이익률

 

 반도체 산업도 호황과 불항이 반복되는 주기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보면, 실적은 등락은 있지만 꾸준히 우상향 하고 있고, 이익률 역시 꾸준히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입니다.

 

 

 반도체 산업의 주기는 위의 그래프와 같이 인터넷에서 비교적 쉽게 찾아 볼 수 있는데, 과거 고점과 고점 사이의 주기가 5~7년이었던 것이 2010년대 이후 3~4년으로 짧아지고 있고, 진폭도 과거에 비해 작아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유는 과거 PC나 휴대폰 위주의 수요처에 비해 최근에는 태블릿이나 무선이어폰, 워치 등 수요기기가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산업의 주기가 짧은 업종은 투자자에게는 또 하나의 이점이 있는데, 산업의 침체가 길어 그 사이에 회사가 파산할지도 모른다거나, 긴 주기 사이에 업계의 판도가 변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이 종목의 경우 반도체 경기가 좋았던 2017년과 2021년에 이익률이 급락했던 이유는 2017년에는 'Linear Technology'를, 2021년에는 'Maxim Integrated Products'를 각각 인수했기 때문인데, 이듬해에는 이익률이 이전의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된 점에서 이 회사가 몸집 부풀리기가 목적이 아닌 효율적인 인수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영업이익률이 꽤 길게 떨어졌던 2012~2015년은 집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이익률의 장기적인 하락을 염려하는 이유는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서 제품가격을 낮춰서 팔고 있지는 않을까?'여서입니다. 그런데, 해당 기간 동안 매출총이익률의 하락은 거의 없었던 반면, 영업이익률만 꽤 오래 떨어진 것을 보면 외적인 요인보다는 내부적인 요인의 영향이 컸을 것 같습니다. 매출총이익은 매출액에서 원가를 빼서 구하고, 영업이익은 거기서 판매비와 관리비 등의 내부적인 비용을 빼서 구하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내부적인 비효율도 장기적으로 회사의 경쟁력을 떨어트릴 요인이므로, 그 원인을 파악해서 그 비효율적인 요소가 아직 남아있지는 않을지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위의 내부비용 항목들이 매출총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과 앞의 반도체 주기를 합쳐서 생각해보면, 2013년에는 매출 자체가 줄었고, 2015년에는 아일랜드 법인의 연금구조 전환에 따른 꽤 큰 비용의 발생으로 '기타' 항목의 비율이 치솟은 것이 영업이익률 하락의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따라서, 개발비와 판관비의 비율이 높아져서 영업이익률을 떨어 트린 해는 2014년의 한해뿐이라는 말이 되는데, 저는 이런 한두 해의 부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제가 신경쓰는 것은 '어떤 회사나 업종이 대체재나 해외 경쟁사의 등장으로 이미 장기적이고 추세적인 부진의 늪에 빠졌는데, 최근 몇 년간 업종 경기의 호황으로 그 회사의 실적도 일시적일 회복을 보이고 있지는 않을까?'입니다. 이 회사에 해당되는 질문은 아닌 것 같으므로, 다른 숫자들을 좀 더 보겠습니다.

 

ROE: 순자산이익률 / BPS: 주당순자산 / FCS: 주당자유현금흐름

 

 순자산이익률이 왼쪽 그림의 초록선과 같이 추세적이고 장기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종목은 제 관심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아까 봤던 다른 이익률들은 등락은 있었지만 추세적으로 떨어지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순자산이익률은 순이익을 순자산으로 나누어 구하므로, 분자인 이익에 문제가 없었다면, 분모인 순자산이 급증해서 나눈 값을 떨어트리고 있다는 말이됩니다.  다행히 오른쪽 그림의 푸른 선으로 표시된 주당순자산의 추이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특히, 순자산이익률이 급감했던 2017년과 2021년의 추이를 보면, 이것이 아까 얘기했던 대규모 인수의 영향이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미국 종목들을 분석하다 보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과 같은 주주환원을 통해 자본을 극단적으로 줄여서 믿기 힘든 ROE가 나오는 통에 내재가치의 추정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 회사는 두 차례의 대규모 인수 비용을 주로 주식발행을 통해 해결했던 덕분에, 반대의 이유로 내재가치의 추정이 어렵습니다. 이유는 제가 10년 후의 내재가치를 추정할 때 주당순자산에 순자산이익률을 열 번 곱해서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주당순자산이 커져도 나오는 값은 커지지만, 아무래도 열 번을 곱하는 순자산이익률의 영향이 훨씬 큽니다.

 

 따라서, 이 종목과 같이 순자산이 커져서 순자산이익률이 적게 나오는 경우는 최근 5년이나 10년의 평균 순자산이익률 보다는 높은 값을 성장률로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아래는 자본변동표에 나오는 항목들의 추이입니다.

 

 

 일단 많은 주식을 새로 발행하면 주주환원액을 왠만큼 늘려도 자본(순자산)은 잘 줄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재무상태표의 여러 항목들에 쌓여 있는 인수한 자산들은 그 중 무형자산에 해당하는 숫자들만 매 해 조금씩 지워나가게 되는데(이를 '상각'이라고 합니다), 5년 후에도 현재 순자산의 20% 정도만 지워지므로, 자본이 몇 년 안에 크게 줄어서 순자산이익률이 올해의 두 배쯤으로 높아지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따라서, 순자산의 급증이 순자산이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컸을 2017~2018년과 2021~2022년의 값을 제외한, 2010~2023년의 평균 ROE를 성장률로 사용했습니다.

 

2024년 3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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