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글을 읽고 있을 십중 팔구는 '실패한 투자보다는 성공한 투기가 낮지 않나?'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개미가 돈을 잃는 이유 (tistory.com) 에서 말했듯이 투기는 지속적으로 성공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간혹 수천만원에서 1~2억 정도의 돈으로 특정 주식이나 코인 같은 것에 투기를 해서 운 좋게 수십억에서 수백억까지 그 돈을 불린 뒤 빠져나와 모든 일에서 은퇴하고 인생을 즐기며 산다는 사람의 얘기를 뉴스 같은 것에서 봅니다. 저 역시 부럽기는 하지만, 같은 자산을 샀을 수십만에서 수백만 명 중의 한명일뿐입니다. 확률이 너무나도 희박하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그런 얘기를 듣고 같은 자산을 따라 사는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고점에 물려 손실을 보거나 원금회복을 바라며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입니다. 또, 큰 손해를 보지 않았거나 미미한 수익을 올린 경우라도 그 자산의 시세가 가파르게 오를 때의 짜릿했던 경험을 않고 판돈을 키워서 비슷한 투기를 다시 하게 되는데, 이번에야 말로 만회하기 어려운 손실을 입고는 주식시장이나 코인 시장은 투기판이라며 시장을 떠나기가 일쑤입니다. 시장이 투기판인 것이 아니라 자신이 했던 일이 투기인데 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투자와 투기의 차이는 가격의 상승만을 바라고 자산을 사는 모든 행위는 투기라는 점입니다. 그러면, 투자는 가격의 상승을 바라지 않고 하는 일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가격이 오르지 않을 자산이라면 왜 투자를 하겠습니까? 차이는, 투자는 그 자산이 성장함으로써, 그러니까, 주식이라면 그 기업이 성장하고 코인이라면 그 생태계가 확장해서, 그 자산에 매겨지는 시세는 언젠가는 그 성장에 따라오리라는 믿음을 전제로 합니다.
'그래도 어차피 시세가 오르기를 바라기는 마찬가지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면, 젊은시절 돈이나 여자를 성급히 쫓다가 오히려 멀어진 경험을 떠올려 보기를 바랍니다. 내가 하는 일이나 나 자신에게 충실하다 보면 돈이나 여자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투자와 투기가 다른점 또 한 가지는 투자는 그 결실을 맺는데 꽤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오늘 공장을 짓기 시작해 1년 안에 엄청난 수익을 실현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회사는 없습니다.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는데만 대개 2~3년이 걸리고, 의미 있는 수익이 발생하는 시점은 5~10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투자를 집행할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2~3년 이내 짧은 기간 시세의 방향을 맞히려는 모든 행위는 투기입니다. 따라서, 차트분석이나 소문주, 테마주, 레버리지 ETF 같은 것들을 사는 것은 투기일 뿐입니다.
이 글을 읽고있을 십중 팔구는 자신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체 자산의 극히 일부, 그러니까, 잃어도 인생에 큰 지장이 생길 것 같지는 않은 금액을 투자에 할애하고 있을 것입니다.
투기입니다. 머리로는 투자라고 생각하지만 당신의 DNA는 투기라는 것을 알고있기에, 마치 목욕탕 물이 너무 뜨겁거나 차가우면 재빨리 뺄 수 있도록 한쪽 발만 살짝 담가보는 것과 같습니다. 목욕을 온전히 즐기려면 몸통까지 완전히 잠기게 탕에 들어가야 합니다. 대주주들이 자산의 대부분을 주식으로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시대 투자의 구루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이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서한에 쓴 짧지만 임팩트 있는 다음의 문단으로 이 글의 마지막을 대신하겠습니다.
'여러분이 투자하는 목적은, 지금부터 10년 뒤와 20년 뒤에 이익이 틀림없이 훨씬 높아질 기업이면서 이해하기 쉬운 기업의 지분을 합리적인 가격에 사는 것입니다. 세월이 흘러도 여러분은 이런 기준에 맞는 기업을 몇 개 정도만 발견할 것입니다. 따라서 그런 기업을 찾으면 여러분은 그 주식을 많이 사야 합니다. 또한 자신의 기준을 벗어나려는 유혹도 뿌리쳐야 합니다. 10년 동안 보유하려는 생각이 아니라면 단 10분도 보유해서는 안됩니다. 장기간 이익이 꾸준히 증가하는 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십시오. 그러면 포트폴리오의 평가액도 장기간 꾸준히 증가할 것입니다.'
2022년 7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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