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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지켜볼 주식 - JYP Ent. (코스닥: 035900)

 저는 주식을 분석할 때 유튜브를 거의 참조하지 않는데, 이번 글에는 유튜브 영상이 많이 등장할 것입니다. 제가 주식 분석에 유튜브를 참고하지 않는 이유는 그 매체의 속성상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자극적이거나 편향된 정보를 다루어야만 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장기투자를 추구하는 제가 이 주식을 분석하며 가장 많은 고민을 했던 부분은 '케이팝의 세계적인 인기가 미래에도 지속될 수 있을까?'였습니다. 이 질문은 이 회사의 성장성은 물론, 미래 이익의 안정성과도 직결되는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우선, 케이팝이 도대체, 왜? 지금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지 이유를 아는 것이 순서일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게이팝의 가장 큰 특징 두 가지는 음악적인 장르의 모호성과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정해진 안무가 있다는 점입니다. 대중음악의 장르가 발라드와 댄스, 트로트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이들은 음악의 장르가 아닙니다. 사실 클래식과 재즈, 블루스, R&B, 포크, 록, 헤비메탈, 힙합 등의 어떤 장르도 발라드나 댄스곡이 될 수 있습니다. '메탈 발라드라는 말은 들어 보았는데, 헤비메탈이 댄스곡이 될 수 있다고?'라는 생각이 든다면, 아래에 있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1) 서태지와 아이들 - '하여가' | Seo Taiji and Boys - 'Hayeoga' 【가요톱10, 1993】 - YouTube

 또, '블랙핑크'의 'Lovesick Girls'는 여러 장르가 섞여있기는 하지만, 제 귀에는 '록 댄스'처럼 들립니다. (1) BLACKPINK - 'Lovesick Girls' M/V - YouTube

 이런 특성, 그러니까, 그때 그때 유행하는 장르들을 섞어서 댄스곡을 만드는 케이팝은 1950년대의 '록앤롤'과 'R&B', 60년대의 '포크'와 '록', 70년대의 '하드록'과 '디스코', 80년대의 '헤비메탈'과 'EDM', 90년대의 '얼터너티브 록'이나 'R&B 소울'과 같이 특정한 음악 장르를 추구하지 않기에, 이런 자주 바뀌는 음악 기류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1990년쯤에 태동한 케이팝은 그간 R&B 소울, 헤비메탈, 브릿팝, EDM, 힙합 등 유행한 음악 장르가 무수히 변화해 왔음에도 한/중/일은 물론, 동남아 일대에서 그 저변을 꾸준히 넓혀 왔습니다.

 

 케이팝의 또다른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정해진 안무가 있다는 점은 오늘날 케이팝이 전 세계적인 인기 콘텐츠가 된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학창 시절을 라디오나 워크맨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보냈지만,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나 틱톡에서 음악을 보는 시대입니다. 사실, TV와 '엘비스 프레슬리'의 등장 이후로 이런 현상은 가속화되어 왔습니다. '보는 음악'에서는 가수가 가만히 서서 노래만 하는 것은 어쩐지 좀 지루해 보입니다.

 

 지금의 케이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마이클 잭슨'의 공연실황을 보아도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정해진 춤을 추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가 포인트 안무를 하지 않고 노래를 부르는 구간에서 리듬을 타는 움직임이 너무나도 근사해 보여서 계속해서 춤을 추고 있다고 생각될 뿐입니다. (1) 마이클 잭슨이 빌리진을 처음 공개한 무대 - YouTube

 그런데, 마이클 잭슨 외에는 그루브를 타는 동작만으로 계속 춤을 추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가수를 보지 못했습니다. 아래에 있는 '뉴키즈온더 블록'의 공연 실황을 봐도 리드보컬은 거의 노래만 하고 나머지 멤버들은 백댄서 같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케이팝 그룹들은 멤버 전원이 돌아가면서 노래를 하고 대단한 고음이 아니면 리드보컬도 춤을 멈추지 않으므로,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케이팝이 지금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1) NEW KIDS ON THE BLOCK - Step by step LIVE antes y despues - YouTube

 어떤 장르도 케이팝은 댄스화 하여 소화할 수 있다는 가장 최근의 좋은 예는 국내에서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남미에서 큰 인기를 얻고있는 'KARD'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들은 '뭄바톤'이라는 장르의 곡을 많이 불렀는데, 뭄바톤은 EDM에 레게를 섞은 장르입니다. 그런데, 레게음악은 남미가 원산지이므로, 남미에 더 완성도 있게 뭄바톤 음악을 하는 가수가 없을 턱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KARD가 남미에서 있기 있는 이유는 역시 이들에게는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정해진 안무가 있다는 케이팝의 특징, 그러니까 '보는 음악'에 맞춰진 강점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1) 남미의 K-POP스타 'KARD' - YouTube

 그러면, 세계적으로 케이팝이 인기 있는 이유를 알았으니, 이제는 이 인기가 미래에도 지속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케이팝의 유행이 지속 가능할까?'라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제가 조사해 본 사례는 1960년대 '모타운 사운드'와 90년대의 '제이팝', 2000년대의 '브릿팝'이었습니다. 모두들 한 시대를 풍미하다가 쇄락해갔기 때문입니다.

 

 60년대 모타운은 오늘날의 케이팝과 유사하게 미국의 '모타운 레코드'에서 신인 발굴과 육성, 음반 발매, 공연 등을 모두 도맡아서 하면서 '모타운 사운드'라는 유행을 만들어 낸 회사였습니다. 모타운이 몰락한 원인은 모타운 가수들의 곡을 모두 도맡아서 만들던 3명의 전속 작곡가들이 열악한 처우에 반발해서 회사를 나가면서 였으니, 외부 작곡가와 안무가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전속 작곡가들에게도 저작권료가 보장되는 오늘날 케이팝의 현실을 감안하면 이런 위험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90년대를 풍미했던 '제이팝'의 몰락 원인은 자국의 음악시장이 충분히 커서 자국의 수요에만 집중한 '갈라파고스화', 그러니까 '오타쿠화'가 원인이었으니, 기획 단계에서 이미 세계 진출을 염두에 두는 지금의 케이팝과는 거리가 멉니다. 한편, 2000년대를 풍미했던 '브릿팝'은 '얼터너티브 록'이라는 장르를 추구했고 음악 트렌드가 바뀌면서 쇄락해 갔는데, 이는 특정한 음악 장르를 추구하지 않는 케이팝과는 역시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이 모든점들을 감안하면 케이팝은 앞으로 상당한 미래까지 세계적인 주류 음악이 될 것 같아 보입니다. 물론, 그동안 다른 장르들이 유행하거나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이 나올 것이지만, 이 마저도 케이팝은 댄스화하여 소화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케이팝의 치명적인 위험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아류'의 등장입니다. 케이팝의 가장 큰 흥행요소 중 하나인 '팬덤문화', 그러니까, '덕후 몰이'는 자국이나 같은 문화권 혹은 인종의 멤버가 있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블랙핑크'의 멤버들 중 '제니'나 '지수'가 아닌 '리사'가 세계적으로는 가장 인기 있는 멤버이고, '트와이스'의 멤버들 중에는 '쯔위'나 '나연'이 아닌 '미나'가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멤버임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BTS나 블랙핑크, 트와이스의 뮤직비디오에 달리는 유튜브 댓글들이 대부분 영어나 스페인어 같은 서구권 언어들 임을 감안하면, 서구권의 아류 가수 등장은 큰 위험 요소가 아닐수 없습니다. 실제로 '스파이스 걸스'를 만들었던 프로듀서가 만든 'Now United'의 아래 영상을 보면 이런 현상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1) Now United - Who Would Think That Love? (Official Music Video) - YouTube

 동영상에서 보이는 모습은 마치 케이팝 동호회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런 그룹을 만들수 있다면 좀 더 예쁜 아이들을 몇 명 모아서 더 완성도 있는 아이돌 그룹을 만드는 것은 시간문제처럼 보입니다. 사실, 마이클 잭슨 이후 케이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뉴키즈 온 더 블록'이나 'TLC', '스파이스 걸스'같은 그룹들은 서구의 프로듀서나 매니저가 자국의 멤버들을 발굴해서 트레이닝시켜 데뷔시킨, 오늘날 케이팝 그룹들의 원조가 되는 팀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서구에서 완성도 있는 케이팝 스타일의 아이돌이 등장한다면 국내 케이팝 기획사들의 주가는 반토막이 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당장은 힘들어 보이지만 일본이나 중국, 동남아에서도 완성도 있는 케이팝 스타일의 그룹이 출현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이고, 그렇게 된다면 주가는 반토막은 고사하고 삼분의 일 토막이 날 것 입니다.

 

 그런데, JYP는 이런 걱정을 이미 오래전부터 해 왔던 것 같습니다. 이미 몇 해 전부터 현지화 전략을 추구해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년에는 미국과 중국, 일본에서 오디션을 통해 각 나라마다 한 팀을 데뷔시킬 예정이라고 합니다. JYP는 국내에서 그 브랜드 선호도를 바탕으로 수많은 아이돌 지망생들이 선호하는 연예 기획사가 되었고, 그들 중 우수 인원을 선발해서 인기 아이돌 그룹을 지속해서 출시할 수 있었음을 생각하면, 서구권이나 중국에서도 시장을 선점해서 이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미 '니쥬'를 통해 이를 입증했습니다. 참고로 최근에 있었던 '하이브'의 미국 오디션에는 무려 1만 3천 명이 지원했는데, 하이브가 이들 중 선발된 인원을 국내 데뷔 그룹의 멤버로 포함시킬지, 아니면 현지에서 데뷔시킬지는 불명확해 보입니다.

 

 한 간에서는 이런 JYP의 현지화 전략이 케이팝의 노하우를 노출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있는데, 제가 보기에 현지화는 당장 돈을 몇 푼 더 버는 문제가 아닌, 미래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SM이나 YG는 지금부터라도 현지화를 추진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은 미래에는 중소 기획사로 전락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케이팝의 노하우는 예쁜 애들을 선발해서 힘들게 트레이닝시키는 것 외에는 특별할 것이 없습니다. 곡이나 안무는 돈을 주고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이제 부터는 '왜, 하이브나 SM, YG가 아닌 JYP 인지?'를 설명하겠습니다.

 

 이유는 이들 대형 기획사들의 최근 5년간 평균 ROE(자기자본 이익률)을 보면 명확합니다.

 

 - 하이브: 6.86%

 - SM: 2.37%

 - YG: 1.64%

 - JYP: 20.21%

 

 기업의 자산은 가계와 마찬가지로 내 돈(자기 자본)과 빌린 돈(부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주식을 사는 것은 그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닌 자본의 일부를 사는 것이므로, ROE 야 말로 주식투자자가 그 주식을 사서 몇 년 후에 얼마의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지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이브는 최근에 상장과 인수/합병을 통해 자기 자본을 급격히 늘렸으므로, 미래의 수익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합니다. 한편, 'NCT'와 '블랙핑크'라는 글로벌 스타를 가지고 있는 SM과 YG가 왜 형편없는 ROE를 보여주는지에는 구체적으로 할 말이 없습니다. 다만, 인기 연예인을 가지고 있는 것과 그 들이 벌어주는 수익을 관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말로 갈음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12년 전에 했던 아래 박진영의 인터뷰를 보면 그는 기술의 변화가 음악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대비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1) 10년 전에 미래 예측한 박진영 (ft. 화려한 영어실력) [한영 자막] - YouTube

 

2022년 8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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