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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주가는 근심의 벽을 타고 오른다

 제가 동해로 이사 와서 주식투자로 먹고 사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부모님들이 요즘은 일주일에 한두 번씩 전화를 걸어 '요즘 하는 일은 어떻냐?'라고 묻습니다. 평소에는 '큰 영향은 없으니, 걱정하지 마시라'는 투로 짧게 전화를 끊었는데, 엊저녁에는 마시던 막걸리 때문이었는지 통화를 좀 길게 했습니다. 제가 아버지께 했던 대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요즘 아버지가 살고 계시는 서울의 아파트 값도 떨어지고 있다는데, 만약 언론에서 요즘 주식시황을 중계하듯이 매일 부동산 시황을 중계한다면 어떨것 같습니까? 빚을 내서 주식을 샀거나, 단기적인 주가 상승에 베팅했던 사람들이 매일 나오는 비관적인 뉴스에 겁을 먹고 내던지는 주식으로 주가가 더 크게 떨어지는 일이 부동산에도 벌어지지 않겠습니까? 만약, 제가 서울 아파트 값이 걱정되어서 일주일에 한두 번씩 아버지께 전화를 걸어 묻는다면, 아버지는 '철없는 놈.. 별 시덥지 않은 걱정을 다 하는군' 이라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최근 몇달간 가파르게 올랐던 금리와 석유, 원자재, 농산물 가격을 우려해 떨어지던 주가가 요 며칠 새는 석유나 원자재 가격의 하락이 경기 하락의 징조라며 더 떨어지고 있습니다. 물가가 오른다며 떨어지던 주가가 이제는 물가가 내린다며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 모든 일들은 콩으로 메주를 쑨데도 믿지 못하는 약세장의 전형적인 모습인데, 작년이나 재작년의 강세장때만 해도 팥으로 메주를 쑨데도 모두들 믿었던 상황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지난달에 썼던 2022년 5월의 시장예측 (tistory.com)에서 저는 장단기 금리의 추이를 근거로 앞으로 최소한 1~2년 정도는 주식시장이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는데,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이건 또 무슨 궤변이냐?' 라고 생각할 분들이 많겠지만, 아래에 보이는 닉슨 대통령이 금태환 중지를 선언했던 1971년 이후 미국 기준금리와 주가의 추이를 보시기 바랍니다.

 

 우선, 역사적인 관점에서는 최근의 금리상승과 주가 하락이 크게 과도하지 않은 것 처럼 보입니다. 검은 선의 주가지수는 S&P500 대신 윌셔 5000 지수를 사용했는데, 코스피와 코스피 200 지수가 비슷한 추이를 보이듯이 이들 지수들도 그 추이에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윌셔 5000 지수를 사용한 것은 데이터를 다운로드한 'FRED' 사이트에 S&P500 지수는 70~80년대 데이터가 없었기 때문일 뿐입니다.

 

 최근과 비슷하게 미국연준이 푸른 선의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린 시기들을 붉은 점선으로 표시했는데, 해당 기간들의 주가지수 상승률은 다음과 같습니다.

 

 . 1972년 2월 ~ 1974년 6월: 금리 3.25% -> 13.31% / 2년 4개월 간 주가 -20.8% (연복리 -9.5%)

 . 1977년 3월 ~ 1980년 12월: 금리 4.72% -> 22% / 3년 9개월 간 주가 +89.6% (연복리 +18.6%)

 . 1988년 2월 ~ 1989년 5월: 금리 6.67% -> 10.48% / 1년 3개월 간 주가 +26.1% (연복리 +20.4%)

 . 1993년 12월 ~ 1995년 5월: 금리 2.85% -> 6.17% / 1년 5개월 간 주가 +15.4% (연복리 +10.6%)

 . 1999년 5월 ~ 2000년 9월: 금리 4.61% -> 6.6% / 1년 4개월 간 주가 +15.4% (연복리 +11.4%)

 . 2004년 5월 ~ 2006년 10월: 금리 1.02% -> 5.31% / 2년 5개월 간 주가 +31.7% (연복리 +12.1%)

 . 2016년 11월 ~ 2019년 3월: 금리 0.31% -> 2.43% / 2년 4개월 간 주가 +33.4% (연복리 +13.2%)

 . 2022년 2월 ~ 2022년 6월: 금리 0.08% -> 1.58% / 4개월 간 주가 -15.1%

 

 대부분의 기간 동안 주가가 상당히 좋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972~1974년은 주가가 꽤 많이 떨어졌는데, 이 번에도 그때처럼, 혹은 그 이상으로 주가가 더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의심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당시는 미국 달러의 금태환 중지 선언 직후였음을 상기하기 바랍니다. 그러니까, 오르던 금리(물가)로 인해 주가가 떨어진 것이 아닌, 달러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당시 주가를 떨어뜨렸다는 말입니다. 1972~1974년 경과 최근의 주가 하락을 제외한, 여섯 구간의 연복리 주가상승률 평균값을 구하면 연 +14.4%라는 꽤 근사한 수익률이 나옵니다.

 

 한편, 명확한 이유가 없이 벌어지는 현상을 우리는 우연이라고 부릅니다. 만약 위에서 얘기한 금리 상승기의 근사한 주가 상승률을 설명해 줄수있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면, 이는 그냥 우연의 일치였을 뿐이라는 말이 됩니다. 하지만, 만약 합리적이고 명확한 근거가 있다면 금리가 몇 달간 오르고 있음에도 주가는 급락하고 있는 지금은 꽤 큰 기회가 된다는 말이 됩니다.

 

 금리는 물가를 반영하는 지표이므로, 그냥 쉽게 물가라고 생각할수 있습니다. 그리고, 물가는 항상 공급보다 수요가 많을 때 오릅니다. 공급이 줄었든지 혹은 수요가 갑자기 늘었든지에 상관없이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공급에 일시적인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수요도 같이 줄었다면 물가는 오르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수요는 견조하다는 말이 됩니다. 그리고, 산업혁명과 화학비료의 발명 이후로 공급이 수요를 장기간 따라잡지 못한 예는 좀처럼 찾기가 힘듭니다.

 

 작년과 재작년의 좋았던 시장 분위기에 뒤늦게 주식시장에 뛰어든 대부분의 개미들은 아마도 지금쯤 근심의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입니다. 또, 주가의 추세를 보고 주가가 오르는 시기에만 주식을 보유하려고 했던 사람 이라면 십중팔구는 지금쯤 크건 작건 손해를 보고 주식을 모두 팔아버렸을 것입니다. 손해가 크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다음번의 활황장 때는 의심을 거듭하다가 뒤늦게 뛰어들어 크게 잃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 글들을 통해서 저는 '확신하는 주식을 싸게 사서 오래 보유하라'고 끊임없이 설파해 왔는데, 왜 잘 나가는 산업의 1등 주가 아니라 '자신이 확신하는 주식'이라고 말했는지 지금쯤 이해가 되었을 것입니다. 최근에 소위 성장주들에 벌어진 일을 생각하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시장이 하락하는데, 자신이 확신하는 주식이라고 안 떨어질까?'라고 생각한다면, 최근의 상황에서도 깨달음을 얻지 못한 것입니다. 확신이 있다면 시장의 폭락에도 흔들리지 않고, 길어야 1~2년 정도 후에는 있을 큰 폭의 반등장을 기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언론이나 증권사 리포트에서 잘 나가는 산업의 유망 종목이라고 떠들어댄 종목들의 경우 요즘같이 비관론이 쏟아지는데 멘탈을 잡고 버틸 수 있겠습니까?

 

 모든 것은 자기 안에 있습니다. 거센 풍랑이 언제 몰아 칠지 모르는 주식시장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2022년 6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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