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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2022년, 내 포트의 성과

 자신의 2022년 투자성과를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합니다. 작년에는 국내나 해외를 막론하고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기에 좋은 성과를 얻은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신의 투자성과를 굳이 공개할 필요는 없지만, 성과가 나빴다고 그 성과를 점검하고 부진했던 원인을 분석해 보지도 않는 것은 큰 실수입니다. 성공보다 실패에서 배울 것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안 좋았으니, 내 성과도 나빴던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분들이 많겠지만, 그런 식의 태도는 자신의 투자성과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주식시장이 좋았거나 나빴거나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를 비교해 볼 수 있는 기준은 있습니다. 전체적인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코스피나 S&P 500, MSCI ACWI와 같은 지수들입니다.

 

 이런 지수들과 비교해 자신의 성과가 크게 부진했다면, 그 이유를 생각해 보는것은 자신의 투자여정에서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한두해 주식에 투기를 하고 말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인생 내내 투자를 할 것이라면,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좋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방식으로 자신의 투자법을 가다듬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는 국내와 해외주식 모두에 투자를 하고 있기에,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주식시장을 포괄하는 지수인 MSCI ACWI를 비교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면, 먼저 ACWI의 작년 성과를 보겠습니다.

 

 - MSCI ACWI: '21년 종가 754.83 / '22년 종가 605.38

 - 미국달러 환율: '21년 종가 1,190.50원 / '22년 종가 1,263.00원

 - 원화로 환산한 ACWI의 '22년 수익률: -14.92%

 

 참고로, 원화로 환산한 S&P 500 지수의 작년 성과는 -14.54%, 코스피 지수는 -24.92% 였습니다. 제 관심사는 아니지만, 나스닥은 -29.03%, 코스닥은 -34.33%로 기술업종의 주가하락이 전체 하락을 주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환율을 감안치 않은 나스닥의 하락폭이 -33.1%임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다음은 제가 2022년 한해동안 보유했거나, 사고팔았던 모든 종목들의 원화로 환산한 주가등락률입니다.

 저는 현금 대신 미국 장기국채 펀드인 'IEF'를 12% 정도의 비중으로 보유하고 있고, 미국 주식군과 국내 주식군은 같은 비중으로, 그리고 각각의 종목은 그 주식군 안에서 동일한 비중이 되도록 일 년에 두 번씩 비중을 재조정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오른 종목을 일부 팔아서 떨어진 종목을 더 산다는 말입니다. 또, 저는 다른 수입이 전혀 없는 전업투자자여서 역시 오른 종목을 일부분 팔아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의 종목들의 등락률을 평균한 값은 제 실제 성과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중간에 증권계좌에 추가로 돈을 더 넣거나 뺀 적이 없다면 연말의 계좌잔고를 전년말의 잔고로 나누어 쉽게 연간 수익률을 계산할 수 있을 것이나, 중간에 입금이나 출금이 있었다면 다음과 같이 비교적 쉽고 정확하게 연간 수익률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1) 월말의 계좌잔고를 전월말의 잔고로 나누어 월간 수익률을 계산하되,

 

 2) 입금이 있었던 달은 입금액 만큼을 월말 계좌잔고에서 빼주고,

     * 전월 1억이 1.1억이 되었는데 5백을 추가 투입했다면: (1.1억-0.05억)/1억=1.05 -> +5%

 

 3) 출금이 있었던 달은 출금액만큼을 월말 계좌잔고에 더해주고,

     * 전월 1억이 1.05억이 되었는데 중간에 5백을 출금했다면: (1.05억+0.05억)/1억=1.1 -> +10%

 

 4) 주의할 점은 전월에 입/출금이 있었더라도 금월에 입/출금이 없었다면, 정상적으로 월말 계좌잔고를 조정하지 않은 전월말 계좌잔고로 나누어 월간 수익률을 계산

 

 5) 월간수익률을 모두 곱해 연간 수익률을 계산

 

 다음은 이와같이 계산한 제 포트의 2022년 수익률입니다.

 - 연간 수익률: -13.87%

 

 비교지수를 1% 정도 이긴, 만족할만한 성과입니다. '손실이 난 게 만족스럽다니? 별 미친놈도 다 있군' 하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주가는 자를 대고 그은 것처럼 우상향 하지는 않습니다. 긴 호흡의 시간에서 주가는 파도를 치며 우상향 하는 모습에 가깝기에, 몇 년간 주식시장이 좋았다면 반드시 하락장이 찾아오게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하락장이던 상승장이던 조금씩 시장지수보다 좋은 성과를 올린다면, 투자에 전 재산을 걸고 있는 저는 10년쯤 후에는 큰 부자가 되어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언론에서 성장산업이라고 떠들어 대는 한두 업종에서 많아야 3~4 종목을 골라 주식을 사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작년에 위의 시장지수 수익률과는 비교도 안 되는 처참한 손실을 보았을 것입니다. 만약 본인이 이에 해당한다면 시장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포트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고민해 봐야 합니다. 하락장은 올해나 내년에도 찾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소수의 종목으로 꾸려진 제 포트가 상대적으로 선방했던 이유를 저는 가치투자와 분산투자의 힘 덕분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락장에서는 성장성에 대한 과도한 믿음으로 주가가 높던 종목일수록 그 하락폭도 큽니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는 아무리 미래가 찬란해 보이는 종목이라도 비싸면 사지를 않습니다.

 

 또, 대부분의 사람들이 국내시장이나 미국시장 중 한 곳에만, 그것도 특정한 한두 업종에서만 주식을 고르지만, 제 포트의 종목들을 보면 해외와 국내, 그리고 다양한 여러 업종에서 종목을 골랐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작년에 반토막 가까운 손실을 경험한 분들 중 아직 주식투자를 포기하지 않은 분이라면 분산투자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현금대신 보유하고 있는 미국 10년물 국채 ETF인 'IEF'에 대해 한마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혹자들은 연말가치 기준으로 'IEF'가 10% 넘게 떨어진 것을 보고, '현금 대신 보유하기에는 안정성이 부족하지 않나?' 하고 생각될 것입니다. 그런데, 작년에 저는 전체 포트에서 같은 비중을 유지하면서도 'IEF'를 일부 팔아서 떨어진 주식을 더 살 수 있었습니다. 환율이 1,400원 가까이 급등한 달이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IEF'를 포트에 일정한 비중만큼 보유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주가가 폭락할 때 채권의 가격, 특히 미국국채는 급등하고, 달러환율 역시 급등하는 경향이 있어서였습니다. 하지만, 작년은 채권과 주식의 가격이 모두 떨어지는, 역사적으로도 매우 이례적인 해였습니다. 따라서, 주가하락기에 채권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지만, 환율의 급등이 이를 어느 정도 상쇄해 준 것이었습니다.

 

 작년과 같은 비교적 경미한 하락장에서는 큰 효과를 볼 수 없었지만, 언젠가 다가올 거대한 하락장에서는 엄청난 위력을 보여줄 것으로 믿고, 저는 'IEF'를 계속 보유할 생각입니다.

 

2023년 1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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