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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10년을 보유할 주식 - Accenture plc (NYSE: ACN) (4)

 제게는 10년이나 20년 후의 미래가 정확히 어떤 모습일지, 혹은 어떤 종목의 주가가 가장 많이 올라있을지를 맞힐 능력이 아쉽게도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해 보이는 것은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양자컴퓨팅 같은 기술들은 10~20년쯤 후에는 지금보다 훨씬 발전되어 있으리라는 것과 여기저기서 훨씬 많이 쓰이고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얼마 전에 끝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인공지능이 오프사이드를 잡아 내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또, 황희찬 선수가 입었던 브라처럼 생긴 센서조끼는 10~20년쯤 후에는 사물인터넷 초기의 제품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것들을 하고 있는 구글이나 애플, 네이버, 카카오 같은 잘 나가는 회사의 주식을 지금 당장 사야 할까요? 마침 최근 들어서 주가도 꽤 떨어졌으니, 적절한 진입시점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종목들에는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인터넷이나 핸드폰 도입의 초기에 야후나 라이코스, 노키아, 천리안, 하이텔 같은 지배적인 회사들에 비하면 구글과 애플, 네이버, 카카오 같은 회사들은 존재하지도 않았거나 이름도 생소했던 벤처기업들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지금이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 도입의 초기 국면임을 생각하면, 이들 산업이 훨씬 발전되어 있을 미래에도 이들 기업들이 여전히 지배적인 위치에 있을지는 확실치 않아 보입니다. 과거의 사례들을 적용하자면, 오히려 미래의 제패자는 실리콘 밸리나 판교의 어느 작은 사무실에 있을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는 벤처기업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이런 산업들이 발전해 가는 것을 손가락만 빨며 지켜보아야 할까요?

 

 괜찮습니다. 제게는 제목에 있는 이 종목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는 IT 컨설팅 분야의 1위 기업으로, 최초의 상업적 컴퓨터 도입이었던 1950년대 GE의 컴퓨터 도입을 컨설팅한 이후 이 산업의 발전과 함께 성장해 왔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등장할 혁신적인 기술의 벤처기업들도 이 회사에게는 경쟁자가 아닌, 그런 기술을 도입하고 싶어 하는 고객들을 위해 협력할 대상이 된다는 점이 이 종목이 매력적인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러니까, IT 기술이 발전을 멈추고 현재의 판도가 그대로 굳어지는 것이 아닌, IT 기술이 계속 발전하며 판도가 바뀌고, 생태계가 진화할수록 이 회사는 더 많은 서비스를 팔 수가 있다는 말입니다.

 

 이 회사의 고객들이 규모가 큰 대기업이나 각국의 정부기관들 임을 생각하면, 그런 대형 프로젝트들은 이름값이나 시공실적을 주요시 하므로, 이 회사에게는 미래의 경쟁자들도 별로 두려워 보이지가 않습니다.

 

 아래에 보이는 실적과 이익률의 장기추이에서도 이 회사가 발전하는 IT 기술의 수혜를 입으며 성장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G/M: 매출총이익률 // O/M: 영업이익률

 

 꾸준히 우상향하는 실적의 추이에 이익률도 높아지고 있고 미래전망까지 밝으니, 이 종목은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사기만 하면 언젠가는 큰 부자가 될 것 같습니다.

 

 걱정 거리가 없어 보이는 이 종목에도 한 가지 근심이 있는데, 아래의 초록선으로 보이는 ROE가 장기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ROE: 순자산이익률 / BPS: 주당순자산 / FCS: 주당자유현금흐름

 

 여전히 30%에 이르는 높은 ROE이기는 하지만 몇 해 정도도 아니고, 이렇게 계속 ROE가 떨어지고 있다면 곤란합니다. 언제까지 ROE가 떨어질지 모를 상황에서는 BPS에 최근 5년이나 10년의 평균 ROE를 여러 번 곱해서 추정하는 제 방식의 내재가치 계산이 고평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앞에서 봤던 영업이익률의 장기추이는 등락은 있었지만 분명히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ROE, 그러니까 순자산이익률은 순이익을 순자산으로 나누어 구하고, 순이익은 영업이익에서 세금이나 이자비용 같은 것들을 빼면 나오는 숫자이므로, 영업이익률이 높아진다면 ROE 역시 높아져야 하는데도 ROE가 낮아지고 있다면 분자인 이익 보다 분모인 순자산의 증가가 더 컸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 종목의 순자산, 그러니까 자본이 왜 이토록 빠르게 늘어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자본변동표에 나오는 금액이 큰 항목들의 추이를 아래와 같이 그려 보았습니다. 50~60%가 넘는 지나치게 높은 ROE는 자본이 조금만 증가해도 급전직하하게 되므로, 2012년 이후의 추이만 그렸습니다.

 

 붉은 선의 주주환원은 배당과 자사주매입액의 합계로, 순자산을 줄이는 요인입니다. 따라서, 이 종목과 같이 매년 늘어나는 순이익과 비슷한 규모의 주주환원을 하게 되면, 순이익이 순자산으로 유입되어 순자산이 증가하는 것을 막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종목의 순자산이 빠르게 증가했던 것은 옅은 회색선으로 보이는 '주식보상'액의 유입이었습니다. 주식보상이란 임직원들에게 성과급 대신 주는 주식을 말하는 것으로, 주식을 새로 발행하게 되므로, 그만큼 자본은 증가하게 됩니다.

 

 한편, 이 종목의 재무상태표를 보면,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는 것이 아닌 지식이나 노하우를 파는 컨설팅 회사답게 설비와 같은 유형자산은 거의 없는 반면, 현금성 자산과 영업권이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영업권이란 다른 회사를 인수할 때 준 돈 중에서 그 회사의 장부가치를 초과하는 액수를 기록하는 회계의 항목입니다. 

 

 이 회사의 자산구조를 이해하는 데는 이 회사의 핵심자산이 지식과 노하우 같은 인적자본임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인적자본을 나타내는 항목은 재무상태표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주식보상액이나 영업권은 이 회사가 인적자본을 이용해 벌어들인 돈을 써서 늘리고 있는 항목들입니다. 그러니까, 이 회사의 경우 증가하는 인적자본의 일부가 자본변동표에는 주식보상이라는 항목으로, 재무상태표에는 영업권이라는 항목에 녹아들어 가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 회사의 인적자본이 줄어들 것 같지는 않으므로, 앞으로도 자본은 꾸준히 늘어나서 ROE를 떨어뜨리게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이 회사의 가치를 과대평가하고 있는 셈이 됩니다.

 

 그런데, 다시 앞의 ROE 그래프로 돌아가서 최근 몇 년간의 추이를 자세히 보면, 계속 늘어나는 주식보상액과 순자산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ROE는 하락을 멈춘것처럼 보입니다. 이는 다시 이익률 그래프로 돌아가서 최근 몇 년간의 추이를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익의 증가가 순자산의 증가를 상쇄시킬 만큼 이익률이 높아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높아진 이익률은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을까요? 만약 그런다면, 저는 이 종목의 과대평가라는 어려운 문제에서 자유로워지게 됩니다.

 

 우선, 매출총이익률과 영업이익률이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고, 영업이익은 매출총이익에서 판관비를 빼면 나오는 숫자이므로, 최근 몇 년간 매출총이익이 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지를 알아봐야겠습니다.

 

 매출총이익은 매출에서 원가를 빼면 나오는 숫자인데,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지 않는 이 회사의 경우는 인건비가 원가의 큰 부분을 차지하리라는 것은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직원수를 줄인 것이 이익률 상승의 원인이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매출액과 매출총이익, 직원수의 장기추이를 아래와 같이 로그축에 그려 보았습니다.

 

 환장할 노릇입니다. 검은선의 직원수는 붉은선의 매출총이익과 비슷한 기울기로 증가해 왔습니다. 컨설턴트들의 연봉을 깎기라도 한 것일까요? 이 문제를 푸는데 사흘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제가 찾은 해답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 문제를 푸는 데는 이 회사가 컨설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웃소싱, 그러나까, 고객사들의 재무나 회계, 마케팅, 영업 같은 특정 업무 중 일부를 위탁받아 처리해주는 아웃소싱 부문의 매출비중이 45% 정도로 꽤 크다는 점이 큰 힌트가 되었습니다. 또, 사업보고서를 읽다 보면, 가장 많은 직원들이 있는 나라는 인도와 필리핀, 미국의 순서라고 되어 있습니다.

 

 사실상 미국회사인 이 기업의 직원수가 왜 인도와 필리핀에 더 많은 것일까요?

 

 인도는 IT 하청과 영미권의 콜센터를 제외하면 산업이 거의 없는 나라입니다. 또, 인도와 필리핀의 공통점은 영어가 공용어이면서 값싼 노동력이 풍부한 나라들입니다. 그렇습니다. 최근 이 회사 직원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이익률이 높아질 수 있었던 이유는 저임금의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아웃소싱 부문 직원수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아웃소싱 부문의 성장이 최근 이 회사 이익률 상승의 주 요인이어야 하는데, 아래의 부문별 매출비중을 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외주부문의 매출비중은 2016년 경 부터 45% 정도를 유지하고 있고, 사실 이익률이 높아지려면 고부가 업무인 컨설팅 부문의 비중이 높아져야 하는 것이 이치에 들어맞을 것 같습니다.

 

 '외주부문의 직원수가 크게 늘었지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늘지 않았다..' 반대로 생각하면, 컨설팅 부문은 직원수를 크게 늘리지 않고도 더 많은 일을 하고있다는 말이 됩니다.

 

 그렇습니다. 이 회사는 고객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컨설팅 업무에도 인공지능같은 기술을 활용해서 예전보다 적은 인원으로 같은 양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016년은 인공지능의 역사에서 전환점인 사건이었던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국이 있었던 해이고, 이 회사 이익률이 상승하기 시작한 시점이 그 부근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아직은 주로 사람이 하고 있는 콜센터나 단순 코딩 같은 업무들도 조만간 인공지능이 대신하게 될 일들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회사의 이익률은 앞으로 더 높아지게 될 것 같습니다.

 

 자, 어려운 문제를 풀었으니 오늘은 한잔 해야겠습니다.

 

2022년 12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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