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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10년을 보유할 주식 - Chase Corporation (NYSE: CCF) (3)

 이 회사는 1946년에 설립되어 76년이라는 꽤 오랜 업력을 가진 회사로, 주로 다양한 산업에서 만들어지는 물건들을 접착하거나 보호할 목적의 소재나 중간재를 만드는 정밀화학 기업입니다. 이 회사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만드는지는 아래의 표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제가 이 종목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접착이나 코팅이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 거의 없어서입니다. 방바닥이나 가구는 물론이고, 전자제품, 자동차, 우주/항공 분야까지, 접착과 코팅이 필요하지 않은 산업을 찾기가 힘듭니다. 또, 요즘 나오는 물건들에서는 예전처럼 볼트와 너트가 많이 보이지 않고, 예전처럼 장인이 일일이 옻칠이나 니스칠을 하는 물건들이 많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회사 제품의 수요처는 날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이 회사가 만드는 코팅이나 접착용의 소재나 제품들이 범용제품이 아닌 특수목적의 중간재, 그러니까, 수요산업이나 제품별로 요구하는 특성이나 물성이 달라서 전문적인 기술과 노하우가 없으면 만들지 못하고, 대규모의 설비도 필요한 정밀화학 업종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 종목은 원래 이런 사업을 하던 회사들이 아니면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진입장벽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전자회로를 보호할 목적의 코팅과 케이블 피복용 소재의 비중도 높아서 5G 이동통신과 사물인터넷의 확산도 기대되는, 성장성도 겸비한 종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 종목은 이익의 안정성과 사업의 성장성을 모두 갖춘 종목이므로, 지난 15년간의 실적과 이익률 추이를 보겠습니다. 과거의 실적추이를 보는 이유는 거기서 지금까지의 성장이 한 10년쯤 후의 미래에도 이어질지에 대한 단서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G/M: 매출총이익률 // O/M: 영업이익률

 등락은 있었지만, 실적과 이익률이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익률의 그래프를 자세히 보면 '2014~2017년에 높아진 이익률이 최근 몇 년간은 다시 예전의 상대적으로 낮았던 이익률로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들게 합니다. 최근 몇 년간의 영업이익이 정체상태였다는 점과 아래 초록선의 순자산이익률 추이를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ROE: 순자산이익률 / BPS: 주당순자산 / FCS: 주당자유현금흐름

 

 이익률이 하락하는 이유가 경쟁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라면, 수요처의 전망이 아무리 밝다고 해도 남들이 먹다 남긴 파이 정도만 얻어 먹게되고, 일이 그쯤이면 주가는 급전직하하게 될 것이므로, 최근의 이익률 부진의 원인을 알아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선, 앞의 이익률 그래프를 다시 자세히 보면, 매출총이익률과 영업이익률의 추이가 비슷하다는 점을 알게됩니다. 매출총이익은 매출에서 제조원가를 빼면 나오는 숫자이고, 영업이익은 거기서 판관비를 빼면 나오는 숫자이므로, 두 이익률이 비슷하게 움직였다면 제조원가가 이익률의 방향을 결정한 주범이었다는 말이 됩니다. 

 

 정밀화학도 화학업종이니 유가와 이 회사 이익률의 추이를 비교해 봐야겠습니다.

왼쪽: 유가 / 오른쪽: 동사 이익률

 상관관계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원재료비의 영향이 크지않으니, 고부가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도대체 무엇이 원가율 등락에 영향을 미친 것일까요? 직원수를 늘렸다 줄였다 하기라도 한 것일까요? 이럴 때는 미국의 사업보고서에도 한국처럼 '비용의 성격별 분류'같은 항목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말보다 숫자를 선호하기 때문인데,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업보고서에서 말로 설명한 원가율 상승의 이유를 그대로 믿을수 없고, 단편적인 그 해의 이유들만 나열했으므로 그것으로 제가 원하는 장기적인 추세가 역전된 이유는 찾을 수 없으므로, 사업보고서에 나오는 부문별 실적과 이익률의 추이를 아래와 같이 그려 보았습니다. 2018년 경부터 '산업용 재료 부문'은 '접착제/실란트/첨가제 부문'과 '산업용 테이프 부문'으로 쪼개어졌으므로, 두 부문의 숫자들을 합산했습니다.

 해당기간 동안 '건설용 재료 부문'의 매출은 정체상태 였던데 반해, 이익률은 2015~2016년 경에 급등한 후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산업용 재료 부문'의 실적은 꾸준히 우상향 하고 있고, 매출비중도 높으며, 이익률의 추이가 이 회사 전체 이익률의 추이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산업용 재료 부문'의 이익률이 전체 이익률의 추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2018년 경 '산업용재료 부문'이 갈라진 두 부문 중에서는 어떤 부문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봐야겠습니다.

 신기하게도 앞의 그림과 판박이 처럼 비슷합니다. '접착제/실란트/첨가제 부문'은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이익률이 요동치고 있는 반면, '산업용 테이프 부문'은 매출과 이익률이 거의 정체상태입니다. 따라서, 데이터를 구할 수는 없지만, 앞에서 본 '산업용 재료 부문'의 이익률이 이 회사 전체 이익률과 비슷했던 원인은 실은 '접착제/실란트/첨가제 부문'에 있었음을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접착제/실란트/첨가제 부문'의 이익률은 왜, 최근 몇년간 낮았던 것일까요?

 

 이 문제를 푸는 데는 이 회사가 공장을 새로 짓기보다 비슷한 사업을 하는 작은 회사들을 꾸준히 인수하여 성장해 왔다는 점과 아래의 부문별 정보에서 '접착제/실란트/첨가제 부문'의 상각액이 다른 두 부문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 큰 단서가 되었습니다. Amortization, 그러니까, 무형자산의 상각액은 대개 다른 회사를 인수하면 급증하게 됩니다.

 

 실제로 이익률이 낮아지기 시작한 2017년 이후 이 회사는 전보다 많은 회사들을 인수하여 주로 '접착제/실란트/첨가제 부문'에 통합시키는 작업을 반복해 왔습니다. 그러면, 상각액은 판관비에 포함되는 비용이므로, 영업이익률의 추이에 대한 의문은 풀렸는데, 비슷하게 움직이는 매출총이익률은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이는 매출원가를 구하는 다음의 공식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 매출원가 = 기초상품재고액 + 당기상품매입액 - 기말상품재고액

 

 그러니까, 회계연도의 중간에 다른 회사를 인수하게 되면 그 인수한 회사의 재고가 당기상품매입액에 포함되어 원가율을 높이게 되는 것입니다. 이 경우 물론 인수한 회사의 물건을 팔아 매출액도 증가하게 되지만, 원재료를 산 것과 재고를 산 것은 원가율에 미치는 영향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접착제/실란트/첨가제 부문'이 이 회사의 양적인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알겠는데, 왜, 매출의 성장이 없었던 '산업용 테이프 부문'과 '방청/방수 부문'의 이익률이 높아진 것일까요?

 

 이 질문에는 '접착제/실란트/첨가제 부문'은 정밀화학 분야로 다른 두 부문이 만드는 제품들의 기반기술이 된다는 점이 해답의 실마리가 됩니다. 그러니까, 다른 두 부문의 돈이 안 되는 사업은 팔거나 접고, 정밀화학 역량을 활용해 돈이 되는 제품이나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 모든 점들과 이 회사가 역사적으로 인수한 회사들을 잘 통합하여 실적과 이익률을 높여왔음을 생각하면, 이 종목의 이익률은 장기적으로 낮아지기보다 높아진다는데 한 표를 던지고 싶습니다.

 

2023년 1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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