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좋았던 재작년에서 작년 초쯤만 해도 자신의 계좌잔고를 캡처해서 SNS에 올리는 계좌인증이 유행했던 것 같은데, 요 근래에는 그런 인증샷들이 자취를 감춘 듯합니다. 사실, 그런 식의 짧은 기간에 낸 대박수익률을 자랑하는 행위는 진의도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자신의 투자여정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만족할만한 수익률을 달성했다면 그 자체로도 이미 스스로 만족하고 있을 텐데 굳이 개인의 비밀정보인 계좌내역을 캡처해서 얼굴도 모르는 남에게 보여줄 이유가 있을까요?
소문이나 허황된 정보, 혹은 급등주 같은 것을 쫓지 않는 진지한 투자자라면 어떤 사기꾼이 올렸을지 모를 계좌인증샷 같은 것을 믿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신, 자신의 연간 투자성과를 코스피나 S&P 500, MSCI ACWI와 같은 지수와 비교해서 점검해 보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포트폴리오 내의 종목수가 많지 않다면 1~2년 정도 지수의 수익률에 뒤지는 것도 흔한 현상이겠지만, 포트의 전체적인 성과가 수년째 지수에 못 미치고 있다면 뭔가 자신의 투자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그냥 지수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아닐지를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그러면, 먼저 제가 비교지수로 삼고있는 MSCI ACWI의 지난해 성과를 보겠습니다.
- MSCI ACWI: '20년 종가 645.29 / '21년 종가 755.3
- 미국달러 환율: '20년 종가 1,088원 / '21년 종가 1,190.5원
- 원화로 환산한 ACWI의 '21년 수익률: +28.08%
지수를 우습게 생각하는 대부분의 개미들 중 작년 한 해의 계좌수익률이 20%를 넘은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은 제가 작년 한 해 동안 보유했거나, 사고팔았던, 모든 종목들의 원화로 환산한 등락률입니다.
저는 현금 대신 미국 장기국채 펀드인 'IEF'를 12% 정도의 비중으로 보유하고 있고, 미국 주식군과 국내 주식군은 같은 비중으로, 그리고 각각의 종목은 그 주식군 안에서 동일한 비중이 되도록 일 년에 두 번씩 비중을 재조정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오른 종목을 일부 팔아서 떨어진 종목을 더 산다는 말입니다. 또, 저는 다른 수입이 전혀 없는 전업투자자여서 역시 오른 종목을 일부분 팔아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의 종목들의 등락률을 평균한 값은 제 실제 성과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중간에 증권계좌에 추가로 돈을 더 넣거나 뺀 적이 없다면 연말의 계좌잔고를 전년말의 잔고로 나누어 쉽게 연간 수익률을 계산할 수 있을 것이나, 중간에 입금이나 출금이 있었다면 다음과 같이 비교적 쉽고 정확하게 연간 수익률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1) 월말의 계좌잔고를 전월말의 잔고로 나누어 월간 수익률을 계산하되,
2) 입금이 있었던 달은 입금액 만큼을 월말 계좌잔고에서 빼주고,
* 전월 1억이 1.1억이 되었는데 5백을 추가 투입했다면: (1.1억-0.05억)/1억=1.05 -> +5%
3) 출금이 있었던 달은 출금액만큼을 월말 계좌잔고에 더해주고,
* 전월 1억이 1.05억이 되었는데 중간에 5백을 출금했다면: (1.05억+0.05억)/1억=1.1 -> +10%
4) 주의할 점은 전월에 입/출금이 있었더라도 금월에 입/출금이 없었다면, 정상적으로 월말 계좌잔고를 조정하지 않은 전월말 계좌잔고로 나누어 월간 수익률을 계산
5) 월간수익률을 모두 곱해 연간 수익률을 계산
다음은 이와같이 계산한 제 포트의 2021년 수익률입니다.
- 연간 수익률: +11.09%
28%가 넘는 MSCI ACWI 지수의 성과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형편없는 성과입니다 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습니다. 제 수익률을 공개하기 시작한 2019년부터 3년간의 성과는 99.07%로 ACWI 지수의 78.27%를 앞서고 있기도 하고, 앞에서 얘기했듯이 소수의 종목으로 꾸려진 포트가 시장지수에 1~2년 정도 뒤질 수 있는 것은 흔한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굳이 구차한 변명을 하자면, 작년은 구글이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같은 미국 성장주들의 성과가 매우 좋았는데, 이는 작년의 환율을 감안한 나스닥 상승률(+73.12%)을 코스피 상승률(+3.65%)과 비교해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미국 대형 성장주들은 시총의 규모가 워낙 커서 미국 시장지수뿐만 아니라 MSCI ACWI에서도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작년의 ACWI 성과는 좋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특정한 유형의 주식들이 계속해서 성과가 좋기는 힘듭니다. 만약 그런 유형의 주식이 있었다면 모두들 그 주식을 사서 부자가 되었어야 할 것입니다. 올해 들어 급락하고 있는 성장주들의 주가를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제 말을 성장주를 팔고 가치주를 사라는 것으로 오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시장의 순환을 매번 정확하게 맞혀서 부자가된 사람은 없습니다.
변명을 좀 더 이어가자면, 작년에 주가가 부진했던 제 종목들 중 ROST와 CCF, KCI, 프로텍은 코로나 국면이 해소되면 이익이 크게 늘어날 회사들입니다. 이엔에프테크놀로지의 경우는 주로 투자치출의 영향으로 작년의 이익이 줄었고, 휴온스는 제가 보기에는 주가가 떨어질 이유가 없었던 종목입니다.
주가가 내재가치나 늘어나는 이익에 화답하는 데는 때로는 1~2년 이상의 시간도 걸리므로 올해는 제 포트의 수익률이 비교지수를 확실히 앞설 것이라고 장담하지는 못하겠지만, 5~10년 후라면 확신하고 있습니다.
2022년 1월에, 동해에서..
'투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분자/분모=? (인플레이션) (2) | 2022.01.23 |
---|---|
피터 린치의 함정 (6) | 2022.01.22 |
10년을 보유할 주식 - Chase Corporation (NYSE: CCF) (2) (0) | 2022.01.13 |
10년을 보유할 주식 - Accenture plc (NYSE: ACN) (3) (0) | 2022.01.07 |
호구가 되지 않는 법 (9) | 2022.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