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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호구가 되지 않는 법

 포커판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패가 돌기 시작한 지 20분이 지났는데 아직 누가 호구인지 모르겠다면, 바로 자신이 호구이다'. 이 말을 주식시장에 적용하자면, '주식을 시작한 지 2~3년이 지났는데 아직 누가 호구인지 모른다면, 바로 자신이 호구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주식시장을 도박판으로 보지는 않지만, 제 눈에 호구는 보입니다. FAANG이나 MAGA 혹은 테슬라 같은 미국 주식이 지난 10년간 많이 올랐다고 내재가치를 계산해 보지도 않고 사거나,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주식의 주가가 정배열에 들어왔다고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과 그 사업의 미래 전망도 분석해 보지 않고 그 주식을 사는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혹은, 이 도박판의 타짜처럼 보이는 기관투자자조차 가끔 호구처럼 베팅을 하다가 파산하기도 합니다.

 

 투기판에서 호구가 되지 않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투기를 하지 않으면 되는 것 입니다. 도박을 멈추고 뒤로 물러나 팔짱을 끼고 도박판을 구경하고 있으면 모든 것이 보입니다. 누가 호구인지, 누가 블러핑이라고 하는 뻥카를 치는지, 혹은 판을 오래 지켜 본다면 누가 타짜인지 조차 보입니다. 

 

 주식시장은 대단히 큰 판입니다. 어느 나라나 경제가 발달해 있는 국가라면 그 나라의 경제에서 주식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큽니다. 오죽하면 각국의 중앙은행이나 정부들이 자국의 주가를 띄우기 위해 그렇게 노력을 하겠습니까? 이렇게 큰, 국가경제의 일부인(사실 대부분 입니다) 판이라면, 결국 그 국가경제의 성장에 그 판의 규모는 수렴하게 됩니다. 혹은, 심지어 그 나라의 경제성장이 지지부진해도 그 와중에 성장하는 기업은 항상 있습니다.

 

 그렇게 큰 판이라면 당연히 그 판에 뛰어드는 참가자들은 각자 판을 보는 관점이 다를 것입니다. 도박판으로 보고 가급적 빨리 수익을 실현해 도박장을 빠져나가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들을 이용해 최대한 시장에 오래 머무르며 많은 수익을 챙기려는 사기꾼들, 그리고 투기판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사업이 성장함으로써 부를 얻는 대주주들..

 

 많은 개미들이 차트나 수급을 분석해 자신은 적절한 시점에 이익을 챙겨 빠져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며 주식을 하지만, 10~20년 정도 그런 식으로 주식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런 방식은 호구들의 방식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투기가 아닌 진지한 투자를 하는 개인이라면, 대주주들처럼 투기적인 시장환경에서 초연할 수 있습니다. 투기적인 환경이 자신의 기업에 몇 년간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결국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그냥 광활한 바다의 파도와 같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고른 종목이 일시적인 투기의 열풍에 휩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그 종목의 비중을 줄여 자신이 고른 다른 종목에 배분해 주는 방식으로 대응하면 됩니다. 이것이 투자자가 사업가보다 유리한 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멀리 보면 넓게 보이는 법입니다.

 

2020년 7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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