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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분자/분모=? (인플레이션)

 딱히 이유가 없이 벌어지는 현상을 우리는 우연이라고 부릅니다. 물가가 올라서 금리가 오르면 성장주의 주가가 떨어진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속 시원히 애기해 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면 그 현상은 우연일 확률이 높기에, 금리가 올라 성장주의 주가가 떨어지는 지금의 현상은 일시적인 우연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을 것이므로, 그 이유를 명확히 아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산수시간에 분자를 분모로 나누어 값을 구하는 나눗셈을 배웠을 것입니다. 그리고, 분모는 같은데 분자가 커지면 그 값은 커지고, 반대로 분자는 같은데 분모가 커지면 그 값은 작아진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투자는 미래의 가격을 맞히는 게임입니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문이나 테마, 혹은 차트의 추이만 바라보는 대부분의 개미들에게 미래의 가격은 생소하고 관심도 없는 영역이겠지만, 진지한 투자자들은 미래의 가격을 각자 나름대로 계산합니다.

 

 주식시장을 주도하는 기관투자자들도 이런 계산을 하는데, 대개 10~20년 후의 주가나 기업의 가치를 추정합니다. 막연히 감으로 추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이 10~20년간 벌어들일 이익을 예상하여 계산을 합니다. 그 기업이 앞으로 10~20년간 벌어들일 이익은 분자에 영향을 주는 요소입니다.

 

 그리고, 10~20년 후의 기업의 가치를 현재의 주가와 비교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연간 목표수익률이나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값으로 10~20번 나누어주면 됩니다. 이를 '10~20년간 할인한다'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니까, 이 할인율은 분모가 됩니다. 

 

 물가가 오르면 금리는 높아지게 되므로, 금리가 높아지면 이 분모가 커지게 됩니다. 즉, 분자가 같다고 가정하면, 금리가 오르면 분모만 커져서, 그 나누어 나오는 값은 작아지게 됩니다. 이것이 금리가 오르면 주가가 떨어지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겨우 몇 퍼센트 정도 오르는 금리로 인해 주가는 수십 퍼센트에서 반토막까지 떨어지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분모로 분자를 한두 번 나누는 것이 아니라, 10~20번 나누는 것 임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분자가 100으로 동일할 때, 3%와 5%, 7%의 금리로 10년간 할인한 다음의 결과를 보면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 3%로 10년간 할인: 100/(1.03^10)=74.41 (-25.59%)

 -> 5%로 10년간 할인: 100/(1.05^10)=61.39 (-38.61%)

 -> 7%로 10년간 할인: 100/(1.07^10)=50.83 (-49.17%)

 

 단 몇 퍼센트의 금리 차이로도 주가는 수십 퍼센트씩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이해가 되었을 것입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알고 있어야 할 것은 기관투자자들은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는 그때그때의 금리 수준으로 할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 1~2년 후에 올라있을 예상되는 금리로 할인을 한다는 점입니다. 금리가 오를 몇 개월마다 목표주가를 수정한다면 그 자주 바뀌는 목표주가는 신빙성이 떨어져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왜 금리가 오르면 유독 성장주의 주가만 떨어진다고 하는 것일까요? 분모가 커지면 값이 떨어지는 것은 가치주도 마찬가지일 텐데 말입니다.

 

 그 답은 분자에 있습니다. 물가가 올라서 금리가 오른다는 말은 대개는 공급보다 수요가 증가해서 경기가 좋아진다는 말입니다. 경기가 좋아져서 소득이 늘게 된다면, 아무래도 사람들은 돈을 더 쓰게 됩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원하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분자는 높아지는 금리나 그 이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그러면, 경기가 좋아지는데 성장주의 분자는 왜 증가하지 않는 것일까요?

 

 지금의 성장주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혹은 네이버나 카카오, 게임회사들은 싸이버 세상에서 뭔가를 해서 돈을 법니다. 그런데, 소득이 증가한다면 대개 자동차나 TV를 바꾼다거나 외식이나 여행을 좀 더 자주 하지, 넷플릭스를 더 오래 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더 오래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소득이 없어서 하루 종일 방구석에서 컴퓨터 게임만 하던 백수가 한 달에 5백만 원쯤 소득이 생기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쉽습니다. 컴퓨터를 바꾸기는 할 것이나, 게임을 하는 시간을 늘리는 대신 밖으로 나가 누군가를 만나며 돈을 쓰는 시간이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집 밖으로 나가면 돈입니다.

 

 싸이버 세상에서 하는 일들은 대개 현실 세상에서 하는 일들보다 훨씬 돈이 적게 듭니다. 필드에 나가서 골프를 치려면 한 번에 수십만 원의 돈이 들 것이나, 집에서 컴퓨터로 하는 골프게임은 거의 돈이 들지 않습니다. 

 

 경기가 좋아진다고 분자가 증가하지 않는 것은 싸이버 세상에서 뭔가를 하는 기업들 뿐만 아니라, 바이오 신약을 개발하거나 전기차 같이 먼 미래에야 실제로 돈을 벌게 될 기업들에게도 해당됩니다.

 

 제가 하는 얘기를 당장 금리가 오르고 있으니 성장주를 팔고 가치주를 사라는 것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장 예상되는 1~2년간의 금리 상승은 이미 주가에 반영되어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금리의 방향을 예상해서 뭔가 베팅을 하려면, 1~2년 후가 아닌, 최소한 3~4년 이후의 방향성을 예측해야 하는데, 앞으로 3~4년 후에도 여전히 금리가 오르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하고 생각할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불가능한 경기나 금리의 예측은 포기하고, 기업이 하는 사업에 집중하라는 것입니다. 앞으로 분모가 커지던 작아지던 분자는 그 보다 더 커질 기업을 찾는 것 말입니다.

 

2022년 1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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