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처음 이 블로그를 시작할 때부터 제 투자 포트폴리오의 연간 성과를 공개하리라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제 글들을 통해서 장기 가치투자의 필요성을 설파해 왔는데, 이런 방식의 투자를 통해 만족할만한 수익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이는 술집에서 남들이 듣건 말건 자신의 얘기만 떠들어대는 주정뱅이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장상황이 좋았거나, 특별히 그 시기에만 들어맞았을 투자법을 택했을 수 있기에, 한두해 정도의 성과로 그 투자법을 판단하는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여, 최소 5년에서 10년 정도의 성과를 측정해 보아야 하나, 매년 제 투자성과를 지속적으로 보여준다면, 이는 해결될 문제인 듯합니다.
우선, 사람마다 주식투자에 바라는 수익률이 다르므로 자신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해서는 비교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가 필요합니다. '누구는 어떤 주식을 사서 2배가 되었다더라' 혹은 '누구는 어떤 주식에 빚까지 끌어 몰빵 했다가 모두 날렸다더라'와 같은 말들은 객관적인 지표가 되지 못합니다. 가장 좋은 지표는 우리가 뉴스에서 항상 확인할 수 있는 전체 시장을 대변하는 코스피나 S&P500, 혹은 저와 같이 국내/해외주식을 모두 보유한다면 MSCI ACWI 같은 지수들이 될 것입니다.
다우나 코스닥같이 전반적인 경제상황을 대변하지 못하는 지수들은 객관적인 비교 지표로 사용하기에는 부적당해 보입니다.
아래는 제가 사용하는 비교지표인 MSCI ACWI 지수의 2019년도 수익률입니다.
- MSCI ACWI: 18년 종가 452.69 / 19년 종가 565.24
- 미국 달러 환율: 18년 종가 1,116원 / 19년 종가 1,156원
- 원화 환산 ACWI 수익률: +29.34%
지수를 우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작년에 자신이 사고팔았던 모든 종목들의 수익률 (혹은 계좌수익률)이 29%를 넘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싶습니다. 최근 5년간의 환율을 감안하지 않은 ACWI의 연복리수익률은 +9.87%로, 이는 제레미 시겔 교수가 100년 이상의 주식시장을 조사해 얻은 연복리수익률 9~10%와도 일치합니다. 작년에 이 지수의 수익률이 이례적으로 높았던 데에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이 좋았고 (환율을 감안한 S&P500 지수 수익률은 +33.5% 였습니다), 또, 환율의 영향도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작년의 코스피 수익률은 +7.67% 였습니다.
다음은 제가 작년 한 해 동안 보유했거나, 사고팔았던, 모든 종목들의 가격 등락률입니다.
대부분의 개미들처럼 참 많은 종목들을 사고팔았습니다. 이렇게 잦은 매매를 해서는 탁월한 성과를 달성하기 힘든데, 저의 경우는 다행히 1월에 매매가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는 지금과 같은 투자관이 확립되기 이전에 사들인 많은 종목들을 정리하지 못하고 보유하고 있다가 작년 1월에서야 정리했기 때문입니다.
제 포트의 수익률은 각 종목들의 등락률을 평균한 값과는 거리가 멉니다. 우선, 안전자산인 IEF를 12.5%의 비중으로, 그리고 국내 주식과 해외주식을 각각 나머지 비중의 절반씩, 또, 각 종목들은 각각의 자산군 안에서 동일한 비중으로 해서, 일 년에 두 번씩 비중을 재조정해주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저가매수/고가매도를 기계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입니다.
또, 저의 경우는 별도의 다른 수입이 없는 전업투자자여서 정기적으로 투자포트 내의 증권을 일부 팔아서 생활비를 충당해야 하고, 작년의 경우 추가 투자금도 있었기에 19년 말의 계좌 잔액을 18년 말의 금액으로 나누는 것도 실제 투자수익률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제 포트의 일 년간 수익률을 계산했습니다.
우선, 매월 말의 계좌잔고로 월간 수익률을 계산하되, 입/출금의 영향을 제거하기 위해서 추가투입금이 있었던 달은 월말의 계좌잔고에서 추가투입금 만큼을 빼주고, 인출금이 있었던 달은 그 금액만큼을 더해주어 월간수익률을 계산했습니다. 만약 전월말 1억원이 이번달말에 1.1억원이 되었는데, 중간에 5백만원을 추가로 투입했다면, 이달의 수익률은 5%가 되는 식입니다(즉, (1.1-0.05)/1=1.05). 다음달은 입/출금이 없다면 정상적으로 월말 계좌잔고액을 전월말 계좌잔고액으로 나누어 계산하고, 연간수익률은 모든 월간수익률을 곱하면 됩니다.
다음은 이렇게 계산한 제 포트의 2019년 수익률입니다.
- 연간 수익률: +30.55%
가끔 제 투자성과를 물어보는 친구들에게 '작년 같은 경우는 30% 였다'라고 얘기하면 '우와!' 하는 반응들입니다. 그런데, 제가 '작년의 시장수익률도 그 정도였다'라고 얘기하면 고개를 갸웃하며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들입니다. 국내 시장의 작년 수익률이 7~8% 정도로 상대적으로 저조했으니, 일견 30%는 꽤 높은 수익률로 보이지만, ACWI의 수익률을 감안하면, 사실 힘들게 공부를 하고 종목을 분석하여 얻은 수익률이라고 말하기에는 민망합니다. 더욱이 매년 ACWI 수익률을 5% 이상 앞서는 것이 제 목표인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자신의 연간 성과를 계산했다면, 그 성과가 좋았던 부진했던, 원인을 분석해 보아야 합니다. 그럴 시간이 없거나 번거롭다면, 여러 번 얘기했듯이 그냥 지수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작년의 제 포트 수익률이 부진했던 원인은 확신 없이 들고있었던 종목들과는 무관했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1~2년의 단기간에 주가가 오를 종목을 골라낼 능력도 없고, 실제로 1월에 정리했던 많은 종목들을 작년내내 보유했더라도 전체적인 작년의 성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확신없이 들고 있던 많은 종목들을 1월에 정리했던 것은 장기적인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함이지, 당장 1~2년간의 수익률 향상이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작년의 제 투자성과 부진의 사유는 ACWI가 작년에 시장이 좋았던 미국과 유럽의 비중이 상당히 큰데 반해, 성과가 좋지 않았던 한국의 비중은 미미하다는 점입니다. 이는 미국과 한국시장을 각각 절반 정도의 비중으로 편입하고 있는 제 포트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 즉, 다시 말하자면, 제가 못했다기보다는 ACWI가 잘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째 좀, 비겁한 변명처럼 들리는지요? 그런데, 한 나라의 시장이 지속적으로 좋기는 힘듭니다. 대게는 선진국 시장이 몇 년간 좋으면 개도국 시장이 그 다음 몇년간 좋은 식입니다. 올해는 한국시장의 성과가 선진국들 대비 월등하게 좋으니, 제 생각이 맞다면 올해 제 포트의 성과는 ACWI를 크게 앞서게 될 것입니다.
제 올해 성과는 내년 1월 중순쯤에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HTS나 MTS를 쓰고 있지 않아서, 옛날 사람처럼 증권사에서 보내주는 계좌수익률을 기다려야 합니다. 증권사에 전화해서 물어보면 더 빨리 알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그렇게 빨리 성과를 점검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2020년 12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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