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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10년을 보유할 주식 - Accenture plc (NYSE: ACN) - 2

 회계기준일이 천편일률적으로 연말인 국내 기업들과 달리 미국 기업들은 각 기업의 특성에 맞게 다양한 기준일을 택하고 있습니다. 동사의 회계기준일은 8월 말 이므로 12월쯤에는 동사의 사업보고서를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가치투자를 한다며 분기보고서까지 꼼꼼이 분석하는데, 투자기간을 너무 짧게 잡기에 생긴 조바심으로 인한 열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두 분기의 실적 악화는 계절적 요인 등으로 흔하게 발생하는 현상이고, 10년이 넘는 장기투자에서 몇 분기의 분석은 큰 의미도 없기 때문입니다. 

 

 매 분기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분기실적을 검토하고 있다면 애초에 종목을 잘못 고른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저의 경우 분기나 반기보고서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그래도 연차보고서는 의무적으로라도 읽는 편입니다.

 

 동사의 작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할 때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집중해서 재검토하게 된 포인트는 이익의 안정성이나 성장성이 아니었습니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대신,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부분은 올해도 역시 동사의 자본구조였는데, 이전의 분석에서 얘기했듯이 아래와 같이 제가 가장 중요시하는 재무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하락하고 있어서였습니다.

 자기자본이익률, 즉, 순자산이익률은 순이익을 모든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으로 나누어 구하므로, 내가 주식을 한주 살 때 얼마만큼의 순이익이 내 몫이 되는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만약 어떤 기업이 새로운 투자를 전혀 하지 않는다면, 그 기업은 모든 순이익을 주주들에게 배당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투자를 하더라도 대게는 그 투자로 미래의 이익이 늘어나거나 유지되게 되므로, 보수적으로 자기 자본 이익률만큼 주주의 몫이 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자기자본이익률 만큼 매년 주가가 오르지는 않는데, 주가에는 시장의 평가, 즉, 사람들이 그 주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PER 10배에 거래되던 자기자본이익률 10%인 주식이 어떤 해에는 사람들이 그 주식에 열광해 PER 20~30배 이상에도 거래되고, 또 어떤 해에는 그 주식을 비관해 PER 5배에도 거래되는 일은 주식시장에서 매우 흔한 현상입니다.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 미인 선발대회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체중계와 같다'라는 유명한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미인 선발대회를 시장이 주식에 매기는 가격, 즉, 그때그때의 PER이라면, 체중계는 장기적으로 그 주식이 보여주는 자기자본이익률에 해당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꾸준히 높은 자기자본이익률을 보여주는 주식을 낮은 PER에 거래될 때 사면 대단히 유리해지는데, 바로 이것이 저의 투자방식이기도 합니다.

 

 자, 다시 앞의 동사 자기자본이익률(ROE) 추이의 그래프로 돌아가겠습니다.

 

 대개의 경우 ROE가 하락하는 이유는 이익률이 하락하기 때문인데, 동사의 경우는 특이하게도 이익률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G/M-매출총익과 O/M-영업익뿐만 아니라 순이익도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ROE는 순자산 대비 순이익을 나타낸 비율이라고 얘기했습니다. 분자인 이익이 줄지 않았다면, 분모인 순자산이 크게 증가한 것입니다.

 

 사실 저는 재무제표를 들여다볼 때 자본변동표는 잘 들여다보지 않는데, 동사의 경우는 이런 특이한 ROE의 하락 때문에 자본변동표를 분석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은 제가 분석한 동사의 ROE 하락의 원인입니다.

 당연히도 순이익의 추이보다 순자산의 증가 추이가 더 가파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 직원들에게 주는 인센티브인 주식보상액이 규모가 상당함을 알 수있는데, 배당과 자사주매입액의 합계인 주주환원액은 이보다 훨씬 큰 규모임을 알수 있습니다. 동사는 자사주 매입과 분기배당을 매년 실시하고 있는데, 코로나 사태가 있었던 올해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붉은색의 주주환원액 추이로, 동사의 ROE가 하락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거의 증가하지 않은 점입니다.

 

 즉, 동사는 2013년 이후 늘어나는 이익에 비례해 주주환원을 늘리는 대신 신기술기업의 인수나 연구소의 설립 등의 투자를 통해 순자산을 증가시킨 것입니다. 그런데, 앞으로의 10년이 5G/IoT/블록체인/양자컴퓨팅 등과 같은 기술의 확산으로 과거 10년보다 기술의 진보가 빠를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투자는 미래의 이익을 늘려줄 요인이 됩니다. 또, 동사의 업종특성상 순자산 중에는 유형자산보다 무형자산이 훨씬 많은데, 지식이나 노하우 같은 무형자산은 회계적인 감가상각을 완료하더라도 사라질 자산이 아닙니다. (도둑들이 부자들의 금은보화는 훔쳐 달아날 수 있었지만 어느 랍비의 지혜는 훔칠 수 없었다는 탈무드의 유명한 일화를 떠올려 보면 쉽습니다.)

 

 즉, 동사의 ROE 하락에는 한계가 있어 보이며, 설사 더 하락하더라도 그 이상으로 순자산이 증가하게 되는데, 순자산의 증가 역시 기업의 내재가치를 올려줄 요인이 됩니다.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보유한 이 주식은 제 투자포트의 성과에 많은 기여를 한 종목들 중 하나이지만, 저는 앞으로도 10년 이상은 이 주식을 계속 보유하게 될 것 같습니다.

 

2020년 12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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