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매유통업은 제가 좋아하는 산업입니다. 국내의 경우 내수산업의 특성상 시장 자체가 작아서 이미 성장에 한계가 정해져 있으며, 그 마저도 곧 감소 추세에 접어들 인구를 고려하면 아무리 좋아 보이는 유통업체도 주식을 사고 싶은 마음이 도통 생기지 않는데 반해, 미국의 경우는 이런 우려들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러미 다이아몬드가 쓴 '총, 균, 쇠'에서는 특정지역에서 문명의 발달이 더 빨랐던 것은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더 우월해서가 아니라 그 지역의 환경이 문명의 발전에 유리했기 때문이라고 애기하는데, 소매유통업종에서는 이런 지역이 미국이 아닐까 싶습니다. 월마트, 코스트코, 맥도널드, 스타벅스 같은 유명한 소매-유통체인들이 대부분 미국 회사인 이유는 미국인들이 소매유통업의 천재들이어서가 아닙니다.
'OLLI'는 미국에서 창고형 할인매장 체인을 운영하는 회사로, 아래의 동사 매장 사진들을 보면 대충 어떤 소비자들에게 어떤 가격대의 물건을 파는지 짐작할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점이 투자의 대가들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회사의 주식에 주목하라는 이유입니다. 일생동안 수없이 마트나 식당에 가게 되는 우리는 한두 번 그곳에 가보면 다시 가고 싶은 곳 일지를 알 수 있게 되는데, 비슷한 소득 수준일 그 지역의 다른 사람들도 같은 판단을 내릴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동사를 분석하는 내내 제가 이미 보유중인 'ROST'의 초기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특히 콜게이트나 존슨즈같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브랜드 제품을 월마트 대비 20~50% 싸게 판다는 점이 그랬습니다. '그렇게 싸게 파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라는 의문에는 미국의 소매유통업에서는 생산자가 아닌 유통업자가 전적으로 재고부담을 안고 있어서 생긴 현상인 블랙프라이데이를 떠올리면 쉽습니다.
동사가 'ROST'와 다른점은 'ROST'의 경우 의류를 주력으로 하는데 반해, 동사는 가정용품과 식품, 침구류 등의 비중이 높은 점인데, 이런 상품들은 유행을 잘 타지 않고, 썩을 우려도 없어서 재고의 부담이 크지 않고 (동사가 파는 식품들은 사진에서 보이듯 주로 시리얼이나 콜라같이 유통기한이 긴 상품들입니다), 생필품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은 이 주식을 장기 보유하기 좋은 이유입니다. 또, 매장들이 아직 미국 동부지역에만 있어서 서부와 중부로 사업 확장의 여지가 크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동사는 2015년에 상장을 했기때문에 취합할 수 있는 재무지표가 7년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검토할 수 있는 재무지표가 한정적인 경우는 매우 조심해야 하는데, 운 좋게 최근 몇 년간의 업황이 좋았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사의 경우는 1982년 설립 이후 부채를 거의 쓰지 않는 보수적인 경영으로도 꾸준히 성장해 왔다는 점과, 생필품의 비중이 높다는 점, 그리고, 아마존 화로 많은 소매유통업이 부진했던 2015~2018년 경의 지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점이 짧은 관찰기간을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면, 코로나 창궐의 영향은 어땠을지를 최근의 분기보고서상의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를 통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매출과 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모두 증가했고, 가지고 있는 현금은 유동부채(1년 내 나가야 할 돈) 보다 많습니다. 즉, 아무 걱정이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부의 양극화는 점점 더 심해질 것 같습니다. 사실 부의 양극화는 40여 년 전 신자유주의의 대두 이후로 지속적으로 심화되어왔던 현상입니다. 중산층이 없어지는 현상, 그들 중 소수는 고소득층으로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대부분은 저소득층에 편입되게 될 것입니다. 지금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예만 보더라도 자본이 있는 소수의 부자 자영업자들은 장사를 당분간 더 못하더라도 버틸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경쟁자들이 사라진, 코로나 종식 후의 소비 폭발이라는 과실은 이 소수의 부자 자영업자들, 혹은 대기업의 체인들이 챙기게 될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돈이 돈을 버는 세상입니다.
소비의 양극화, 그러니까 명품아니면 저가만 팔리는 현상이 이런 부의 양극화에서 비롯된 것 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런 현상이 최소한 향후 10년 이내에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동사는 이런 큰 시대의 흐름에서 수혜를 입게 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고상하게 말해 할인유통업, 그러니까 땡처리 업이 이토록 유망한 분야라면, 곧 수많은 경쟁자들이 몰려들지 않을까를 걱정해 보아야 합니다. 실제로 아마존이 미국 유통업을 삼키기 시작한 수년 전부터 Dollar General이나 ALDI 같은 할인 유통업자들 만큼은 아마존 부럽지 않은 성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Dollar General과 ALDI는 아래의 사진들에서 보이듯 동사와는 주요 고객층이나 상품 구성에서 좀 결이 다르다는 생각입니다.
'월마트와 같은 대기업들이 땡처리 사업의 수익성을 깨닫고 이 분야에 뛰어들지 않을까?'도 생각해 보아야 하는데, 월마트는 기본적으로 중산층이 주요 타겟 고객군이기에 저가 정책을 쓸 유인이 크지도 않고, 저가 정책은 기존의 품질 이미지를 헤칠 위험도 있습니다. 즉, 동사와 같은 전문 땡처리 업자가 아니라면 기존의 주력사업에 악영향을 받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셈입니다. 아마도 소비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어 월마트가 저가 정책으로 전환해야 하겠다는 결정을 할 때쯤이면, 동사와 몇몇 업체들이 이미 저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모든 점들을 고려하면 이 주식은 반드시 관찰하고 주시해야 할 종목이라는 생각입니다.
2021년 1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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