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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아들에게 물려줄 주식

 최근 삼성증권에서 조사한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주식 1~2위가 애플과 테슬라라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주식이라면 분명히 앞으로 몇 년 후가 아닌, 최소한 10년에서 20년은 그 기업의 성장을 확신한다는 얘기일 것입니다. 

 

 '왜? 애플과 테슬라일까?'라는 의문에는 이들 기업의 최근 5년간의 주가추이가 답이 될 것 같습니다. 애플은 최근 5년간 주가가 5배 가까이 올랐고, 테슬라의 경우는 무려 13배가 올랐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10년에서 20년 동안도 이 주식들이 이런 추세의 주가 상승을 지속할 수 있을까요?

 

 애플은 전세계를 상대로 하는 기업이니 이런 상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SF적인 상상력으로 미래의 사회는 테슬라 같은 어느 특정 기업이 전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상상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지만, 단언컨대, 그런 일은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미래의 주가를 결정하는 요인은 단기적으로는 그때그때의 시장이 내리는 평가 (즉, PER이라고 하는 순이익 대비 주가의 비율) 와 장기적으로는 그 기업의 성장 (즉, ROE라고 하는 순자산 대비 순이익의 비율) 에 달려있습니다. 이는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는 미인선발대회와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체중계와 같다'는 유명한 말과 같은 말로, 미인선발대회는 그때 그때의 상황에서 사람들이 그 주식에 내리는 평가, 즉, PER로 볼 수 있고, 체중계는 그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인 ROE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꾸준히 높은 ROE를 보여주었던 주식이라도 현재 사람들이 그 기업의 미래성장성을 의심하여 낮은 PER에 거래될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주식시장에서는 매우 흔한 현상입니다. 그런데, 주식투자는 미래에 대한 영역이기에, 미래에 꾸준히 높은 ROE를 보여줄 수 있느냐가 결국 현재 시장의 판단이 옳은지 혹은 그른지를 심판하게 됩니다. 주가는 현재 낮은 PER로 거래되고 있더라도 꾸준히 높은 ROE를 보여준다면, 결국 사람들의 평가는 달라지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애플과 테슬라에 대한 현재 사람들의 평가가 옳을지를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다음은 애플과 테슬라의 시가총액, 5년 평균 ROE, 그리고 현재 PER입니다.

 

 <애플>

  - 시가총액: 2.2조 달러

  - 5년 평균 ROE: +48.48%

  - PER: 40.37배

 

 <테슬라>

  - 시가총액: 6,123억 달러

  - 5년 평균 ROE: -24.73%

  - PER: 1,269배

 

 애플의 시가총액이 매년 48.48% 만큼 성장한다고 가정하면, 10년 후 애플의 시총은 대략 116조 달러가 됩니다. 이는 올해 미국의 GDP인 22조 달러는 물론, 10년 후의 미국 GDP 마저 가볍게 추월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물론 애플의 성장률도 언젠가는 둔화되어 20% 정도로 떨어지게 되겠지만, 그 마저도 훌륭한 성장률이 아닌가?'라고 생각하신다면, 주식시장의 생리를 잘 모르고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쯤 되면 사람들의 평가는 PER 40배가 아닌, 20배나 10배 정도로 박해질 것인데, 그러면 주가는 반토막은 고사하고 사분의 일 정도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그러면, ROE가 크게 하락하는 징후가 보이면 자신은 주식을 팔고 나오면 되지'라고 생각한다면, 그렇다면 왜?, 그런 방식의 투자에서 성공한 사람이 그렇게도 없었을지를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성경에서 얘기했듯 심판의 순간은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게 다가오게 될 것입니다.

 

 '어쨌든 미래의 영역을 그렇게 계산만으로 예단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얘기하고 싶습니다. 

 

 제가 학생이었을 때 소니의 워크맨은 지금의 아이폰 만큼이나 인기 있는 물건이었습니다. 품질은 뒤처지지 않았던 삼성이나 금성의 물건도 있었지만 소니만큼 인기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또, 피쳐폰 시대의 모토로라는 어땠습니까? 이런 첨단기기를 만드는 회사들의 브랜드 인지도는 새로운 혁신적인 기기가 등장하면 빠르게 쇠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미래의 휴대폰은 음성인식 기반에 안경 형태의 디스플레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미래의 자동차산업을 주도하게 될 것 같은 테슬라는 어떨까요? 테슬라의 주가가 이렇게까지 가파르게 오른 것은 테슬라가 단순히 전기차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미래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주도하게 될 것이어서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율주행이 상용화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동차는 그냥 사치품이 되어 버립니다. 자신이 원하는 정확한 시간에 문 앞에 차가 도착해서 목적지까지 정확히 대려다 줄 수 있다면, 하루에 4시간 이상은 사용하지 않을 자동차를 보험료와 유지비를 부담해 가며 주차장에 세워둘 사람은 지금처럼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미래에는 자율주행 택시나 에어택시를 이용하거나, 혹은 착륙장을 보유할 정도의 부자라면 자가용 UAV를 소유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이런 미래의 신기술 회사들은 과거에도 그래 왔듯이 지금도 실리콘밸리의 차고 안에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 모든 점을 고려하면, 저는 애플이나 테슬라의 주식을 가지고 있지도 않지만, 아이에게 물려줄 생각은 더욱 없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어떤 주식을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냐?'라고 묻는다면, 저는 단연코 ACWI라는 한 종목을 말하고 싶습니다.

 

2020년 12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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