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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의식주의 앞으로 10년

 자신이 투자하려는 분야의 앞으로의 10년을 예상해 보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큰 흐름에서 자유로울 기업은 거의 없고, 설사 자유로울 것 같은 회사더라도, 큰 흐름을 알아야 그 회사가 정말 자유로울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뉴스 기사나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스스로 생각을 해보는 것입니다. 미디어들은 대게 일시적인 유행일 수도 있는 현재의 상황을 먼 미래까지 이어질 앞으로의 추세인 것처럼 과장하는 경향이 있고, 미래학자라는 사람들의 예측도 대부분 10년은 고사하고 5년 후도 맞추지 못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 글에서 의식주의 앞으로 10년간의 미래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리는 이유는 제 생각을 설파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많이 읽고 스스로 생각하여 자신이 투자하려는 기업에 닥칠 수 있는 상황의 변화를 생각해보는 연습이 필요함을 깨닫기 위함입니다.

 

 앞으로 2~3년 쯤 후에 어떤 스타일의 옷이 유행할지를 맞히는 것은 제 능력 범위 밖의 일입니다. 한데, 최근 수백 년간의 의류 역사를 보았을 때 불편한 옷에서 편한 옷으로 진화해 왔음은 쉽게 인지할 수 있습니다. 마리 앙트와네트 시대의 의상과 오늘날의 의상을 비교해 보면 쉬울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 의류 브랜드들은 확실히 10년 후에도 건재할 것 같습니다. 또, 샤넬이나 에르메스, 루이뷔통 같은 명품업체들도 유망하다고 생각하는데, 인간의 허영이 10년 안에 사라질 것 같지 않아서입니다.

 

 최근 의류산업에서 가장 큰 화두는 유행의 변화가 아니라 온라인 채널의 부상에 따른 유통방식의 변화였습니다. 지난 10년간 온라인 의류 유통채널들은 끊임없이 오프라인을 잠식해 왔지만, 저는 앞으로 10년도 과거와 같은 속도로 이들이 성장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옷은 옷감을 만져보고, 입어본 후에야 정말 마음에 드는 옷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입거나 만져볼 필요 없이 고를 수 있는 옷도 있지만, 모든 옷이 그렇지는 않기에 온라인 유통의 한계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옷장속에 있는 인터넷에서 샀다가 안입고 쳐박아둔 옷들과, 일본 상품의 불매운동이 있기 전까지 유니클로가 잘 팔렸던 것을 생각해 보면 쉽습니다. (유니클로는 조만간 다시 잘 팔릴 것 같습니다. 인간의 변덕스러운 감정은 오래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식품산업은 저의 이전 글 '10년을 보유할 종목'에서 말씀드렸듯이 국내의 인구감소라는 거대한 흐름에서 직격타를 맞게 될 분야입니다. 의류의 경우 국내 인구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용이한 반면, 식품의 경우 수출은 고사하고 현지인의 입맛에 맞추기도 쉽지 않습니다. 현지인의 입맛을 가장 잘 맞출 수 있는 기업은 현지의 기업일 테니 말입니다.

 오리온처럼 현지화된 입맛이 아닌 제품에 주력하는 기업이면서, 해외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는 기업이라면 유망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품산업에 몇 가지 기회요인은 존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1인 가구의 증가가 있습니다. '이쯤에서 사람들이 이혼하기를 멈추고, 젊은 나이에 독립하기도 멈추게 되지도 않을까?'하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한국보다 사회/문화의 변화를 일찍 겪은 나라들을 보면 그럴 것 같지가 않습니다. 혼자 살고 있거나, 혼자 살아본 분들이라면 공감하겠지만, 혼자 살면서 집에서 직접 밥을 해 먹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밖에서 먹고 들어오지 않으면, 집에서 간편식을 먹습니다.

 

 또 한 가지는 반려동물의 증가입니다. 자녀를 낳지 않아 가구당 사람 수는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먹는 입은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먹다가 남긴 찌꺼기를 먹던 이 하찮은 동물들이 지금은 꽤 그럴듯한 음식을 먹고 있습니다. 개나 고양이가 먹는 식재료는 기본적으로 인간이 먹는 식재료와 다르지 않습니다.

 저 역시 이 흐름의 수혜를 입을 종목을 오늘도 찾고 있습니다. 참, 1800년대에 말고삐를 만들던 에르메스에서 개목줄을 만들었는데, 비싼 가격에도 잘 팔린다고 합니다.

 

 주거와 관련된 산업 역시 국내인구의 감소라는 대세의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10년간은 아닐 것 같습니다. 수명의 증가와 1인 가구의 증가라는 대세가 이를 상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부 중 한 명이 10년 안에 죽더라도 가구수는 여전히 1가구이지만, 이혼을 한다면 2가구가 됩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관련해 제가 주목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화장실의 증가입니다. 혼자 살면서 큰 주방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요즘은 공유 주방이라는 방법으로 주방을 아예 없애는 실험도 진행 중이고, 꽤 그럴듯해 보입니다. 그런데, 화장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제가 어렸을 때는 가족 다섯 명이 하나의 화장실을 썼습니다. 그러던 것이 언제인가부터 두 개의 화장실을 썼고, 나이가 들어 새로운 가족을 이룬 지금은 세명이 두 개의 화장실을 쓰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세계의 선진국들과 후진국들을 비교해 보아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인도나 방글라데시, 아프리카 같은 곳은 여러 가구가 화장실을 공유해 사용하는 반면, 비벌리힐스의 초호화 저택에는 방의 수보다 화장실의 수가 더 많다고 합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불을 넘으면 집을 꾸미기 시작한다고 하니, 인테리어와 관련된 기업들의 미래도 밝아 보입니다. 주식투자와 관련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국에만 있다는 전세제도는 확실히 10년쯤 후에는 사라질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말한 저의 예언들 중 일부는 틀릴 수도 있습니다. 저는 예언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율곡 이이가 임진왜란 전에 10만 양병설을 주장했다고 해서 그에게 신묘한 예지력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당시 돌아가는 국제정세에 밝았고, 과거의 전쟁역사에 비추어 보았을 때 당시의 일본 상황은 주변 국가를 침략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였을 것입니다.

 

 미래에 대한 견해를 공식적으로 밝히기를 사람들은 꺼려합니다. 틀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증권사 리포트 같은 것에도 미래에 대한 저자의 견해가 나오지만, 대게 현재의 상황을 과장해 먼 미래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 미래학자들의 예언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생각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는 불확실해 보이는 분야에는 투자를 하지 않으면 됩니다. 신묘한 예지력을 가진분이 아니라면, 자신의 확신이 틀릴 수도 있기에, 철저히 조사해 확신을 가진, 각기 다른 분야의 최소 세종목 이상을 보유해야 합니다.

 

 수천 년 전에 공자가 말한 다음의 말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배우되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험하다.'

 

2020년 6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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