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000 시대가 개막되었다고 하는데, 대형주를 많이 보유하지 않은 투자자라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을 것 같습니다.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가 학계의 정설이었던 LG전자의 급등을 보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대형주가 주도하는 강세장이 도래한 것인가?'라고 생각되어 보유 중인 중소형주를 팔고 대형주로 갈아타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지금 어디쯤 있는지, 강세장의 초입에 있는지, 혹은 거품의 절정에 있는지를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다음은 미국과 한국시장의 지난 25년간의 추이입니다.
주가지수와 함께 적색선의 단기금리, 청색선의 장기금리를 함께 표시한 것은 금리의 추이가 주가에 선행해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서입니다. 그래프를 자세히 보면 청색선의 장기금리와 적색선의 단기금리 간의 격차가 확대되면 머지않아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단기금리는 주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반영하는데, 즉, 중앙은행이 돈을 풀면 단기금리는 내려가고, 반대로 돈을 회수하면 오르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장기금리는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받지만, 주로 사람들이 예상하는 미래의 단기금리에 따라 움직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10년물 금리라고 하면 10년간 이자를 받게 되므로 앞으로 1~2년간의 금리 수준보다 장기적인 금리의 수준이 더 중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미래의 단기금리를 예측하는 것은 미래의 경기를 예측하는것과 같은 말이 됩니다. 경기가 나쁠 경우 중앙은행은 돈을 풀어서 경기를 부양시키려 할 것이고, 반대로 경기가 과열된 조짐을 보이면 돈을 회수하여 물가상승을 억제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다시 앞의 그래프로 돌아가서 최근의 장단기 금리추이를 보면, 단기금리는 낮게 유지되는데 비해 장기금리는 상승추세에 접어든 것처럼 보이고, 과거의 추세에서 일단 금리 차이가 확대되면 꽤 오래 유지되는 경향이 있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즉, 장단기 금리 추이로만 볼 때 지금은 상승장의 초입처럼 보입니다.
'최근 가파르게 오른 주가, 특히 미국주가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냐?'라고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아래의 'macrotrends'에서 찾은 물가상승을 감안한 로그 값으로 나타낸 90년 이상의 초장기 S&P500 지수 추이에서는 최근 몇 년간의 주가 상승이 걱정될 정도로 과도해 보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1월초를 기준으로 제가 계산한 25년간의 연복리 상승률은 S&P500이 7.44%, 코스피가 4.84% 정도인데, 이는 학자들이 초장기간을 연구한 주식의 연복리 수익률 9~10% 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특히 한국시장의 경우 주가가 한참 더 올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대형주가 주도하는 강세장이 이제 시작된 것처럼 보이니, 보유 중인 중소형주를 팔아 대형주를 사야 할까요?
다음은 KRX 홈페이지에서 찾은 지난 10년간의 코스피 지수와 코스피 200 중소형지수의 추이입니다.
리먼사태가 있기 직전의 상승장이었던 2005~2007년 경을 조사해보고 싶었는데, 데이터를 구할 수 없었습니다. 다행인 점은 2010~2011년 경의 차화정 장세를 비교해 볼 수 있다는 점으로, 자동차는 그렇다 치고 화학/정유주는 산업의 특성상 대형주 위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기간 지수의 추이를 보면 오히려 중소형 지수가 더 좋았던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면, 데이터를 쉽게 구할 수 있는 미국 시장을 보아야겠습니다.
푸른색 영역으로 표시된 것이 중소형 지수인 러셀 2,000 지수, 자주색 추이가 S&P500 지수입니다. 로그 값의 추이이므로 상승장에서 보이는 기울기로 지수의 우열을 판단할 수 있는데, 전반적으로 비슷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2005~2007년의 상승장에서는 확실히 중소형 지수가 더 좋았음이 명백합니다.
미국시장의 역사를 보면 1970년대 초반에 기관투자의 비중이 커지며 3~4년간 소수의 대형주들이 시장 상승을 주도했던 '니프티 피프티' 장세가 있었습니다. 기관투자자는 수조 원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기에 중소형주를 의미 있는 비중으로 살 수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니프티 피프티' 종목들은 고유가발 인플레이션의 도래와 함께 평균 60% 이상 하락하게 됩니다. 확실한 것은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사실입니다.
현재의 국내 대형주 장세는 개인투자자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면에서 이 대형주 장세는 수개월이상 지속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저도 처음 산 주식은 삼성전자와 현대차였지만, 6개월 이상 보유하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이번 글에서 시장에 대한 제 견해를 얘기하는 이유는 주가가 오른 대형주를 팔거나 대출을 받아 아직 오르지 않은 중소형주를 사라고 권유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시장 전망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입니다. 실제로, 다시 처음의 주가-금리 추이 그래프로 돌아가서 살펴보면, 장기금리가 오르는 듯하다가 다시 떨어지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고, 그럴 때마다 주가는 크게 떨어지거나 장기간 횡보했습니다. 만약 수개월내 수십 퍼센트 혹은 1~2년 내 더블 정도의 목표로 단기 투기를 실행 중인 자가 그런 상황을 맞는다면, 손절이라고 하는 영구적인 자본손실을 확정하는 경우가 십중팔구일 것입니다.
지금이 강세장의 초입인지, 혹은 거품의 절정인지는 3~5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 명확해질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일부터 시장이 하락하기 시작해 앞으로 1~2년간 하락장이 찾아오더라도 확신을 가지고 더 사서 모을 수 있는 종목을 찾는 것입니다. 철저한 종목분석을 바탕으로 확신을 가지고 산 종목들만 가지고 있다면, 대형주만 오른다고 그쪽으로 자꾸 눈길이 가지도 않을 것입니다.
운전을 하다가 도로가 막히면 그나마 차들이 움직이는 옆 차선으로 끼어들게 되는데, 그러고 나면 끼어든 차선은 멈추고 원래 있던 차선의 차들이 움직이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2021년 1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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