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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10년을 지켜볼 주식 - KLA Corporation (Nasdaq: KLAC)

 KLA는 반도체 제조공정에 필요한 계측/검사장비와 수율관리 툴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반도체의 검사에는 크게 배선이 완료된 칩 상태에서 전기적 신호를 검사하는 경우와 배선이 완료되지 않은 제조공정 중간에 물리적/광학적으로 검사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동사가 만드는 장비와 툴은 후자에 해당됩니다.

 

 반도체의 제조공정을 간단히 묘사하면 실리콘웨이퍼 위에 빛을 쪼여 원하는 회로의 형상을 얻은(노광공정) 후, 필요 없는 부분을 제거하고(식각 공정), 그 회로의 형상 위에 전기신호가 전달될 수 있도록 금속과 같은 소재를 입히고 절연막을 만들어 그 위에 또 다른 회로 패턴을 가진 층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공정(증착공정)을 여러 번 반복해 복잡한 회로 패턴을 여러층 가진 반도체 칩을 만들게 됩니다.

 

 동사의 검사장비는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여러단계인 각 공정의 중간중간에서 웨이퍼의 평탄도나 형성된 박막의 두께와 품질, 또 형성된 회로의 두께나 너비 등을 측정하여 반도체 제조사가 양품의 비율인 수율을 관리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제가 이 주식을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동사의 검사장비와 관리 툴이 반도체 업계의 표준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어서 거의 독점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노광이나 식각 또는 증착 같은 각 공정에 해당하는 장비는 지금은 소수의 선진국 회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더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장비가 등장한다면 반도체 제조사 입장에서는 기존의 장비 공급업체를 바꾸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최근 국산 식각장비가 서서히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것이 좋은 예가 될 것 같습니다.

 

 반면, 동사의 주력분야인 공정검사와 수율 관리는 더 좋은 새로운 장비가 나왔다고 그렇게 쉽게 바꾸기가 힘듭니다. 이미 반도체 전처리공정의 모든 단계에서 동사의 장비에서 나온 데이터를 이용해 수율을 관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특정 공정에 타사의 장비를 도입한다면, 더 정확한 값을 얻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장비만 동 떨어진 데이터를 생성하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반도체 제조사의 입장에서는 수율관리에 오히려 애를 먹게 됩니다.

 

 또 한 가지, 제가 이 주식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신기술이나 신소재의 등장이 동사에게는 별로 두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끊임없이 신소재와 신기술을 도입해야 하는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이런 새로운 소재/기술을 이용한 신공정의 등장은 신규 진입자에게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반도체 제조사 입장에서는 기존 업체의 장비를 써서 잘 돌아가고 있던 공정을 신규 진입자의 장비를 써서 수율이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그 장비가 아무리 싸더라도, 막대한 손해를 입기에 그런 모험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바로 이점이 반도체 전처리공정 장비의 국산화가 더딘 이유입니다.) 반면, 새로운 공정이라면 누가 만든 장비든 그 공정을 더 잘 구현해 낼 수 있다면 쓰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공정검사나 수율관리의 경우는 얘기가 다릅니다. 반도체 제조회사가 새로운 공정을 도입하게 되면, 빨리 그 공정을 안정화시켜야 기존과 비슷한 수율을 달성할 수 있으므로, 동사 제품의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게 됩니다.

 

 또, 반도체의 미세화 한계로 적층수가 증가하는 것도 동사 제품의 수요증가 요인이 됩니다. 층을 한층씩 쌓을때 마다 검사를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즉, 미세화 한계로 적층수를 늘리든 새로운 소재나 기술을 도입해 더 미세화를 하든 동사제품의 수요는 증가하게 되는데, 저는 이런 양수겸장 같은 회사의 주식을 좋아합니다.

 

 아래의 동사 주가와 실적의 장기추이를 보면 설비업체답게 등락이 꽤 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장기적인 방향이 우상향이었고, 미래에도 5G의 도입으로 이어질 IoT와 AI의 세상과 그에 따른 반도체 산업의 성장성을 생각하면 주가의 등락을 좋은 매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산업의 주기가 5~6년 이상이나 되는 다른 대규모 장치산업과는 달리 반도체 제조산업은 그 주기가 2~3년 정도로 짧은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주기가 긴 업종의 주식을 이만하면 충분히 싸다고 생각해서 산 후, 1~2년 정도는 그 기업의 역량을 믿고 인내하며 기다리더라도 3년쯤 후부터는 '이 산업 자체가 사양산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될 것입니다.

 

 많은 종목을 보유할 필요가 없는 우리 같은 개인투자자들은 이렇게 산업의 주기가 긴 산업에 투자할 필요가 없습니다. 주기가 짧고 꾸준히 성장하는 산업이나 생필품과 같이 특별히 주기가 없는 산업에서만 종목을 찾아도 자신의 투자비중을 충분히 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0년 11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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