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투자

10년을 보유할 주식 - 휴온스

 제약업종은 제가 좋아하는 산업 중 하나입니다. 인구의 고령화라는 장기적인 시대의 흐름 덕분에 미래의 수요에 대한 걱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바이오시밀러를 만드는 회사보다는 전통제약사를 선호하는데, 바이오 분야의 미래 경쟁강도를 예측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경쟁강도를 생각해 보아야 하는 이유는 수요와 공급의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쉽습니다. 경쟁강도가 심해진다는 말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진다는 말이고, 공급이 많아지면 제품의 가격은 떨어지기 마련이고, 이는 곧 이익률의 하락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이익률이 하락한다면 주가는 언젠가는 그 낮아진 이익률에 맞추어 낮아지게 됩니다. '그래도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산업인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1950년대의 미국 항공산업과 2000년대 초반의 IT산업을 떠올려 보기 바랍니다. 두 산업 모두 아직도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산업이지만 당시 이런 신산업에 뛰어든 기업들 중 살아남은 기업이 몇이나 되는지도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어떤 회사가 바이오 분야에 진출한다' 혹은 '바이오시설 확장을 위해 투자를 한다' 같은 기사를 보는 것 같습니다. 이는 미래의 바이오의약품 가격이 내려간다는 의미로, 소비자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투자자에게는 별로 좋은 일이 아닙니다. 언뜻 생각해도 오리지널 제약사는 특허가 끝난 바이오의약품의 가격을 시밀러 수준으로 낮추어 점유율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출시된 바이오시밀러의 종류가 많지 않아 오리지널 제약사들이 이런 식의 대응을 하지는 않고 있지만, 미래에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로 합성복제약을 만드는 국내의 전통제약업계에도 고민은 있습니다. 건강보험 재정적자 문제로 약가인하 압박이 상존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국내 제약시장은 건강보험공단에서 약가를 정하는 매우 폐쇄적인 구조의 시장으로, 이점이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의 국내 진출을 꺼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덕분에 그간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을 개발하기보다 손쉬운 복제약을 출시해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동일한 오리지널약 하나에 50여 종의 복제약이 경쟁하는 과다경쟁의 시장이 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2012년의 일괄 약가인하와 같은 조치가 한 번 더 시행된다면 구조조정의 태풍이 몰아치리라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아래의 그래프를 보면 2009년의 리베이트 규제, 2012년의 일괄약가인하로 두 자릿수이던 대형 제약사들의 이익률이 한자릿수로 떨어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여, 대부분 제약사들의 주가도 2010년 경부터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 지지부진했습니다. 위의 그래프에서 중견제약사들은 그래도 2012년 약가인하 이전의 이익률을 빠르게 회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평균의 함정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2016년쯤 여전히 중견제약사의 위치를 사수한 생존자들만 집계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구조조정이 임박해 있는 국내 전통제약사에 제가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구조조정 후의 생존은 곧 번영이기 때문입니다. 살아남는 제약사들은 인구 고령화의 수혜는 물론, 퇴출된 자들의 파이까지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즉, 앞에서 얘기한 바이오 업종과는 반대로 미래 경쟁강도가 완화된다는 말 입니다.

 

 휴온스는 주사제와 점안제에 특히 강점을 가진 제약사로, 순환기/소화기/내분비계 등 300여 개 이상의 의약품이 품목등록된, 대단히 안정적인 제품군을 보유한 회사입니다.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의약품 외에도 동사는 첨단 스마트공장을 바탕으로 스위스 알콘, 일본 산텐, 한미약품, 일동제약 등 국내외 50여 개 제약사의 수탁생산도 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동사는 최근 헬스케어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여 비만치료제나 영양요법 주사제, 건강기능식 같은 건보약가산정과는 무관한 분야의 비중을 높이고 있습니다.

 

 제가 동사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는 데에는 수탁생산이나 헬스케어 부문의 성장성 외에도 동사의 점안제와 치과용 리도카인(국소마취제)의 시장 성장을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동사는 유명한 안과 전문기업인 알콘의 일회용 인공눈물과 안구건조증 치료 점안제를 개발/공급하고 있는데, 선진국들의 인구 노령화 외에도 스마트폰의 사용 증가로 사람들의 시력이 갈수록 악화되어가는 추세를 감안하면, 이런 제품의 수요는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게 될 것 같습니다. 요즘 초등학생들 중 안경을 않쓴 아이가 드물고, 여자 아이들은 고등학생쯤부터 컨택트렌즈를 끼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치과용 리도카인 역시 선진국의 인구 노령화뿐만 아니라 개도국들의 소득 증가로 수요가 늘어날 제품으로, 동사는 국내 치과용 리도카인 점유율에서 1위 이고 미국을 포함한 26개국에 수출 중임을 감안하면, 이 역시 미래가 밝은 분야입니다. 또, 치과는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시술이 많아, 갈때마다 육체적 고통과 함께 비싼 치료비로 경제적 고통도 느끼는 곳입니다.

 

 이 기업의 과거 주가와 실적의 추이를 보면 아래와 같이 2009~2012년 경의 주가와 이익이 움푹하게 꺼져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016년에 기업분할이 있었던 점은 감안해서 보시기 바랍니다.)

 특이하게도 대부분의 국내 제약사들의 실적이 일괄약가인하가 있었던 2012년부터 하락했던데 반해, 동사의 이익은 오히려 2012년쯤부터 상승추세입니다.

 

 원인은 동사의 사업보고서에서 찾은 아래의 유형자산액 추이를 보면 명확해집니다.

 실제로 동사는 2009년에 제천 신공장을 완공했기에 이 투자비의 영향이 당시 매출의 증가에도 이익률 하락이라는 결과로 나타난 것입니다. 

 

 그런데, 기업의 규모가 커지다 보면 미래에도 이런 투자를 해야 하므로, 미래에 이런 투자가 끼칠 영향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2009년의 유형자산 증가액 298억 원은 당시 매출 809억 원과 비교하면 상당한 규모였지만, 지금의 3,500억이 넘는 매출과 비교하면, 새로 비슷한 공장을 하나 더 짓는다고 해도 별 걱정이 없어 보입니다. 또, 당시 준공한 제천 신공장이 동사의 주요한 성장동력이었음을 감안하면 당시 동사의 결정은 옳았음이 명백해졌습니다.

 

 다시 동사의 주가 그래프로 돌아가서 최근 몇 년간의 주가가 지지부진했음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몇 년 전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싸움으로 보톡스 분야의 거품이 꺼졌기 때문입니다. 동사의 경우 보톡스 사업은 신규 진입자로서 비중이 크지 않았고, 그마저 최근 그룹 내 타 계열사에 사업을 이관한 후에도 전체 실적은 증가했음을 감안하면, 지금의 낮은 주가는 절호의 매수기회라는 생각입니다.

 

 며칠 전 '유 퀴즈 온 더 블록'이라는 TV프로에 강 방천 선생님이 나와 '수면제를 먹고 10년쯤 후에 깨어나도 불안하지 않을 주식을 사라'고 말씀하셨는데, 저에게는 이 주식이 몇 안 되는 그런 주식들 중 하나입니다.

 

2020년 12월에, 동해에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