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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10년을 지켜볼 주식 - Hexcel Corporation (NYSE:HXL)

 항공업은 경기순환의 영향을 크게 받는 산업입니다. 항공여행이나 운송의 수요가 장기적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임에도 항공사들의 실적과 주가가 경기에 따라 크게 요동치는 것은 다른 고정비의 비중이 큰 대규모 장치산업과 마찬가지로 경기 호황기에 크게 늘린 항공기와 노선의 유지비용을 불황이 왔을 때 갑자기 줄이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공급능력을 줄이는 것을 구조조정이라고 표현합니다.)

 

 아래의 그림을 보면 검은색 선으로 표시된 좌석이용률(Load Factor)이 장기적으로 꾸준히 우상향 하는 추세임에도, 일시적인 약간의 하락이 항공사들의 이익률(파란색 선)에 얼마나 크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의 -4%정도 외에는 큰 적자가 없었으니 괜찮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면, 평균의 함정에 속지 말 것과 다음의 루프트한자와 보잉의 주가를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2007년과 비교한 영업이익은 루프트한자의 경우 2008년 대규모 영업적자로 구조조정후에도 2009년은 삼분의 일 수준이었고, 보잉의 경우는 2009년에 반토막 수준이었던 점에서 약간의 수요감소가 공급능력을 크게 확장한 개별 기업들에게 얼마나 큰 타격을 입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와같은 경기민감업종에 투자할 때는 기업의 내재가치와 재무상태를 매우 보수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싸다고 생각해 산 주식의 주가가 바닥을 뚫고 지하까지 내려갈 수 있고, 불황기에는 이런 기업들의 파산도 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즉, 워런 버핏 스타일의 접근보다 벤저민 그레이엄 스타일의 접근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Hexcel Corp.은 주로 항공/우주/방산 분야에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과 같은 첨단 복합소재를 공급하는 회사로, 2차 대전과 한국전쟁, 베트남전의 군수품, 그리고 최초의 달 착륙선인 아폴로 11호, 우주왕복선 콜럼비아호, 최초로 재급유 없이 지구를 일주한 비행기였던 보이저호에 동사의 소재가 쓰였으니, 인류의 현대사와 함께했던 기업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합니다.

 

 현재 동사의 매출 중 70% 정도가 민간항공기 부문에서 발생하는데, 당연히 보잉과 에어버스의 비중이 절대적입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항공업종은 경기순환의 영향이 크기에, 특히 이번의 코로나 사태가 항공업종 기업들에게는 전례 없는 위기가 될 것임은 아래의 전년동기비 올 3분기 매출 증감을 보면 확실해집니다.

 

 - 보잉: -17.8%

 - 에어버스: -26.7%

 - 동사: -49.9%

 

 보잉의 매출 하락이 적었던 것은 이미 작년에 737Max의 운항정지로 실적에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고, 영업이익은 3사가 모두 적자여서 하락률을 계산할수 없었을 뿐입니다.

 

 또, 보잉과 에어버스에 비해 동사의 매출하락이 컸던 이유는 동사가 공급하는 소재는 최종 완성된 기체가 항공사에 인도되기 평균 6개월 전에 납품되는 점을 감안하면 보잉/에어버스의 3분기 인도분 중에는 이미 기체의 조립이 어느 정도 진행된 단계여서 주문 취소를 하지 못한 기체가 상당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즉, 동사의 매출 하락률을 감안하면 보잉과 에어버스의 4분기 실적은 더 악화될 것임은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 고난의 행군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하는데, 백신 접종이 일반 대중들에게 가능해지는 시점을 내년 가을 정도로 예상하면 지금으로부터 1~2년, 아무래도 보잉과 에어버스의 대표들이 얘기하는 2~3년 후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전년도 고점 대비 반토막난 이들 기업들의 주가는 향후 1~2년간 지금 수준에서 다시 반토막, 아니 파산을 해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앞으로 수년간 가시밭길을 걷게 될 이 기업에 주목하려고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비행기 제작에 사용되는 소재들 중 가벼우면서도 강한 복합소재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저유가 시대가 도래했으니, 기체 경량화의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앞으로의 기체 경량화는 연료비 절감의 목적이 아닌, 탄소배출의 저감이 주목적이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보잉은 코로나 사태 이전에 2021년에 하이브리드 엔진의 여객기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었고, 이미 해운업계가 유해물질 배출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인 것을 보면, 항공업계에도 이런 규제 강화는 시간문제처럼 보입니다.

 

 또, 동사는 풍력발전기 날개와 자동차, 열차, 선박에 필요한 고강도 경량 복합소재도 공급하고 있는데, 환경과 관련된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임을 고려하면 이런 산업에서도 동사의 비중은 커질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1940년대 후반에 전투기 레이더의 벌집구조물 소재를 만들기 위해 이 회사가 설립되었고, 우주/방산 분야의 기술과 소재가 일반산업으로 파급되어왔던 점과 동사가 민간항공 분야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첨단소재의 채택이 증가해서였던 점을 생각하면, 동사의 장기적인 성장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 고난의 행군에서 살아만 남는다면 동사는 미래시장의 성장성은 물론, 죽은 자들의 파이까지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동사의 3분기 유동자산은 유동부채 대비 3배가 넘고, 2019년 기준 30% 정도의 비중이긴 하지만, 민간항공을 제외한 방산과 우주, 일반산업 부문의 타격이 크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동사의 생존은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앞에서 얘기했듯이 이런 주식의 가치는 극도로 보수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1~2년 정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내년에도 시장이 코로나 종식에 여전히 낙관적이어서, 자신이 세운 보수적 기준에 부합할 사이도 없이 주가가 올라버리더라도 괜찮습니다. 이 주식을 못 샀다고 내가 손해를 입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워런 버핏이 얘기했듯이 투자에는 삼진아웃이 없습니다. 빠른 볼은 그냥 흘려버리고 내가 원하는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성의 공만 받아쳐도 충분합니다.

 

2020년 11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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