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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시장의 사기꾼들

 한국경제TV를 보기 시작한 것이 리먼사태 때부터였으니 10년은 넘은 듯합니다. 제가 한국경제TV를 보는 이유는 경제뉴스를 공중파보다 비중 있게 많이 다루기 때문입니다. 공중파에서는 역대급의 사건이 아니면 경제 관련 뉴스를 그다지 비중 있게 다루지 않습니다.

 

 한국경제TV를 10년 넘게 보다가 보니 재미있는 패턴을 한 가지 발견했습니다. 다른 증권 방송도 마찬가지인데, 증권 방송들은 주로 경제뉴스와 시황, 그리고 종목추천과 종목상담을 하는 코너들로 짜여 있습니다. 종목상담은 주로 투자한 주식에서 손실을 보고 있는 개미들이 이 종목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에게 상담하는 코너인데, 대게 매도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답변입니다. (이를 '비중 축소'같은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기도 합니다.)

 

 증권방송에 나오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대게는 모 증권사의 어느 지점 차장이나 부장, 혹은 증권사 출신의 사람이 차린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 투자자문사 대표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연하는 것을 보면,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닌 듯합니다. 자신의 투자자문사가 투자를 잘해 자금을 잘 유치하고 거기서 또 훌륭한 투자수익으로 신규 투자자금을 유치하고 있다면 방송에 출연할 시간이 없을 것입니다. 존 리 나 이 채원 같은 대가들은 가끔 인터뷰에나 응하지 정기적으로 방송에 출연할 생각도 시간도 없습니다.

 

 우리가 만나거나 접할 수 있는 금융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명함에 아무리 영어로 된 그럴듯한 직함을 새겨 넣었더라도 모두 영업사원들입니다. 그리고 영업사원들의 역할은 상품을 파는 것이고, 성과는 특이하게 자신이 판 상품을 되사도 주어집니다. 주식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을 살 때와 팔 때 모두 증권사는 수수료 수익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저는 프로와 아마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구분합니다.

 

 프로는 그 일을 업으로 해서 먹고사는 자 이고, 아마는 먹고사는 업이 따로 있는 자 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TV나 유튜브에서 종목을 추천하는 자칭 프로라는 사람들은 대게 사기꾼들입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종목을 추천해 여러 사람들이 따라 사서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자신은 팔고 빠지는 것입니다. 대중들에게 그럴듯해 보여야 하므로, 이런 주식들은 대게 그 시점에 인기 있는 주식들로, 올해 3~4월 경의 진단키트 관련주, 그 후의 언택트 주, 최근의 그린뉴딜 관련주가 이런 주식들입니다.

 '어쨌든 주식을 사고팔아서 먹고살기에 프로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사고나 흠결이 있는 중고차를 멀쩡한 것처럼 속여파는 사람이 믿을만한 중고차 딜러가 아닌 사기꾼이듯, 이런 사람들도 사기꾼이 맞습니다.

 

 또,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은행이나 증권사의 지점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좋게 말해 금융의 중개인, 나쁘게 말하면 금융사에 고용되어 자신은 사지 않을 상품을 사고파는 금융의 사기꾼들입니다. 이 사람들은 자신이 판 주식이 아무리 올라도 자신에게 큰 득이 될 것이 없습니다. 다만 많이 팔고, 많이 되사, 또 다른 사람에게 팔아야 이득이 되는 것입니다. 

 

 올해 초에 제 주식계좌의 담당자라고 하는 증권사 사람과 꽤 오래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명함에 Senior PB나, FP, CFP와 같은 영어로 된 직함이나 자격이 잔뜩 적혀있는, 우리가 증권사 지점에서 흔히 만날수있는 직원이었습니다. '자신이 관리하는 고객들 대부분이 짧게 주식을 사고팔고 하면서 잠시 돈을 꽤 버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수년간의 계좌수익률을 보면 잃는 사람이 대부분이다'라고 말하기에 흥미를 느껴서 그 사람과 대화를 시작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 역시 자신의 의도이던 아니던 그냥 금융의 사기꾼이라는 점을 깨닫게 될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증권사 직원들은 금융감독원의 감시로 자신과 직계가족뿐 아니라 3촌 관계까지 계좌 조사를 하기에 정작 자신은 의미 있는 비중으로 주식투자를 하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물론 금융감독원의 감시망을 피해서 큰 금액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증권사 사람도 간혹 있지만, 저는 그런 사람들 중에서도 장기간 의미있는 수익률을 달성하고있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자산 중 의미 있는 비중으로 투자를 하지 않으면, 주식이 되었든 채권이나 부동산이 되었든, 그 투자자산의 전문가가 되기는 불가능합니다. 위의 자칭 전문가는 그냥 본사에서 추천하는 주식을 권유하고 있었을 뿐이고, 자신이 진지하게 주식투자를 해 본 경험이 없기에 시장의 생리조차 잘 모르고 있더군요.

 

 증권사 본사에서 추천하는 종목들은 대게 어느정도 가격이 오른 종목을 개미들에게 떠 넘기기 위함입니다. 주가가 오르고있는 것 처럼 보이는 종목들은 개미들에게 떠 넘기기가 쉽습니다. 실제로 개미가 그 종목을 넘겨받은 후 주가가 더 오를지 떨어지기 시작할지는 순전히 운에 달려있습니다. 운이 좋다면 수개월 정도는 꽤 좋은 수익률을 달성할수 있겠지만, 이런 방식으로 장기간 만족할만한 수익률을 달성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증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 중 프로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은 펀드매니저 정도입니다 (펀드매니저들은 본사에 근무하지 지점에 있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펀드에 자기돈을 투자하지 않았더라도 자기 펀드의 성과에 따라 연봉이나 인센티브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펀드매니저를 만나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최소 수십억 이상을 그 펀드에 투자하거나 기관투자가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요즘에는 유튜브의 개인 증권방송을 많이들 보는 듯합니다. 저도 브이아이피 투자자문의 최준철 선생님이 나오는 유튜브 방송을 보고 많은 도움이 된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 유튜버들도 대부분 사기꾼들입니다(물론 최 선생님은 예외입니다). 광고수익을 노리거나 작전주를 팔아 이득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말입니다.

 

 차트를 뛰워놓고 쌍바닥이 어쩌고 하면서 자신의 비기를 설파할 이유가 무엇이 있을까요? 효율적 시장가설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비기를 많은 사람들이 따라 하면 거기서 수익을 얻기는 불가능해집니다.

 

 제 핸드폰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요즘 매일 두 종목씩 종목추천을 하는 문자가 오는데, 다음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두 종목 모두 10~20%씩 올라서 출발합니다. 

 작전입니다. 문자를 보내는 사람도 모집책일 뿐이고, 거래량이 많지 않은 종목을 골라 모집책을 통해 모은 자금으로 주가를 띄워 더 많은 '봉'들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매일 15%의 수익률이면 닷새 후에는 두배가 되는데, 그 신통방통한 비기를 남들과 공유할 이유가 있을까요? 매일 15% 정도의 수익률이 보장만 된다면, 저라면 사채를 써서라도 남들에게 비법을 알리지않고 거기에 투자를 하겠습니다.

 

 남들에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공부하고 생각해 투자를 해야 합니다. 투자는 결국 본인의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과정에 투자할 시간이 없거나 귀찮은 투자자라면 저의 이전 글 '시장을 이기기'에서 말한 ACWI지수에 투자하는 방법이 훌륭한 대안이 될 것입니다. (지수를 이용해 작전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2020년 6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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