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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10년을 지켜볼 주식 - IPG Photonics (Nasdaq: IPGP)

 회사의 명운을 하나의 기술에 걸고 있는 기업은 사실 장기투자의 대상으로 적합하지 않은데, 이유는 대체기술이 등장할 경우 회사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가늠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기술에 의존하고 있고, 대체기술도 이미 등장해서 조만간 명운을 다할 것으로 제가 생각하는 기업들 중 비자가 있습니다. 네, 많은 분들이 믿지 못하시겠지만, 신용카드에 찍혀있는 유명한 로고의 그 'VISA'가 맞습니다.

 비자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는것 과는 다르게, 신용카드를 발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카드 발급사들의 결제업무를 돕는 VAN사업자입니다.

 

 제가 이 기업이 조만간 명운을 다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알리페이나 위챗페이가 결제시장을 장악한 중국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대부분의 산업에서 후진국들은 선진국의 과정을 따라가기 마련이지만 결제 분야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지에서 먹힐까 - 중국 편'이라는 TV프로에서 이연복이 만든 짜장면이 맛이 있었는지,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통에 주문을 받던 허경환이 애를 먹던 중 QR코드 결재판을 가져다 놓자 바로 해결돼 버리는 장면을 인상 깊게 본 기억이 납니다. 주문을 할 때와 음식을 받을 때 손님들은 스마트폰에 있는 결제내역을 허경환에게 보여주기만 하면 되었던 것입니다.

 

 오늘날 신용카드를 결제가 편해서만 쓰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신용카드는 결제도 편하지만 외상도 편합니다. 지금은 금융사들이 제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관계당국에 로비와 압력을 통해 핀테크 업체들의 진출을 필사적으로 막고 있지만, 시대의 거대한 흐름을 그런 식으로 막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의 상황은 산업혁명때 마차를 몰던 마부들이 내연기관 자동차는 속도가 빠르고 쇠로 되어있어 사람에게 위험하다는 논리로 자동차의 운행을 금지해야 한다는 것과 비슷하게 보입니다.

 아마도 조만간 모바일 페이로도 외상이 별 불편 없이, 당연히 더 싼 이자로도 가능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폰케이스에 신용카드를 끼우고 다닐 필요가 없어집니다. 하여, 모바일 페이로만 결제를 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어느 정도에 다다르면, 이 비중은 급속히 팽창되어 지금의 신용카드의 위상을 무너뜨릴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런 일이 2~3년 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고, 모바일 페이의 결제비중이 선진국에서 크게 증가했다는 소식이 아직 들리지 않으니, 그때까지는 비자 주식을 계속 보유해도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신다면, 주식시장의 생리를 잘 모르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국내 1위 VAN사업자인 '나이스 정보통신'의 최근 5년 정도의 주가 추이가 이런 분들께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IPG Photonics는 소비에트 과학원 레이저 소재 물리학 연구소장 출신의 현재 회장이 창업한 회사라는 독특한 이력의 회사로, 광섬유 레이저의 광원, 광섬유 모재, 증폭기, 모듈 등을 생산하여 주로 산업용 레이저설비를 제작하는 업체에 납품하는 기업입니다. 즉, 광섬유 레이저라는 하나의 기술에 올인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기업을 주목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절단이나 용접과 같은 소재 가공 분야에서 동사의 위상이 압도적입니다. 산업용 레이저 가공장비를 만드는 회사들은 많이 있지만, 이들은 모두 동사와 같은 극소수의 레이저 소스를 만드는 기업들의 고객일 뿐입니다. 레이저소스를 만드는 기업들 중 동사와 비슷한 규모의 회사로는 미국의 Lumentum이라는 회사가 있는데, 이 회사는 광통신이나 센싱이 주력으로, 동사가 주력으로 하는 시장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언뜻 광통신/센싱 시장이 더 유망해 보일 수 있으나, 이 분야는 밀리미터파나 테라헤르츠파와 같은 대체기술들이 도사리고 있는 분야입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이유로, 자연과학의 발전 속도는 디지털 기술과 비교할 때 매우 느리다는 점으로, 발전 속도가 느리다는 말은 투자자에게는 대체기술의 위협이 적다는 말과 같습니다.

 레이저는 1917년에 아인슈타인이 처음으로 존재를 인식한 후 1960년대에 유명한 루비막대 실험 이전까지는 구현되지 못한 기술이었습니다. 공상과학에나 등장하던 이 기술이 실제로 산업에 응용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근래에 들어서 였고, 최근에는 다른 방식의 레이저를 광섬유 레이저가 대체해 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최근의 연구개발 동향 역시 광섬유 레이저를 대체할 기술보다는 광원의 응집 매체를 개발하는 연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대부분 동사가 이미 확보하고 있는 기술들입니다.

 

  마지막으로 산업의 자동화/정밀화와 함께 광섬유 레이저의 도입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레이저 가공은 다른 기술들 대비 고속/유연/고정밀의 특성이 우수하며, 매체의 마모가 없고, 자동화 통합이 매우 용이합니다. 또, 유리나 실리콘, 세라믹, 플라스틱에도 사용이 가능하고, 3차원 가공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 주식의 현재 가격은 안전해 보이는 가격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지만, 조만간 걱정 없이 매수할 수 있는 가격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음의 주가와 실적의 장기 추이를 보며 설명하고 싶습니다.

 

 2009년에 이익과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점이 눈에 뜨일 것입니다. 이는 동사가 기술유출의 방지를 위해 광다이오드부터 레이저 모듈까지 자체 제작하고 있어서 고정비의 비중이 크기 때문인데, 이런 수직계열화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대량생산을 할 경우 단위 비용이 크게 감소하여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데 반해, 수요가 감소할 시 고정비의 영향으로 이익이 급감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동사의 경우에는 기술유출의 방지와 품질의 확보가 수직계열화의 더 큰 목적으로 보이지만, 향후 레이저 가공의 보편화와 함께 압도적인 가격경쟁력까지 확보하게 되면, 이는 거대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다시 그래프로 돌아가서, 2019년의 경우는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어느 정도의 이익 감소와 주가 하락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코로나 사태가 현재 진행형인 올해인데, 지금은 중앙은행의 역대급 돈 풀기로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지만, 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매력적인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2020년 8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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