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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휴식이 필요한 종목 - 유나이티드제약

 이 주식을 처음 샀을 때, 이 종목을 이렇게 빨리 팔게 될지는 몰랐습니다. 동사가 흡입기 형태의 천식치료제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대부분의 중견제약사들이 그렇듯, 약의 종류가 많아서 그중에 한 가지 정도는 코로나 테마에 얽혀 주가가 단기간 급등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래 봤자 50% 정도 주가가 급등했다가 다시 급락하게 되는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이 주식을 매수했던 시점이 올해 4월 중순 경 이었으니 오늘 시가로 환산하면 다섯 배 가까이 주가가 올랐습니다. 이 정도의 가격 수준은 5년 정도 후에나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던 가격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5년 후 이 정도 수준의 가격이 되면 이 주식을 팔리라고 마음먹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필경 5년 정도쯤 후면 동사의 내재가치도 높아지기에 지금의 가격대와 비교해도 여전히 보유할만한 가격일 것이고, 하여, 다시 5~10년 이상을 보유하게 될 것이었습니다. 

 

 지금부터의 이 주식의 가격은 투기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동사가 개발한 코로나치료제(흡입형 천식치료제)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가 인체 내에서 퍼지는 경로의 첫 단계인 호흡기에 직접적으로 투여되는 항바이러스제인만큼 최소한 렘데시비르처럼 환자의 입원일수를 줄여 병상 확보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은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주식을 매도한 이유는 동사의 대표가 동 치료제는 매우 저렴한 가격일 것이라고 말한 점에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수 있었습니다.

 

 약값이 얼마일지는 알 수 없지만, 대충 확진환자 한명당 퇴원 시까지 5만원의 약값이 든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 현재까지 국내 확진자 2만명 X 5만원 = 10억원

 

 동사의 작년 매출액이 2천억원을 넘는 점을 생각해 보면, 10억원의 매출 증가가 다섯배의 주가 상승을 정당화 하기에는 좀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참, 코로나 사태는 아직 진행형이므로 확진자를 좀 더 많이 잡아도 될 것 같습니다. 현재까지의 두배인 4만명으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 예상 확진자 수 4만명 X 5만원 = 20억원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숫자입니다. 다섯배의 주가 상승을 정당화하려면 최소한 1조원 정도의 숫자가 나와야 합니다. 참, 수출을 깜빡했습니다.

 

 - 전 세계 확진자 수 2,600만명 X 5만원 = 1조 3천억원

 

 이제야 숫자는 겨우 맞춘 듯합니다. 그런데, 이 계산에는 문제가 좀 있습니다.

 

 해당 약품은 두 종류의 특허가 만료된 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질을 섞어 만든 개량신약이라고 합니다. 즉, 해외에서도 개량신약으로 특허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상당히 의심스럽습니다. 설령 특허를 인정받는다고 하더라도, 특허를 피해 비슷한 약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커 보입니다.

 이 약이 코로나의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정보가 알려지면, 인도의 제약사들이 비슷한 성분으로 특허를 피해 훨씬 싸게 생산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다섯 배의 숫자는 도저히 맞출 수 없음이 명백해졌습니다.

 

 이 보다 더 중요한 매도의 이유는 저의 매도 기준에 부합했기 때문인데, 저의 매도 기준은 아래의 두 가지입니다.

 

 1. 해당 기업에 대한 내 분석이 틀렸음이 명백해졌을 때

 2. 주가가 내가 계산한 내재가치의 상한선을 초과했을 때

 

 짐작하셨겠지만, 이번 매도의 이유는 2번이었습니다. '10년을 보유할 주식 - 유나이티드제약'에서 얘기한 저의 분석은 여전히 틀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만, 투기로 바뀐 판에서 잠시 떠나 아직 투기성이 짙지 않은 판에서 놀다가, 투기꾼들이 대부분 떠나고 이 판이 다시 잠잠해지면 돌아오고 싶습니다.

 

 참, 동사대표가 10만명분의 이 약을 이미 생산해 놓았다는 기사에는 큰 기대를 걸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약이 코로나 치료에 별 효과가 없다고 밝혀진다면 원래의 목적인 천식치료제로 팔면 되기 때문입니다.

 

 제 이전 글에서 얘기했듯이 도박판에서 호구가 되지 않는 가장 쉬운 방법은 도박판을 떠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도박에는 자신이 없습니다.

 

2020년 9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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