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살 때와 마찬가지로 팔 때도 명확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명확한 이유와 기준이 없다면, 주가의 등락에 따른 충동적인 결정을 내리거나, 혹은 장기간의 주가 침체가 자신의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서 '그때는 좋아 보였는데 다시 보니 아니다'와 같은 감정적인 결정을 내리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결정을 몇 차례 반복하다 보면, 결국 시장의 파도에 휩쓸려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장기투자를 해야하는 이유는 많은 개미들처럼 고점에 물려서 어쩔 수 없이 원금회복을 바라며 그 주식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일이나 다음 주, 혹은 한달 후, 일년 후의 주가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반면, 주가는 실적을 따라오는 그림자임을 알고, 좀 더 멀리 내다보면 많은 것들이 명확히 보입니다.
'10년을 보유할 종목 - 금화피에스시'를 쓴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이 글을 쓰게 되어 유감스럽지만, 최근에 동사에 대한 투자를 철회해야 할 중요한 이유를 알게 되어, 이를 밝히고자 합니다.
투자가 업이자 취미이다 보니 뉴스기사를 많이 읽게 되는데, 특히, 보유 중인 종목과 연관된 산업에 대한 기사는 더 열심히 읽게 됩니다. 최근 세계 최대 부생수소 연료전지 발전소인 대산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준공에 대한 기사를 읽다가 연료전지 공급사인 두산 퓨얼셀이 20년간 유지보수까지 담당한다는 대목을 보고 조사를 해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결과가 금화피에스시에 투자를 지속해야 할지에 매우 부정적이었습니다.
영암 태양광 발전소의 경우 주요 설비 공급자인 LS일렉트릭이 유지보수까지 담당하게 되며, 제가 이전 글에서 쓴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인 경기그린에너지의 경우도 역시 주설비 공급사인 포스코에너지와 작년에 설비 유지보수 재계약을 체결했는데, 5년간 1,575억 원 규모라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발전소들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경기그린에너지는 금화피에스시가 정비를 한다고 했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사업보고서의 수주 내역을 다시 확인해 보겠습니다.
경기그린에너지의 도급액이 6억 원 정도로, 위에서 말한 포스코에너지의 수주액 1,575억 원과는 큰 차이가 납니다. 이뿐 아니라 제주 풍력의 도급액인 79억 원도 여타의 화력/원자력 발전소의 도급액이 최소 100억 원에서 650억 원에 달하는 것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납니다.
그렇습니다. 동사가 화력/원자력 분야에서는 주요 설비까지 정비업무를 맡아서 하던 것에 반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극히 일부분인 주변설비에 대한 정비만 맡았기에 도급액이 현저히 적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는 미래에도 이어질 추세로 보입니다. 태양광이나 수소연료전지,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소의 경우 발전설비의 공급보다 유지보수가 더 큰 시장으로 주요 설비의 공급자가 유지보수까지 제공을 하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한국전력의 사업보고서에서 찾은 한전과 국내 발전 6사의 투자액 추이입니다.
원자력과 화력의 비중은 유지 내지는 감소인데 반해, 신재생의 비중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래에도 이어질 추세로, 동사가 참여 중인 시장의 파이가 커지지 않을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제가 이전 글에서 얘기한 해상풍력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아마도 풍력터빈이나 전력설비를 공급한 회사가 유지보수까지 책임질 가능성이 매우 커 보입니다. 그렇다면, 동사의 남은 성장동력은 원전 해체가 유일해 보이는데, 이것만 바라보고 투자를 이어가기에는 좀 많이 허무해집니다.
이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동사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고, 그 자금을 성장성을 확신하며 보유하고 있는 다른 종목들 중 아직 저평가 상태인 종목들에 투입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입니다.
전년도보다 올해 2분기 실적이 좋은, 전체 상장주식 중 몇 안 되는, 이 주식을 처분하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저에게는 근시안적으로 주가가 오를지를 맞출 능력이 없습니다.
2020년 8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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