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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10년을 보유할 주식 - Texas Instruments (Nasdaq: TXN) (2)

 이 주식은 제가 주식을 고르는 기준인 이익의 안정성, 사업의 성장성, 그리고 주가의 저평가 외에도 특별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이익의 대부분을 주주들에게 돌려준다는 점인데, 이는 아래의 실적과 주당순자산(BPS), 주당자유현금흐름(FCPS)의 장기 추이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매출액이 15년간 제자리인 것 처럼 보이는 것은 이 주식에 대해 쓴 지난번 글에서 설명했듯, 지난 10여 년 간의 구조조정을 통해 더욱 이익률이 높은 회사로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주목할 점은 2011년경 부터 주당순자산의 증가가 거의 없었는데 반해, 주당자유현금흐름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업이 가진 모든 자산, 그러니까 공장이나 설비, 재고, 현금 등에서 부채를 뺀것이 순자산이고(우리가 집을 살 때 은행에서 돈을 빌리듯이 기업도 공장이나 설비를 살 때 자기 돈 만으로 사지는 않습니다), 그 순자산을 발행된 주식수로 나눈 것이 주당순자산, 즉, 내가 주식 한주를 살 때 그 기업의 순자산을 얼마나 가지게 되는가를 말해주는 지표가 되는 것입니다.

 

 한편, 자유현금흐름은 순이익에 장부상에만 반영되고 실제로 현금이 지출되지 않은 감가상각비 같은 금액을 더한 후, 실제로 공장/설비 등을 유지하거나 확장한데 들어간 돈을 빼서 구하는데, 그러니까 한마디로 장사를 해서 순수하게 남기는 돈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성장산업이면서 막대한 시설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업종에서 자유현금이 가파르게 증가하는데, 순자산이 증가하지 않는 것은 보기 드문 일입니다. 시설투자비가 순자산에 쌓이므로 순자산의 증가폭이 자유현금의 증가폭보다 큰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동사는 시설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것 일까요? 반도체 제조사가 시설투자를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이익률은 증가할 수 있었던 것 일까요?

 

 동사가 투자를 하지 않는것은 아닙니다. 2011년의 National Semiconductor 인수는 당시 업계 최대 규모의 인수였고, 지금도 텍사스에 새로운 300mm 웨이퍼 가공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동사의 순자산은 왜 증가하지 않는 것일까요?

 

 답은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우선, 동사가 National Semiconductor를 인수하며 급증한 영업권과 무형자산을 수년간 상각 했기 때문입니다. 인수대금 중 공장이나 재고 같은 눈에 보이는 자산(유형자산)의 평가금액 이상의 금액은 영업권이나 무형자산이라는 항목에 표기되는데, 보통 사양산업이나 한계산업이 아니라면 이런 무형자산의 금액이 유형자산의 금액보다 큽니다. 그런데, 회계의 규칙상 이런 무형자산은 그 가치가 없어지는 것이 아님에도 시간을 두고 서서히 상각, 그러니까 지워 없애게 됩니다. 

 

 또 한 가지는 동사가 지난 10년간 매년 순이익보다 많은 금액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들에게 돌려주었기 때문입니다. 현금도 자산이므로, 주주들에게 준 만큼 순자산은 줄어든 것입니다.

 

 '어떻게 10년이나 순이익보다 많은 금액을 주주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그 답은 사업보고서의 재무상태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66억 달러에 이르는데, 이는 전체 자산의 34%, 순자산의 71%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입니다. 더욱이 1년 내에 지불해야 할 돈 24억 달러는 물론, 장기부채 62억 달러보다 많은 규모입니다.

 

 즉, 60억 달러가 넘는 현금을 가지고 있는 와중에 매년 쌓이는 순이익 50억 달러 이상을 생각하면, 이런 돈잔치를 충분히 매년 할 수 있습니다. 또, 그 돈잔치가 사옥을 새로 짓는다던가 하는 허튼짓이 아닌 주주들에게 나누어 주는 돈잔치라면 반갑고 기쁜 일입니다.

 

 '그래도 순이익보다 많은 돈을 매년 주다 보면 보유한 현금도 언젠가는 마를 날이 오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이 든다면, 동사의 순이익도 추세적으로 증가해왔음을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또, 앞으로도 동사의 이익은 크게 늘어나게 될 것인데,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해서 자동차 생산라인이 멈추고 있다'는 뉴스를 많이 보셨을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일시적인 수급의 불균형이 아닌, 지난 10년간의 반도체 생산의 외주화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의 시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량으로 자체 생산을 하는 것이 수익성에 유리한,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삼성이나 하이닉스에 익숙한 국내 투자자들 에게는 생소한 얘기일지 모르겠지만, 지난 10년간 메모리 업계를 제외한 전 세계 반도체 업계는 설계와 생산의 분업화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즉, 그동안 실리콘밸리에서 설계하고 대만의 TSMC에 생산을 전적으로 맡겨왔지만, 'TSMC 한 곳이 처리하기에는 이제 임계점에 다다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다른 파운드리들도 있지만, 엄밀히 말해 TSMC에 주문이 밀려서 할 수 없이 삼성이나 UMC에 주문을 주는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AMD나 퀄컴, 엔비디아 같은 고객사들이 자체 생산을 통해 해결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공장은 2년 정도면 지을 수 있지만, 공정기술의 습득은 그렇게 쉽지가 않다는 점 입니다. 미국 내 공정역량의 부재로 첨단공정에서 인텔마저 TSMC에 뒤지기 시작한 지 오래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최근 TSMC에서 생산한 AMD 제품이 인텔 제품을 앞서는 것은 이런 큰 줄기의 연장선입니다.)

 

 이 모든 점들과 5G의 확산 -> 사물인터넷의 확산 -> 4차 산업혁명을 통한 반도체의 수요 급증에서 아직 '5G의 확산'의 초기단계인 지금을 생각하면, 10곳의 자체 웨이퍼 가공공장을 통해 대부분의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아날로그반도체 1위인 동사는 이제 시작된 거대한 변화에서 큰 수혜를 입게 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2021년 4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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