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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10년을 보유할 주식 - 프로텍 (2)

 사실 제가 가지고 있는 종목들의 작년 사업보고서를 검토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종목은 주가가 지지부진했던 종목이 아니라, 이 주식이었습니다. 아래와 같이 작년의 영업실적이 급락했기 때문이었습니다.

 

G/M: 매출총이익률 // O/M: 영업이익률

 

 그동안 제 글들을 통해서 주가는 특별한 이유 없이도 영업실적과 상관없이 1~2년에서 길게는 5년 정도도 지지부진할 수 있다고 애기해 왔는데, 급락이 주가가 아닌 실적이라면 얘기가 다릅니다. 비슷한 분야의 사업을 하는 기업들과 동사의 작년 실적을 비교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아래는 동종업계 몇몇 회사들의 2019년 대비 2020년의 실적입니다.

 

 - 프로텍: 매출 -52% / 영업이익 -33.5%

 - 고영: 매출 -19.2% / 영업이익 -52.6%

 - 한미반도체: 매출 +114% / 영업이익 +386%

 - 코리아써키트: +66% / 영업이익 -3.6%

 - 비에이치: +10.2% / -45.7%

 

 코리아써키트나 비에이치같은 인쇄회로기판을 만드는 회사들은 제 관심대상이 아님에도 실적을 비교해 본 것은 동사의 매출 비중이 반도체 후공정 보다 표면실장에서 더 크기 때문입니다. 사실 웨이퍼에서 잘라낸 반도체 칩을 작은 기판 위에 붙여서 몰딩을 씌우는 반도체 후공정과 완성된 칩이나 부품을 큰 기판 위에 붙이는 표면실장은 같은 산업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점이 동사가 반도체 후공정 분야에서 출발했지만, 표면실장 분야로 제품군을 쉽게 확장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동종업계의 실적비교로 돌아가서, 이익은 각사들 마다 사정이 있을 것이므로 그렇다고 치고, 동사의 매출 하락은 확실히 과도해 보입니다. 특히, 제가 동사의 미래라고 생각하는 장비 제조사들인 고영이나 한미반도체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도대체, 왜? 동사의 매출은 반토막이 났던 것일까?'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위해 사업보고서를 읽다가 국내 매출은 작년에 오히려 증가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해외에서 업계의 판도를 바꿀 혁신적인 장비가 등장했는데, 국내 고객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보통 혁신적인 제품이 등장했더라도 수년에 걸쳐서 서서히 점유율을 높여가지, 동사의 해외 매출이 한 해만에 초토화될 정도로 급격히 점유율을 높이기는 힘듭니다. '그렇다면, 뭔가 제품이나 사업 외적인 측면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유를 곰곰히 생각하다가 동사가 해외 매출의 거의 전부를 싱가포르의 'ATS'와 대만의 '골콘다'라는 두 대리점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과, 싱가포르와 대만은 작년에 코로나 사태로 국경을 봉쇄했던 나라들이었다는 점이 생각났습니다.

 

 그러면, 답을 찾은듯하니 사실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은 무역협회의 'K-Stat' 사이트에서 찾은 작년에 국경 봉쇄가 있었던 대만/싱가포르/중국으로의 수출통계입니다.

 

 

 대만으로의 수출증가율은 8월까지 마이너스이다가 9월부터 회복되기 시작하여, 결국 작년전체로는 +5.1%였고, 싱가포르 -23%, 중국은 -2.7%였으므로, 초토화된 동사의 수출실적과 비교하기에는 어째 좀 부족해 보입니다.

 

 그런데, 반도체나 표면실장의 공정용 장비는 산업용 소재나 소비재와 달리, 반드시 셋업인원의 파견이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국내 인원의 파견은 고사하고 대만에서 중국, 혹은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로 의 인원 파견도 쉽지 않았을 것이므로, 반도체 전공정의 핵심장비와 같은 고가의 필수적인 장비가 아니라면, 어떻게든 기존의 장비나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장비로 버텼을 것입니다.

 

 이런 모든점들을 고려하면, 수출통계가 CCTV에 찍힌 범인이 피해자를 찌르는 장면까지는 아니더라도, 범인이 칼을 들고 피해자의 집으로 향하는 장면 정도의 증거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작년에 국내매출은 증가했다는 점과 백신의 등장, 그리고, 향후 동사의 규모가 커지면 고영이나 한미반도체처럼 자체 해외 유통망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작년의 매출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더 이상 의심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한편, 반토막이 난 매출에도 불구하고 이 주식의 주가는 작년부터 두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이런 중소형주에서 실적이 반토막났다면 주가는 반토막을 넘어 삼분의 일까지 떨어지는 것이 보통인데, 이 주식의 주가가 오른 이유는 작년에 반도체 후공정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줄 수 있는 장비를 개발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동사가 개발했다는 '갱본더'라는 장비는 아직 양산에서 검증을 받지 못했습니다. 무언가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했다는 것과 그것이 현실세계에서도 잘 돌아간다는 검증을 통과했다는 것은 다른 얘기입니다.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로 보여도 현실세계에서 잘 돌아가지 않으면 쓸모없는 물건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주식의 작년 주가상승은 미래의 가능성만 기대하여 주가가 오르는 테마주의 성격이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어야 될 점은 많은 중소형주의 주가 상승이 그런 테마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입니다.

 

 테마주에 얽힌 대부분의 주식이 사람들의 관심이 다른 테마로 옮겨가면 급락하지만, 원래 내실이 있던 기업은 그 수준의 주가가 유지되거나, 떨어지더라도 덜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해서, 이런 과정을 통해 주가는 결국 기업의 내재가치에 수렴하게 되는 것입니다.

 

 '갱본더'라는 일종의 테마를 저는 좀 다른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봅니다. 제가 이 주식을 샀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동사가 매출액 비중이 상당히 큰 디스펜서 장비 외의 분야로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어서였는데, 향후 갱 본더가 양산성을 입증하던 못하던, 제가 생각한 동사의 개발 역량과 제품군의 확장성은 이미 검증된 셈입니다.

 

 이 모든 점들을 고려할 때, 작년에 두배나 오른 주가에도 불구하고 이 주식의 주가는 제가 생각하는 내재가치의 하단에 근접해있습니다.

 

2021년 4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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