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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10년을 보유할 주식 - 미원에스씨 (2)

 국내 시장의 대부분 상장사들이 연말을 회계기준일로 선택하고 있는 덕분에 이맘때면 제가 좀 바빠집니다. 제가 투자한, 혹은 관심 있는 기업들의 사업보고서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기 때문입니다.

 

 각설하고, 동사의 2020년 실적을 전년도와 비교해보면 매출액은 -1.6%, 영업이익은 +5.6%로, 매출이 다소 하락했음에도 영업이익은 꽤 늘었습니다. 경기변동에 민감한 화학업종의 기업이고, 작년은 코로나 사태로 전반적인 경기가 하강했던 해였으니, 이 정도면 매우 우수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매출의 둔화에도 이익이 늘어난 부분은 좀 의아합니다. 화학업종은 장치산업이기에 매출이 약간만 하락해도 이익은 급전직하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아래의 다른분야 사업을 하지 않고 있는 몇몇 화학기업들의 전년대비 2020년 실적을 보면 매출 하락폭에 비해 이익의 감소가 컸음을 알 수 있습니다.

 

 - 롯데케미칼: 매출 -19.2% / 영업이익 -67.8%

 - 롯데정밀화학: 매출 -3.6% / 영업이익 -26.6%

 - 휴켐스: 매출 -10.1% / 영업이익 -10.5%

 - 효성화학: 매출 +0.3% / 영업이익 -60.4%

 

 동사가 작년에 화학업종의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 선방했던 이유는 이전 글 '10년을 보유할 주식 - 미원에스씨'에서 쓴 제품 수요처의 다양성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동사가 만드는 소재는 주로 코팅제나 접착제에 쓰이는데, 가구나 바닥재에서부터 화장품 용기, 스마트폰 케이스, 심지어 네일아트까지, 코팅이나 접착을 하지 않는 산업을 찾기가 힘듭니다.

 

 작년 내내 코로나 창궐로 인한 집콕생활로 TV나 컴퓨터, 태블릿 PC 같은 IT기기의 수요는 오히려 증가했다는 기사를 많이 보셨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전반적인 경기의 침체로 동사의 다른 수요처의 매출은 줄었으나, 고부가 수요처인 IT분야의 수요 증가가 오히려 이익 증가라는 결과로 나타난 것으로 보입니다.

 

 동사의 사업보고서에서는 매출을 수요산업별로 구분해 놓고 있지 않아서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이런 추정을 해 보는것은 중요합니다. 자신이 처음 주식을 살 때 생각했던 그 주식의 장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경우, 동사 제품의 수요산업이 매우 다양하여 한 두 산업이 침체되더라도 다른 산업들의 수요 증가가 이를 상쇄해 줄 것이라는 '이익의 안정성'이 이 주식을 선택한 중요한 이유들 중 하나였으니, 작년의 코로나 창궐을 계기로 이 안정성에 대한 확신을 얻은 셈입니다.

 

 사업보고서를 읽다가 이 주식에 대한 제 확신을 강화시켜줄 또 하나의 근거를 찾았는데, 16만주가 넘는 자사주의 소각입니다.

 

 저는 작년내내 주가가 떨어질만하면 대주주가 이 주식을 사들이거나 동사가 자사주를 사들이는 것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사들인 주식을 소각했다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 이유의 단서는 아래의 유동비율과 ROE의 추이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16~2017년의 수치는 기업분할(미원 홀딩스와 동사)로 왜곡되어있는 점은 감안하고 추이를 보아야 합니다.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유동비율이 무려 다섯 배에 이르고, 최근 이익률이 상승했음에도 ROE가 하락한 것이 눈에 띕니다.

 

 ROE(자기자본 이익률=순자산 이익률)는 이익을 자본(순자산)으로 나누어 구하므로, 이익이 줄지 않았는데 ROE가 하락한 것은 분모인 자본(순자산)의 증가가 분자인 이익의 증가보다 훨씬 많았다는 얘기가 됩니다.

 

 실제로 동사의 재무상태표를 살펴보면 보유한 현금이 모든 부채의 합보다 많고, 자본을 모두 합한 값의 30%에 이르니, 그동안 벌어들여 쌓인 현금이 ROE 하락의 주요한 원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회사가 자사주를 사들이면 쌓여있던 현금은 줄게 되므로 자본 역시 줄어들게 되어 같은 이익을 벌더라도 ROE는 증가하게 됩니다. (2천만 원을 투자해 백만 원을 벌때와 1천만 원을 투자해 백만 원을 벌 때를 비교해 보면 쉽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확실치는 않은 것이 회사가 자사주를 다시 시장에 내다 팔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자사주를 소각하는 경우는 확실히 ROE라는 경영효율을 높이게 됩니다.

 

 저는 제 글들을 통해서 여러 번 주가는 ROE와 PER(주당이익 대비 주가)가 결정한다고 얘기해 왔습니다. PER는 그때그때 시장이 그 주식에 내리는 평가로, 상황에 따라 PER 10배에 거래되던 주식이 20~30배에 거래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자주 발생하는 흔한 일입니다. 

 

 반면, ROE는 그 기업의 실력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가령 꾸준히 15% 정도의 높은 ROE를 보여주는 주식을 PER 10배에 샀다면, 5년쯤 후 주가는 15%의 5년간 복리수익인 2배(1.15를 다섯번 곱하면 2가 됩니다)가 아니라 4~5배 이상에도 거래가 됩니다. 장기간 높은 ROE를 보여주었으니 시장에서는 그 기업의 실력을 깨닫고 PER 10배가 아닌 20~30배의 평가를 내리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주식을 산 것이 5년쯤 전, 당시 시장의 저평가로 33천 원 부근에서 살 수 있었으니, 지금의 18만 원에 육박하는 주가를 생각하면, 이 종목이 위의 제 논리를 뒷받침하는 좋은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국내와 미국 공장을 증설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는 것을 보면, 동사의 ROE는 앞으로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2021년 3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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