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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가난을 떨쳐낼 포트폴리오

  '가난은 죄가 아니다'라는 말에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동물이기에 배가 고파지면 어쩔 수 없이 남의 것이라도 빼앗아 먹게 되어 있습니다. 모든 종교나 철학에서는 근면하고 성실하게 살 것을 요구합니다. 이는 인간은 동물이라는 것을 알기에, 근면하고 성실하지 못해 가난해지면 남의 것을 빼앗을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기에, 최소한 남의 것을 빼앗아야 할 정도로 가난해지지 말라고 근면과 성실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의 가난이 자신의 잘못은 아니기에 자식들은 부끄럽게 생각할 이유가 없지만, 부모들 자신은 가난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합니다. '평생을 근면하고 성실하게 생활해 왔지만 IMF와 같은 상황으로 운이 나빠 가난해진 사람은 예외가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역시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난해졌다면 그럴 수밖에 없었을 습관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근면하고 성실했더라도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지 않는 습관이 컸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일만 죽어라고 하면서도 상황의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기에 IMF와 같은 상황에서 실직이나 파산을 한 것입니다. 학력이 높지 않더라도 자신이 일하는 분야의 상황을 보며 생각은 충분히 할 수 있는데도, 생각하기가 싫어서 '난 그런 건 잘 몰라'라고 현실을 도피했던 것입니다.

 

 제가 만나본 20대들 중 많은이들이 '나는 닥치면 한꺼번에 일을 하는 스타일이다'라고 하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가난의 습관입니다. 저도 사회생활을 하기 전 까지는 일을 되도록 미루는 편이었습니다 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일을 미루었다가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이 평소에는 잘 돌아가는 것 같지만, 어느 순간에는 곤경에 처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직장생활 중 만나본 40대 이상의 사람들 중 '나는 닥치면 한꺼번에 일을 하는 스타일이다'라고 하는 사람은 딱 한 명이 있었습니다. 저와 매우 가까운 사이였고 제가 다니던 회사의 이사까지 했던 사람인데, 이사라는 직책에 비하면 가난했습니다. 가난의 습관을 버리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투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가난해지기 쉬운 투자의 습관(즉, 투기의 습관)이 있는 반면, 부유해질 수밖에 없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투자의 습관이 있습니다.

 

 빚으로 주식을 사거나, 한두 종목에 몰빵을 하거나, 상방이든 하방이든 시장의 방향을 예측해 거기에 베팅을 하는 투기, 자신이 살 주식을 철저히 분석하지 않는 것, 모두 가난해질 투자의 습관입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이런 식으로 투기를 해왔다면 시장이 급락한 올해 3월을 회고해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행히 하락의 폭이 크지 않았고 기간도 짧았기에 망정이지, 리먼사태나 IT버블 때와 같이 기간도 길고 하락의 폭도 컸다면 어땠을까를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믿지 못하시겠지만, 저의 경우는 3년간 80%의 주가지수가 하락했던 미국 대공황, 13년간 역시 80% 가까이 하락했던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상황까지도 투자에 상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부유해질 수밖에 없을 투자의 습관은 무엇일까요? 항상 내일이라도 시장이 급락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철저히 분석한 최소 3 종목 이상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리되, 반드시 안전자산을 자신의 포트에 일정한 비중으로 편입하고, 일 년에 두 번 정도 그 비중을 다시 맞추어주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기계적으로 수행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안전자산에 대해 좀 더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사람마다 안전자산에 대한 정의가 다르겠지만, 저는 안전자산을 리먼사태와 같은 폭락장에서 가치가 오르는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래는 이번 코로나 급락장이었던 올해 2월 17일에서 3월 19일까지의 주요 자산의 수익률입니다.

 

 - 코스피: -34.99%

 - S&P500: -31.61% / 환율감안시 -26.28%

 - 미국 달러: +7.8%

 - 일본엔: +6.03%

 - 스위스프랑: +6.58%

 - 유로: +4.75%

 - IEF(iShares 7-10 Year Treasury Bond ETF): +10.54%

 - SHY(iShares 1-3 Year Treasury Bond ETF): +9.54%

 - GLD(SPDR Gold Shares ETF): -0.13%

 ※ IEF/SHY/GLD의 수익률은 환율 감안, 배당은 감안치 않음.

 

 미국 국채펀드인 IEF와 SHY의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반면, 많은 사람들이 안전자산으로 생각하는 금펀드의 수익률은 마이너스였습니다.

 

 다음은 리먼사태 기간인 2007년 10월 말에서 2009년 2월 말까지의 성과입니다.

 

 - 코스피: -48.52%

 - S&P500: -53.27% / 환율감안시 -20.45%

 - 미국 달러: +70.23%

 - 일본엔: +101.28%

 - 스위스프랑: +68.39%

 - 유로: +48.91%

 - IEF: +88.9%

 - SHY: +75.83%

 - GLD: +100.56%

 ※ IEF/SHY/GLD의 수익률은 환율 감안, 배당은 감안치 않음.

 

 금펀드(GLD)의 수익이 2배가 넘게 증가한 것을 보고 '역시 믿을 건 금이군..'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금을 안전자산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금은 상품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하나로, 달러의 가치가 상승하면 상품의 가격은 하락하게 됩니다. 리먼사태 때는 운 좋게도 중국인들의 금 수요로 인해 가치가 폭등했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는 진실이 드러났다는 생각입니다.

 

 유로화 역시 안전자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이유는 역사가 짧아 유로의 미래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안전자산의 중요한 요건중 하나는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그 자산의 가치가 크게 요동치지 않도록, 적절히 통화량을 잘 조절해왔고 부채는 반드시 상환해왔는가?라는, 2~3백 년 이상의 장기간 검증된, 역사가 중요합니다.

 비슷한 경제규모와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적인 정부를 가지고 있음에도, 스위스프랑은 안전자산인 반면 싱가포르달러는 안전자산의 반열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유로는 역사가 너무 짧습니다.

 

 일본엔의 경우는 세계 최초의 제로금리로 인한 엔캐리 트레이드 덕분에 과거 수십 년간 안전통화라는 인식을 얻을 수 있었지만, 먼 미래에도 안전자산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는 회의적입니다. 2차 대전 때 국민에게 판 채권을 상환해주지 않은 전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예금도 몰수했습니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하면, IEF나 SHY 같은 미국 국채펀드를 달러로 사서 일정한 비중을 자신의 포트 안에 반드시 편입시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안전자산의 편입비중은 사람들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와 '부동산 vs 주식'에서 말씀드렸듯, 주식은 5~10년 이상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상향 하는 경향이 강하고, 수익률도 다른 어떤 자산보다 높은 점을 고려하면, 40% 이하의 비중이 되어야 합니다. 또, 너무 적게 편입하면 하락장에서의 상쇄효과가 떨어지기에 10% 이상은 보유해야 합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10~40% 비중 내에서 조절하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하실 분이 있으실 것입니다만,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상황에 따라 비중을 조절하려다가 안전자산 비중을 높여야 했을 시기에 주식만 100%를 가지고 있었고, 주식비중을 높여야 했을 시기에 안전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 상황을 맞히려고 노력하다 보면, 시장의 물결에 휩쓸려 떠내려 가버리기가 십상입니다.

 

 대신, 가급적 과거 15년 이상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자신에 맞는 안전자산의 편입비중을 찾아보시라고 추천합니다. 투자자산의 규모가 커서 방어를 위주로 한다면 40%에 가까운 비중이 될 것이고, 아직은 자산의 증식이 중요하다면 10%에 가까운 비중이 될 것입니다.

 

 일단 편입비중을 정했다면, 6개월에 한 번 정도 시가로 평가해 그 비중을 계속 유지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큰 폭의 하락장이 온다면 목표비중을 넘는 안전자산을 팔아서, 가격이 급락한, 평소에 가지고 싶던 주식을 살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한다면 위기가 지나고 반등장이 왔을 때 자신의 성과는, 시장성과를 훨씬 뛰어넘는, 매우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을 것입니다.

 

2020년 9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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