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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나의 종목 발굴법

 제가 종목을 고르는 방법은 올레뮤직에서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고르는 방법과 비슷합니다. 60~70년대 퓨전 재즈 스타일의 음악을 좋아하는데, 마일스 데이비스 나 프레디 허버드 같은 유명 뮤지션들의 웬만한 음악은 이미 모두 다운로드하였기 때문에, 새로 올라오는 모든 재즈곡을 아침마다 모두 들어봅니다. 그중에 더 들어보고 싶은 곡이 가끔 한두 곡씩 있는데, 이를 플레이리스트에 넣어 놓고 나중에 그 뮤지션의 앨범 수록곡 전체를 더 들어보며 가지고 싶은 앨범들만 다운로드합니다.

 더 비싼 요금을 내고 무제한으로 들을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사용하지 않는데, 몇 번 웹사이트가 폐쇄되어 내가 저장해둔 정보들을 잃어본 경험이 있기에, 음악사이트가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입니다. 

 

 주식을 고를때도 이런 식의 바텀업 방식을 사용합니다. 가끔 뉴스 기사에서 얘기하는 종목을 조사해 보기도 하는데, 거의 대부분은 제 후보 종목 리스트에 오르지 못합니다. 특정 산업이 유망해 보여 조사해보는 종목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인베스팅 닷컴의 스크리너를 사용해 미국시장과 한국시장에 상장된 주식들 중 5년간 EPS 증가율이 좋았던 종목을 각각 300개 정도 추립니다. 해외시장에는 유럽, 일본, 중국 같은 시장도 있지만 데이터를 구하기가 어렵고, 사업보고서를 읽을 수 없어, 현재로서는 미국시장만이 관심권입니다. 

 

 그 대략 600개 정도의 종목들을 미국 시장의 종목들은 macrotrends를, 한국 주식은 아이투자를 사용해서 대략의 양적 기준을 적용해 한번 더 스크린 하는데, 그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10년 평균 ROE가 10% 이상이 되는지

 - 과거 15년 정도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우상향 추세였는지

 - 주당 자유현금흐름은 증가 추세였는지

 

 이 조사대상 목록의 기업들을 대충 어떤 산업에 속하는지와 어떻게 돈을 버는지 정도만 알아보고, 마음에 들면 본격적으로 분석을 시작합니다. 사업보고서를 읽기 전에 먼저 증권사나 남들이 쓴 보고서를 읽어보고, 회사의 연혁을 정리해 봅니다. 이것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남들이 쓴 보고서에서 말하는 회사의 장점이 사실일지를 연혁이나 사업보고서를 읽다 보면 명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무제표는 부채나 유동비율이 의심스럽지 않다면 대충 넘어가는 편입니다. 매출, 영업익, 주당순자산, 주당 자유현금흐름, 부채비율, 유동비율, 총이익률, 영업이익률의 15년 정도의 추이를 그래프로 그려보는데, 이것이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림으로 그리다 보면 미심쩍은 구간이 보이고, 이를 조사하다 보면 그 기업의 더 많은 부분을 알게 됩니다.

 

 물론 질적 분석이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질적분석에 대해 쓰려면, 아마 밤을 세워도 모자랄 것 이므로, 간단히 한 마디로 정리한 저의 질적분석 포인트는 '이 회사가 10년 후에 반드시 성장해 있을까?'입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 비로소 제 후보 목록에 오를 자격을 갖추게 됩니다. 현재 후보종목과 보유종목을 합쳐 30 종목 가량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매년 600개가 넘는 종목을 검토해 추렸는데 30개 밖에 없는것 입니다. 

 관찰하는 종목수를 좀 더 늘리기 위해 계속 주식을 분석할 생각이지만 그렇다고 기준을 낮추어 종목수를 늘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워런 버핏이 말했듯, 평생 20번의 투자기회만 있다면 매번 투자에 엄청나게 진지할 것이고 그렇다면 필경 성공적인 투자자가 될것이기 때문입니다.

 

 주식의 내재가치 계산은 5년과 10년의 평균 ROE 중 낮은 값을 BPS에 10년간 할증한 후, 목표수익률인 15%로 다시 10년을 할인합니다. 현재 주가에 그 값을 나누어 나오는 값이 경기변동주는 1~1.5 이하, 경기의 영향이 별로 없는 회사는 2 이하 이면 대게 매수대상이 됩니다. 

 

 아마도 아마존 이나 셀트리온 같은 종목은 저의 이 원칙을 적용하면 평생 한 번도 매수할 기회가 없을 수도 있지만, 괜찮습니다. 경험상 실패한 투자는 모두 이 원칙을 어겼을 때였기 때문입니다. 개인투자자들 에게 종목을 발굴하는 법은 바텀업 방식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물결에 휩쓸리기가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미치도록 가지고 싶은 종목을 골라놓고 기다리다가 기회가 왔을 때 사는 것이지, 상황에 휩쓸려 사려고 한다면 물결에 휩쓸리기가 십상일 것입니다.

 

2020년 5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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