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가 뭘 하는 회사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므로, 제가 여기서 이 회사가 뭘 만들고 파는지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과자 부스러기나 팔아서 언제 돈을 버나?' 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꽤 있을 듯합니다.
그런데, 이 회사가 만드는 1회용으로 소포장된 스낵류는 스마트폰이나 자동차와 같이 한번 사면 몇 년 이상씩 쓰는 물건들과는 달리, 그 즉시 먹어서 없어지므로,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꾸준히 재구매가 이루어집니다. 또, 재료를 다듬거나 손질하고 설거지를 할 필요가 없으므로, 도시화와 핵가족화가 진행될수록 그 수요가 증가하게 되는데, 도시화는 산업화가 진전될수록, 핵가족화는 여성의 경제활동이 증가할수록 나타나는 초장기적인 트렌드입니다. 따라서, 이 스낵식품류는 성장성까지 갖춘 산업이라는 말이 됩니다.
이 산업이 결코 무시할만한 산업이 아니라는 것은 아래와 같이 최근 3년간(2019~2021년)의 삼성전자와 이 회사 이익률을 비교해 보면 분명해집니다.
. 3년 평균 영업이익률: 삼성전자 15.24% / 오리온 16.3%
. 3년 평균 ROE(자기 자본 이익률): 삼성전자 10.86% / 오리온 13.19%
'초코파이'나 '오징어 땅콩', '포카칩'같은 제품들은 출시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같은 것들은 요즘은 아예 만들지도 않습니다. 같은 제품을 이렇게 장기간 꾸준히 많이 찍어내면 그 회사의 이익률은 좋아질 수 밖에 없으므로, 이 회사 이익의 안정성은 독보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스낵식품류에는 라면이나 냉동식품같이 밥으로 먹을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그 선호하는 맛이 나라나 문화별로 다릅니다. 국내 시장은 인구감소라는 초 장기적인 트렌드에 직면해있는 반면, 이 회사가 만드는 간식거리들은 그 맛에 나라나 문화별로 호불호가 없습니다. 전체 매출의 70% 가까이가 중국과 베트남, 러시아 등지에서 발생하고, 베트남에서 먹혔다면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서도 먹히리라는 것과, 러시아에서 먹혔다면 유럽이나 다른 서구 국가들에서도 언젠가는 먹힐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주가는 이런 독보적인 안정성이나 성장성과는 많이 떨어진 지점에서 형성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유는 이미 짐작하고 있듯이, 이 회사가 요즘 문제가 많은 중국과 러시아에서 버는 돈이 아주 많기 때문인데,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두 나라에서 법니다. 그런데, 이 회사의 해외사업은 이미 현지화되어 있는 것을 생각하면, 2020년 중순의 고점 대비 거의 반토막난 최근의 주가는 일견 시장의 잘못된 처벌인 것처럼 보입니다.
과연 그럴지 좀 생각해봐야 하겠습니다. 시장의 처벌이 억울한 것이었다면 저는 큰돈을 벌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지난 15년간 이 회사 실적과 이익률의 추이입니다.
2017년의 실적이 움푹하게 파여있는 것은 당시 '오리온홀딩스'가 분할되어 떨어져 나갔기 때문입니다. 또, 2012년에서 2016년까지의 매출이 정체상태였던것은 지금은 '오리온홀딩스'가 하고 있는 극장과 영화 투자, 건설사업 등의 실적이 합산되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최근 몇 년간의 매출 총이익률(G/M)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도, 영업이익률은 오르고 있으니, 그러면 된 것 아닌가?' 하실지 모르겠지만, 매출 총이익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진다면 영업이익률도 떨어지게 되어있습니다. 매출에서 원가를 뺀 것이 매출총이익이고, 거기서 판관비를 뺀것이 영업이익인데, 이 회사가 쓰는 전체 비용에서 원가는 70% 정도인데 반해, 판관비는 30% 밖에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가의 반토막이라는 다소 가혹한 판결이 내려진 데는 아래의 해바라기씨유의 추이와 같이 최근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 결정적인 증거로 제시된 듯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회사가 만드는 군것질 거리들의 주요 원재료는 농산물이고, 대부분의 국제 농산물 시세는 비슷하게 움직입니다. 해바라기씨유를 예로 든 것은 이 회사가 두 번째로 많이 쓰는 원재료가 먹는 기름이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는 감자인데, 재배가 쉬워 한해 급등 후 폭락하는 경향이 반복되므로, 다른 농산물들의 가격과는 다른 추이를 보입니다.
그런데, 어째 농산물 가격 추이와 이 회사 매출 총이익률의 추이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2017년 분할 이전에는 '오리온 홀딩스'의 실적도 반영되었을 테니, 현재 이 회사가 하는 사업인 제과부문만 다시 그려 보았습니다.
어째 연관성이 더 떨어져 보입니다. 2010년까지의 데이터는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고 보아도, 최근 1~2년을 제외하면, 농산물 가격이 이 회사 매출 총이익률을 좌우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 회사 이익률이 역사적으로 농산물 가격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생각해 봤습니다.
1. 원재료비가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42.4%, 2021년 45.6%로, 절대적으로 크지는 않았다.
2. 원재료비가 매출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61.5%, 2021년 64.1%로, 커 보이지만, 원재료에는 포장재도 있다.
3. 이 회사가 만드는 제품은 소비자에게 원가를 전가하기 좋은 소비재 제품이다.
4. 무엇보다도 모든 농산물의 가격은 위의 해바라기씨유 가격의 추이와 비슷하게 폭등한 이듬해에는 폭락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장기적으로는 영향을 미칠 요소가 아니다.
5. 그 이유는 농사는 석유 시추나 광산 채굴과 같이 오랜 탐사나 개발의 필요가 없기에 몇 개월에서 1년 후에는 수확량을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근 3~4년간 매출 총이익률이 하락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지 알아보기 위해, 사업보고서에 나오는 '비용의 성격별 분류' 중 비중이 큰 항목들을 다음과 같이 추려 보았습니다.
붉은 선으로 표시된 '상품의 구매액'이 급등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여기서 '상품'이란 이 회사가 만들지는 않지만 팔고 있는 제품을 말합니다. 이 회사는 2016년에 '농협'과 합작회사 '오리온농협'을 설립했는데, 최근 반응이 좋은 '오! 그래놀라'가 '오리온농협'에서 만드는 제품이라고 합니다. 또, 2019년에는 태국의 어느 회사에서 만드는 김스낵의 중국 독점 판매권을 획득했는데, 중국에서 반응이 아주 좋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오리온농협'과 김스낵이 포함된 중국법인의 스낵 상품의 매출 추이를 봐야겠습니다.
잡았습니다! 두 항목의 매출 증감을 합하면 앞의 '상품의 구매액' 추이와 대략 일치합니다.
이 회사가 하는 상품의 구매, 그러니까 다른 회사에서 만드는 과자를 사 와서 '오리온' 상표를 붙여서 파는 것은 쉽게 '외주'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공적인 외주의 효과는 이 회사 이익률의 추이와 같이 매출 총이익률이 감소하더라도 영업이익률의 증가로 나타나게 됩니다. 따라서, 최근 몇년간의 매출총이익률 감소가 이 회사 이익률을 갉아먹을 근본적인 요소가 아님은 분명해졌습니다.
그럼에도 원가의 60~70%에 달하는 원재료비의 비중을 생각할 때, 최근 들어 치솟은 농산물 가격은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추세적인 이익률 하락을 걱정하는 이유는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이나 점유율 하락으로 인해 가격을 낮춰서 제품을 팔고 있지 않을까?' 여서인데,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농산물 가격의 변동은 이 회사가 하는 사업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도 아니고,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요소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주가의 반토막이라는 시장의 판결은 오판이었음이 명백해졌으니, 조만간 열릴 재심에서는 주가의 폭등이라는 판결을 받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지금 이 주식을 사야 할까요?
만약, 제가 이쯤에서 분석을 마치고 이 주식을 산다면, 저는 장기투자자인 것은 맞지만, 가치투자자는 아닌 셈이 됩니다. 제 결정의 마지막 단계인 내재가치의 계산이 남았습니다.
몇 번 얘기했듯이, 저는 BPS(주당순자산)에 최근 5년이나 10년간의 ROE(순자산 이익률) 평균값 중 낮은 값을 10번 곱해서(10년간 할증) 내재가치를 추정합니다. 이 회사의 경우는 2017년에 있었던 분할의 영향을 제거하기 위해서 최근 3년간의 ROE 평균값인 13.19%를 사용했는데, 2017~2018년을 제외한 최근 8년간의 평균값도 13.45%로 비슷한 숫자가 나오니, 그 숫자에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계산은 다음과 같습니다.
1. BPS를 13.19%로 10년간 할증: 55,975원*(1.1319^10)=193,230원
2. 이를 할인율 12.88%로 10년간 할인: 193,230원/(1.1288^10)=57,331원
※ 할인율: 국채 10년물 금리 3.25% + 회사채(무보증) BBB- 금리 9.63% = 12.88%
3. 이를 현재 주가와 비교: 96,000원/57,331원=1.67배
이런 경기방어주들의 주가가 대게 제 방식의 계산에서 1배에서 3배 사이에서 형성됨을 감안하면, 1.67배라는 값이 절대로 비싼 가격은 아니지만, 욕심을 낼 만큼 낮은 가격도 아닌 것 같습니다.
괜찮습니다. 시장의 오해가 이어져서 내가 원하는 1배 부근까지 주가가 떨어질 수도 있고, 내일부터 주가가 폭등하더라도 나에게 손해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만약 정말로 주가가 내일부터 올라 버린다면, 아랫배가 좀 아플 것 같기는 합니다.
2022년 5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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