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오르지 않은 것을 제외하면 작년의 실적도 나쁘지 않았고, 세계적인 물류대란도 해소되고 있다고 하니, 올해는 이 종목의 재무제표에 나오는 수치들을 제가 어떻게 분석하는지에 대한 글을 쓰고자 합니다. '이 놈은 도대체 어떻게 숫자들을 분석할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면 흥미로운 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몇번 얘기했듯이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 재무지표의 15년 정도의 추이를 봅니다. 그해의 숫자들만 보아서는 그 숫자들이 뭘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으므로 다른 회사나 과거의 숫자들과 비교를 해 보아야 하는데, 같은 업종의 회사들은 같은 산업환경의 영향을 받기에 비슷한 실적의 추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고, 5년 이내의 짧은 기간 내에서만 숫자를 비교해서는 일시적으로 좋아진(혹은, 나빠진) 산업환경의 영향 때문인지를 분별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10년이나 20년이 아닌, 15년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10년간의 숫자들만을 비교할 경우 과거의 경기 저점이나 고점이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10년 전 까지만 생각하면 2008~2009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이 포함되지 않습니다. 또, 20년은 거의 한세대가 지나 가는 기간이므로, 달라진 최근의 산업환경 같은 것들에 둔감해질 소지가 큽니다.
이 종목의 숫자 분석으로 돌아가서, 먼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로그축에 그린 그래프입니다. 로그축은 100에서 200과 200에서 400 사이의 간격을 시각적으로 동일하게 보여주므로 장기간의 추이를 볼 때 쉽게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중간 중간 2~3년 정도씩 떨어지더라도 장기적인 추세는 이 종목과 같이 오르고 있어야 합니다. 영업이익이 2009년에서 2011년까지 3년이나 줄어든 이유는 이전 글 10년을 보유할 종목 - KCI (tistory.com) 에서 밝혔듯이 공장을 새로 지었기 때문이었는데, 이런 일시적인 과거의 실적 하락의 원인을 알아보는 것은 그것에 미래에도 반복될 수 있는 요소가 있는지를 생각해 보기 위함입니다.
작년과 재작년의 영업이익이 하락한 이유는 굳이 제가 설명하지 않아도 코로나 사태와 그에따른 물류대란 때문이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은 매출 총이익률(G/M)과 영업이익률(O/M)의 추이입니다.
매출총이익은 매출액에서 원가를 빼면 나오는 숫자이고, 여기서 판매비와 관리비를 뺀 것이 영업이익입니다. 그리고, 이들 수치들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매출 총이익률과 영업이익률인 것입니다.
저는 이 이익률들이 장기적인 추세에서 하락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봅니다. 일시적인 경기의 영향이나 투자비의 급증 같은 이유로 1~2년에서 2~3년까지의 하락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장기적인 추세가 떨어지고 있다면 경쟁이 치열해져서 제품 가격을 내리고 있기 때문일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 종목의 경우는 2007~2009년경의 매우 높았던 이익률을 제외하면 추세적인 하락은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2007~2009년에는 왜 이익률이 높았던 것일까요? 지금은 팔고 있지 않은 물건을 당시에 팔았거나, 당시의 시장점유율이 더 높았던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이유를 생각해보다가 제가 가지고 있거나 지켜보고 있는 국내의 12개 종목들 중 9 종목이 비슷한 시기에 이익률이 상당히 높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쯤이면 거시경제적인 이유가 있었다는 말인데, 답은 아래에 보이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와 환율의 추이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종목의 이익률이 위의 지표들과 비슷한 추이를 보이는 것은 이 회사의 주요 고객들이 존슨 앤 존슨이나 로레알 같은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들이고, 수출비중이 80%를 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물가지수가 치솟았던 작년에 물류대란에 따른 물류비의 상승이 없었다면 영업이익은 매출액보다 훨씬 큰 폭으로 증가했을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유동비율, 부채비율, 그리고 순자산 이익률(ROE)의 추이입니다.
유동비율은 재무제표에 나오는 1년 이내에 현금화시킬 수 있는 자산, 그러니까, 유동자산이 유동부채(1년 내에 써야 할 돈)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비율인데, 몇배 이상이어야 한다는 기준은 없지만 유동자산이 유동부채보다 적다면 좀 심각하게 재무제표를 들여다봅니다. 만약 장기적인 추세에서 꾸준히 유동자산이 유동부채보다 적었는데도 경기가 대단히 나쁠 때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면, 뭔가 유동자산 외에도 꾸준히 돈이 들어오고 있는 구멍이 있다는 말입니다.
저는 부채비율을 계산할 때 아직 주지 않은 원료대금 같은 것들은 제외하고 순수하게 원금과 이자를 갚기로 약속하고 빌린 돈만 계산합니다. 원료비 같은 것들은 회사가 이미 판 물건의 대금을 받으면 자연히 지급할 수 있는 일상적인 영업활동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한 고객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거나 마진이 거의 없는 물건을 엄청나게 많이 팔고 있다면 이미 넘긴 물건들의 대금을 받지 못해서 망하는 경우도 있으나, 저는 그런 종목은 아예 고르지를 않습니다. 제가 고르는 종목들은 기본적으로 돈을 꾸준히 잘 벌고, 이익률도 어느 정도 높은 종목들 이므로, 부채비율은 어느 정도를 넘으면 안 된다는 기준 같은 것은 없습니다.
대신 장기적인 부채비율의 추이를 ROE와 비교하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순자산이익률(ROE)은 재무제표에서 보이는 순이익을 순자산(자본)으로 나누어 구합니다. 한편, 순자산(주주의 몫)은 전체 자산에서 빌린 돈(부채)을 뺀 금액이므로 전체 자산과 순이익이 같더라도 빌린 돈이 많았다면 ROE는 높아지게 됩니다. 아래의 예를 보면 쉽습니다.
. (순이익 10) / (순자산 100) = ROE 10%
. (순이익 10) / ( 순자산 50 + 부채 50) = ROE 20% = (순이익 10) / (순자산 50)
돈을 많이 빌려서 ROE를 높였는데 빌린 돈을 갚고 나자 다시 이전의 낮은 ROE로 돌아가는 회사라면, 빚을 내 더 많은 물건을 찍어내서 가격을 낮춰 파는 것 외에는 더 많이 팔 방법이 없는 회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 이제 마지막인 주당순자산(BPS)과 주당자유현금흐름(FCS)입니다. 이들 값도 로그축에 그래프를 그립니다.
순자산을 발행된 주식수로 나눈 것이 주당순자산인데, 주가나 이익은 매해 크게 요동치는데 반해, 주당순자산은 비교적 크게 요동치지 않으므로 제가 주가와 비교하기 위한 기준으로 사용하는 지표입니다.
자유현금흐름은 현금흐름표의 항목들 중에서 영업에서 남긴 현금(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현상유지를 위한 지출을 제외한 금액, 그러니까, 말 그대로 주주들에게 돌려주거나 미래를 위한 투자 등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현금의 흐름입니다. 그런데, 현금흐름표의 '투자활동 현금흐름' 중에서 얼마가 현상유지를 위해 쓴 금액이고, 얼마가 미래를 위한 투자인지는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따라서, 대개는 눈에 보이는 시설에 들어간 돈을 빼줍니다.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에 들어간 돈 중에서도 현상유지를 위해 쓴 돈이 있을 것이고, 눈에 보이는 시설을 위해서 쓴 돈 중에서도 미래를 위한 투자가 있을 것이나, 대개 눈에 보이는 시설에 쓰는 돈이 가장 많으므로, 보수적으로 이 금액을 영업에서 남긴 현금에서 빼서 구하는 것입니다.
주당자유현금흐름은 영업이익이나 순이익보다 훨씬 더 변동이 큰 지표입니다. 이 종목의 경우 그래프에서 보이지 않는 연도의 값이 많은 것은 로그축에 나타낸 추이여서 마이너스인 해에는 표시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추이는 이 종목과 같이 우상향이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얘기한 9가지 지표의 장기적인 추이 중에서 의심이 드는 구간이 있다면 그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서 사업보고서를 좀 더 심각하게 들여다보는데, 그때마다 미천한 회계지식 덕분에 용어의 의미부터 인터넷에서 찾아보곤 합니다. 예를 들자면 '제품과 재공품의 변동'이라는 항목에 큰 변동이 생겼는데, '제품과 재공품의 변동'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찾아보는 식입니다. 그렇지만, 회계를 공부해서 통달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회계를 많이 알수록 투자성과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랬다면, 회계사들은 모두 주식투자로 큰돈을 벌었어야 했습니다. 기본적인 개념만 알고 있으면, 모르는 용어는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됩니다.
제가 회사의 내재가치를 주가와 비교하는 방법은 이전 글 내재가치의 계산 (2) (tistory.com) 에서 이미 설명했고, 올해는 이 종목의 9가지 지표 추이에서 심각한 의문이 드는 부분도 없었으므로, 이쯤에서 이번 글을 줄이고자 합니다.
2022년 3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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