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투자

10년을 보유할 종목 - KCI

 제가 개별종목의 분석글을 올리는 이유는 사기꾼들처럼 제 글을 읽고 따라서 매수하는 사람들로 인해 주가가 오르면, 그 종목을 팔아 미미한 차익을 챙기기 위함이 아닙니다. 아마 그럴 의도였다면 글의 제목이 '10년을 보유할 종목'이 아닌, '두 달 내 반드시 50%는 오를 종목'이나, '당장 안사면 후회할 급등주'였을 테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가만.. 어디서 많이 본 제목들 같지 않은지요?)

 제가 분석한 주식에 대해 글을 쓰는 이유는 남을 설득하기 위해 한번더 검토해보고 쉬운 말로 풀어서 글을 쓰다 보면, 그 기업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중학교만 졸업한 정도의 학력과 그 분야의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을 '그 주식이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게끔 설득할 수 있다면, 그 기업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라면서, 일반인들에게 설명을 할 때 어려운 그 분야의 전문용어만 늘어놓는 사람은 그 주제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공부해 외운 내용을 읊고 있을 뿐이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자, 그럼 한번 설득해 보겠습니다.

 

 KCI는 샴푸나 린스, 화장품의 보습에 관련있는 원료들을 제조하여 로레알이나 헨켈, 니베아, LG생활건강 같은 글로벌 생활용품회사들에게 공급하는 회사입니다. 이 사실만으로도 매우 안정적인 사업을 하는 듯 하니, 이 기업을 분석해 볼 의욕이 넘칩니다.

 

 다음은 동사의 주가와 영업실적을 로그값으로 나타낸 장기 추이입니다. 로그 값은 천 원에서 2천 원과 2천 원에서 4천 원 사이의 간격을 동일하게 보여줘, 시각적으로 장기 추이를 더 현실적으로 보여줍니다.

 

 우선 2010년경 부터 2014년경까지의 영업이익이 움푹 파여있다는 점과, 해당 기간의 주가 역시 그에 맞춰 지지부진했음이 눈에 띕니다.

 

 당시의 이익률이 낮았던 원인을 조사해 보는것은 매우 중요한데, 최근의 이익률 상승이 시장 상황이 좋아 생긴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동사 사업보고서의 '비용의 성격별 분류'에서 찾은 매출, 원재료비, 급여, 감가상각비, 영업이익의 추이입니다.

 

 매출/원재료비/급여가 비슷한 추이인 것을 볼수있는데, 이는 제품을 더 많이 만들려면 재료비와 인건비도 그에 따라 상승하게 되므로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한편, 영업이익과 감가상각비의 추이가 역의 관계인데서 해당 기간의 이익률 감소의 원인은 감가상각비였음이 명확해졌습니다. (감가상각비라는 말은 기업이 공장을 새로 짓거나 설비를 도입했을 때 든 돈을 그해의 회계장부에 모두 반영하지 않고, 몇 해에 걸쳐 서서히 반영하는 회계상의 규칙으로, 이렇게 하는 이유는 한꺼번에 모든 비용을 반영할 경우 그 해 그 기업에 무슨 난리가 난 것처럼 보이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실제로, 동사는 2011년에 5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설비투자를 감행했고 (당시 영업이익 규모가 40억 원이 안 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대규모 투자가 맞습니다), 감가상각이 끝난 후 이익이 가파르게 증가한 것을 보면, 이 투자는 바람직한 투자였음이 확실해졌습니다.

 

 매출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미래에도 동사는 이런 대규모 투자를 할 일이 있겠지만, 이제는 이익의 규모도 커져 향후에는 투자비가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감소할 것입니다. 즉, 미래에도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 영향은 2010~2014년만큼 크지 않을 것이므로, 이에 대한 걱정은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다시 앞의 주가/영업실적의 장기 추이로 돌아가, 이익률이 완전히 회복되어 영업이익이 급상승하고 있는 2017년 이후의 주가 추이를 보면 실망을 감출 수 없습니다. 한데, 주가가 이익을 2~3년 정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주식시장에서 흔한 현상으로, 현명한 투자자라면 이를 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도 굳이 이유를 찾자면, 동사가 비교적 소형주라서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에서 소외되어 왔다는 점일 것입니다. 아마도 이익이 지금처럼 계속 증가하여,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후에야 증권사들이 심혈을 기울여 쓴 분석 리포트들이 많이 보일 것입니다.

 

 이제 과거는 모두 해결된 듯 하니, 이 기업의 미래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이 주식을 장기 보유할 이유는 많이 있지만, 우선 영업실적의 안정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동사의 시장인 헤어/스킨케어 시장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재구매가 이루어지고, 고객사들이 로레알, 유니레버, P&G, 니베아, 존슨앤존슨, 헨켈, 시세이도 같은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들인 점을 고려하면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또, 헤어/스킨케어의 기초원료는 일단 최종 제품에 적용되면 성분인증 등의 문제로 바꾸기가 어렵고, 소수의 공급자가 과점하는 틈새시장인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또, 한 가지는 동사의 제품들이 천연성분 소재의 제품들로, 이는 상당한 미래까지 이어질 트렌드에 부합한다는 점입니다. 동사는 유채씨를 원료로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서 제주도에 유채꽃밭을 꽤 가지고 있는데, 이번 코로나사태때 제주도에서 유채꽃밭을 갈아엎는 뉴스를 보고 '저 밭이 내 밭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주식을 보유해야 할 다른 이유도 많이 있지만, 마지막으로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중국인들이 머리를 감기 시작했다는 점 입니다. 머지않아 인도인들도 머리를 감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이런 주식이 제가 생각하는 이 기업의 내재가치의 절반 정도의 가격에 시장에 나와 있습니다. 제가 이 주식을 산 코로나 발 급락장의 시세라면 더 좋았겠지만, 아직도 충분히 싸다고 생각합니다. 동사가 과거 헤어케어 원료 위주의 제품군에서 현재 고급 스킨케어 원료로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는 점과, 대주주가 최근 이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2020년 7월에, 동해에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