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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10년을 보유할 주식 - Accenture plc (NYSE: ACN) (5)

 코로나가 창궐하기 1~2년 전쯤에 블록체인 기술의 대두로 비트코인 광풍이 불었던 일이 기억날지 모르겠습니다. 당시에는 성인 2~3명만 모이면 비트코인 얘기를 하고 있었고, 뉴스나 시사프로에도 돌리면 나올 정도로 화제였는데, 요즘은 시들한 것 같습니다. 또, 코로나 기간 중의 메타버스는 어땠습니까? 싸이월드를 살린다는 등, 온 세상 사람들이 손을 잡고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갈 듯하더니, 이 역시 요즘은 마치 아무도 쳐다보지도 않는 듯합니다. 회사이름을 '메타'로 바꾼 '페이스북'은 괜한 일을 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요즘은 누가 뭐래도 인공지능이 대세인 듯 합니다. 마치 조만간 인공지능의 세상이 올 듯이 신문기사나 TV의 시사나 교양프로에서도 자주 다루는 단골 소재가 되었습니다.

 

 그러면, 이런 신기술들이 세상을 금방 바꾸기라도 할 것 처럼 사람들이 열광하다가 그 열정과 광기가 이내 식어버리는 것은 또 무슨 이유에서 일까요?  바로, 이런 기술들이 쓸만하고 저렴하게 구현되는 데는 그 기술을 구현할 인프라 등의 문제로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5년이 걸릴지 10년 이상이 걸릴지 모르는데, 사람들의 열정과 광기는 길어야 1~2년 이내에 가시적인 진보가 보이지 않으면 식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블록체인이나 메타버스는 쓸모가 없어져서 버려진 것이 아니라 그냥 대중의 열정이 식었을 뿐, 실은 지금도 누군가는 그 기술을 사용하고 발전시키고 있다는 말입니다. 언론들이 다루지 않는것도 사람들의 관심이 떨어진, 돈이 되지 않을 기사보다는 당장 광고가 붙을만한 인공지능을 다루는 편이 낫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뭔가 다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진전이 이루어지면 앞을 다투어 블록체인이나 메타버스 기사를 양산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신기술들은 일반 소비자인 우리들 입장에서는 한동안 언론에 도배되다시피 하고, 증시에서는 그 테마주 열풍이 부는 것 외에는 실제로 체감하기가 어렵지만, 정부나 큰 기업 같은 조직들은 그걸 이용해서 더 적은 인원으로 빠르게 업무를 처리하거나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한마디로 돈이 되기에, 또, 미래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자신들의 업무에 이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IT 컨설팅 분야의 일인자인 제목의 회사는 미래의 성장성이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로 보입니다. 'IT 컨설팅'이라는 말은 'SI(System Integration)'라고 하는 시스템 통합이나 구축의 상위개념으로,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업체들은 이 회사의 경쟁사가 아닌 협력사가 됩니다. 따라서, 미래에 누가 가장 효율적인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나 서버를 개발할지, 혹은 누가 메타버스 생태계를 먼저 장악할지와는 상관없이, 그런 기술들이 발전하기만 하면 이 회사 고객들은 늘어나고 매출은 증가하게 된다는 말이 됩니다.

 

 또, 업종의 특성상 이름 값있는 큰 프로젝트의 수행경험이 많을수록 새로운 프로젝트에 선택될 확률도 높으므로, 미래의 경쟁도 별로 염려스럽지가 않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질 인공지능 서버 같은 것은 고객과 협의하여 '마이크로소프트' 것으로 할지 '아마존' 것으로 할지 결정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얘기한 이 회사 이익의 안정성과 사업의 성장성은 아래에 보이는 실적과 이익률의 지난 15년간 추이에서도 보입니다.

 

G/M: 매출총이익률 / O/M: 영업이익률

 

 2023년의 영업이익률 하락은 아래에 형광펜으로 표시한 '구조조정 비용'의 영향인데, 저는 이런 일회성 요인 보다 장기적인 추이에 초점을 맞춥니다. 장기적인 영업이익률의 추이는 매우 좋아 보입니다.

 

 

 별로 걱정할 것이 없어 보이는 이 종목에도 한 가지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아래에 초록선으로 보이는 순자산이익률의 추이가 계속 아래를 향하고 있어서입니다.

 

ROE: 순자산이익률 / BPS: 주당순자산 / FCS: 주당자유현금흐름

 

 우하향하고 있는 초록선이 걱정스러운 이유는 제가 주당순자산에 최근 5년이나 10년의 순자산이익률 평균값을 열 번 곱해서 주식의 10년 후 가치를 추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순자산이익률이 지난 10년과 같이 앞으로 10년 동안도 계속 떨어진다면 저는 이 주식의 미래가치를 엄청나게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파헤쳐 봐야 할 것이 생겼습니다. '이 종목의 순자산이익률은 도대체 왜 계속 떨어지고 있는지?' 말입니다.

 

 '순자산이익률'은 순이익을 순자산으로 나누어 구하는데, 주당순이익을 주당순자산으로 나누어도 같은 값이 나옵니다. 앞에서 다른 이익률들은 느리지만 서서히 높아지고 있었으므로, 주당순이익 역시 등락은 있었더라도 하락하는 추세는 아니었을 것이 확실합니다. 이제 위의 오른쪽 그래프에서 푸른 선의 기울기를 보면 감이 잡힙니다. 분모인 주당순자산이 분자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나서 순자산이익률이 낮아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면, 순자산 중 어떤 항목이 이렇게 빠르게 늘고 있을지를 알아보기 위해 재무상태표를 보면, 아래와 같이 이 회사는 '영업권'이 순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갚아야 할 빚은 사실상 없기 때문에, 그렇게 보면 순자산의 60% 가까이가 영업권으로 되어 있습니다.

 

 

 영업권은 다른 회사를 인수할 때 준 돈 중에서 그 인수한 회사 장부가치를 넘는 금액을 적어 넣는 항목입니다. 무형자산과의 차이는 무형자산은 매년 상각을 통해 그 금액을 조금씩 지워 없애는 반면, 영업권은 그 가치를 평가해서 가치가 떨어졌다고 판단될 때만 숫자를 지워버리는(손상차손 인식)데, 이 회사의 경우 지난 15년 넘게 손상차손 인식을 한 해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매년 다른 회사들을 인수할 때 쓴 돈 중 상당액이 계속 장부에 쌓여서 자본을 키우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는 아래의 현금흐름표 항목들의 추이를 봐도 같은 결론을 얻게 됩니다. 자본을 늘려줄 요소들인 인수/투자액과 주식발행 금액은 증가하는 자유현금의 추이와 엇비슷하게 늘어나고 있는데, 자본을 줄여줄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액의 증가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떤 기업이 성장을 위해 잦은 인수나 합병을 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데, 스스로의 힘으로는 성장할 수 있는 한계에 다 달았거나 더 이상 성장의 여지가 없어서 경험이 없는 분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가 매년 비슷한 분야의 작은 컨설팅 회사들을 수십 개씩 인수하는 데는 두 가지 목적이 있는 듯합니다. 인재의 확보와 거래처를 그대로 넘겨받는다는 측면입니다. 

 

 '지식을 판다'는 업종의 특성상 인재의 확보야 말로 이 업종의 가장 큰 경쟁력이 될 테고, 그 컨설턴트와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맺어온 고객사의 입장에서도 컨설턴트의 명함에 회사명이 유명한 대기업 이름으로 바뀐 것은 오히려 반길듯한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꾸준히 늘려온 인수/투자액에 걸맞게 매출총이익률이나 영업이익률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으므로, 더 이상 이 회사가 인수나 투자에 쓰는 돈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다시 현금흐름표 항목들 중 붉은 선의 인수/투자액 추이로 돌아가 보면, 2021~2022년의 금액은 장기적인 증가 추이에 비추어 봐도 확실히 좀 많았던 듯합니다. 인수/투자액이 장기 추세선 수준으로 줄어든다면 남아도는 자유현금을 쓰기 위해 이 회사는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을 늘릴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순자산이익률은 높아지거나, 최소한 올해보다 낮아지는 일은 생기기 어려우리라고 생각합니다.

 

2023년 12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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