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가 벌어들이는 이익의 안정성과 사업의 성장성은 이 종목을 다룬 제 글 몇 편에서 이미 여러 번 설명했으므로, 오늘 글에서는 제가 이 종목을 매수한 동기, 그러니까 '오리온이 레고켐바이오 지분 25.7%를 인수하기로 한 것이 단 며칠 만에 주가가 20%나 빠질 만큼 우려할 만한 사항인가?'에 대한 제 생각을 얘기하겠습니다.
사실, 레고켐바이오는 제가 관심을 가질만한 기업이 아닙니다. 항체-약물 결합체(ADC; Antibody Drug Conjugate)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고, 미국 암젠과 1조 6천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 어쩌고 하는데, 여러 번 얘기했듯이 저는 아무리 그럴듯한 걸 만들어도 그 회사의 최근 5년이나 10년의 평균 순자산이익률이 10%를 넘지 않으면 관심을 끊습니다. 레고켐의 경우는 흑자를 낸 해가 거의 없어서, 두 자릿수는 고사하고 아예 순자산이익률을 계산조차 할 수 없습니다. 반면, 자본총계 1,629억 대비 시가총액은 1조 4천억을 넘으니, 그야말로 미래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려진 종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항체-약물 결합체가 요즘 의약업종에서 '핫'한 분야라는 정도는 알고있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고 신약개발이라는 자체가 성공 가능성도 희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레고켐의 지분 25.7%를 산 이 사안이 오리온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볼 때, 레고켐의 지분가치를 '0'이하, 그러니까, 돈만 까먹다가 결국 다른 곳에 다시 팔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가정했습니다. 며칠 만에 주가가 20%나 떨어진 데는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였을 테니, 이렇게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우선, 재무적인 부담인데, 아래의 지분취득 공시를 보면 25.7%의 지분 5,485억원 어치를 전액 현금으로 사겠다고 되어 있습니다.
오리온의 2023년 3분기 재무제표에는 현금성 자산만 대략 1조 3천억원인 반면, 갚아야 할 빚은 1천억 원 정도밖에 없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즉, 당장의 재무적 부담은 전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앞에서 레고켐이 두고 두고 오리온의 돈을 까먹을 것이라고 가정했으니, 당장의 재무적 부담만 없다고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얼마 정도를 까먹을지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단순히 지분율만을 기준으로 할 경우 50%를 넘는 지분을 가진 자회사는 종속기업이 되어, 그 회사의 매출이나 이익 등을 모회사의 그것들에 합해 연결 재무제표를 작성하게 됩니다. 반면, 지분율이 20~50%인 회사는 '관계회사'라고 하여, 그 회사 순이익 중 지분율만큼만 '지분법 이익'에 반영하게 됩니다. 25.7%의 지분율도 그렇고, 두 회사 대표의 인터뷰 내용을 봐도 레고켐은 오리온의 자회사가 아닌 독립된 관계회사가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만약 바이오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제과사업만 하는 오리온이 아닌, 다른 여러 사업을 하고 있고, 이미 중국에 바이오 합작회사도 가지고 있는 '오리온홀딩스'가 레고켐의 지분을 사는 것이 이치에도 맞아 보입니다.
또, 이번 지분인수에 대한 공시내용을 살펴보면, 레고켐의 대주주로 부터 구주 140만 주를 사고,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796만 주를 산다고 되어있는데, 만약 경영권을 확보해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대주주 지분을 더 사거나 유상증자 물량을 더 늘렸을 것 같습니다.
여러 정황산 이 지분인수는 단순 투자목적이 맞는 것으로 보이며, 그렇다면 레고켐의 순이익은 지분율 만큼만 '지분법 이익'에 반영되어 오리온의 순이익을 떨어트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레고켐의 2023년 예상 순손실 613억 중 지분율만큼인 158억의 지분법 손실은 오리온의 2023년 예상 순이익 3,747억이나 2022년의 확정 순이익 3,983억과 비교하면 별로 커 보이지가 않습니다. 제가 대략적으로 추정해 본 순자산이익률에 미칠 영향도 0.5%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신약개발에는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하므로 시간이 지나면서 레고켐의 순손실 규모는 점점 더 커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는 늘어날 오리온의 순이익 규모가 상쇄해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래에 있는 레고켐 대표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이번 오리온 측의 지분인수를 통해 향후 5년간 필요한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했다고 되어있습니다.
5년 정도 후에도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면 오리온은 5천억을 넘게 들여 인수한 지분을 1천억도 못 받고 다시 팔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되더라도 오리온 입장에서 주가가 20%나 빠질 정도까지의 큰 부담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주가는 단기적으로는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늘어나는 실적에 화답하게 됩니다. '실적은 영원한 테마다'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2024년 1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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