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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주식을 어떻게 골라야 하나?

 제 글들 중에서 종목명이 들어간 글을 통해서 제가 주식을 어떻게 고르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만,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글을 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글을 읽어본 후 구체적인 종목의 예에 대해 쓴 글을 읽는다면, 수학교과서에 있는 개념정리를 읽고 나서 예제를 푸는 것과 비슷하게 제가 종목을 고르는 방법에 대해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투자의 대가들이 종목을 고를때 우수한 경영자를 중요시한다고 하지만, 저는 이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우리 같은 개미들이 경영자를 평가할 방법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고작해야 언론 인터뷰나 뉴스에 나오는 행보를 보는 게 다인데, 그게 자신의 생각이나 신념에서 비롯된 것인지, 직원들이 연출한 홍보용 기획인지를 분별하기는 어렵습니다. 자주 만나 얘기를 들으며 그 사람의 성격까지 알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개미들은 물론 기관투자자들 중에서도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경영자의 자질을 파악하는데 정력과 시간을 낭비하기 보다 다음에 얘기할 '이익의 안정성'에 초점을 맞춥니다. 기업은 결국 돈을 벌기 위해 모인 집단이므로, 장기간 안정적으로 이익을 낸 기업의 경영자라면 못 믿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아무리 뛰어난 경영자의 자질을 가지고 있더라도 회사가 돈을 못 벌어서 직원들 월급 주는 것도 힘든 때가 많았다면, 그게 과연 훌륭한 경영자일까요? 따라서, 대주주나 경영진이 지나치게 사익을 편취하고 있는 정황이 재무제표를 통해 읽힌다거나 언젠가는 회사를 말아먹을 희대의 또라이 같은 사람이 경영자가 아니라면, 여기에 시간을 쏟지 않습니다.

 

 워런 버핏의 말 처럼 저 역시 천재가 경영하는 쇄락해가는 업종의 회사보다는 바보가 운영해도 잘 돌아갈 것 같은 회사를 찾습니다. 제가 주식을 고르는 요건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이익의 안정성

 

 그 기업이 버는 이익이 안정적인지를 평가하기 위해 지난 15년간의 매출과 영업이익, 매출총이익률, 영업이익률, 순자산이익률, 유동비율, 부채비율, 주당순자산, 주당자유현금흐름의 추이를 봅니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 보는 지표는 순자산이익률로, 최근 5년이나 10년의 평균 순자산이익률이 10%를 넘지 않는다면 그 회사가 아무리 그럴듯한 걸 만들고 있어도 관심을 끊습니다. 이유는 제가 주당순자산을 그 주식의 원금으로, 순자산이익률은 이자로 보기 때문입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중간 중간 간혹 몇 해씩 하락한 경우가 있더라도 15년 간의 추이는 우상향 하고 있어야 합니다. 매출총이익률과 영업이익률은 등락은 있더라도 장기적인 추이는 유지되거나 높아지고 있어야 합니다. 만약 이들 이익률의 장기적인 추이가 떨어지고 있다면, 그 회사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서 제품값을 낮추어 팔거나, 대체재의 등장으로 수요가 그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합니다.

 

 유동비율은 한배 이상을 유지하는 기업을 선호하지만, 장기적으로 낮은 유동비율을 유지하면서도 불황 때도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면 뭔가 숨겨진 돈이 들어올 구멍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대개 소비재 업종의 종목들이 이에 해당됩니다.

 

 저는 부채비율을 계산할 때 아직 주지 않은 원료대금이나 임금 같은 것들은 제외하고, 원금과 이자를 갚기로 약속하고 빌린, 순수한 빚만 계산합니다. 물론, 어느 한 거래처의 비중이 절대적인데 납품한 대금을 받지 못해 연쇄도산의 위기에 빠지거나, 건설사나 조선소와 같이 착공 후 인도까지 몇 년이 걸려서 그 사이에 불황이 발생하면 자재대금과 인건비는 고사하고 회사의 앞날을 걱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가급적이면 고객이 한두 군데인 회사나, 산업의 주기가 10년을 넘는 업종은 투자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대신, 저는 15년간의 부채비율 추이를 순자산이익률 추이와 비교해 봅니다. 만약 부채비율을 높여야만 순자산이익률도 높아지는 회사라면, 마진이 거의 없는 제품을 엄청나게 많이 팔아야만 하거나, 자체적인 성장에 한계가 있어서 잦은 인수나 합병을 위해 자주 많은 돈을 빌리고 있지는 않은지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이 모든 항목들을 통과했더라도 주당자유현금흐름이 우상향 하고 있거나 앞으로는 우상향 할 것이라는 근거가 없다면, 그 종목은 역시 제외합니다. 순이익은 회계상의 숫자일 뿐이고, 결국 중요한 것은 그 회사가 벌어서 남기는 돈이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는 재무제표 보는 법을 어느 정도 익히고, 중학교 수준 정도의 수학 실력만 있다면 어렵지 않습니다. 정작 어려운 부분은 다음에 얘기할 '사업의 성장성'입니다. 미래에 대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2. 사업의 성장성

 

 만약 딱 한 번만 타임머신을 탈 기회가 생긴다면 저는 10년 후로 가서 가장 주가가 많이 올라있을 한 종목을 확인하고 돌아와서 그 주식만 살 것입니다. 주가가 몇십 배에서 몇백 배는 올라있을 그 종목 말입니다. 그런데, 만약 그 주식을 산 후 7~8년 동안 계속 주가가 지지부진하다면 이런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가만, 내가 뭘 잘못 보고 온 것은 아닌가?'

 

 그만큼 미래를 예측한다는 게 어렵습니다. 따라서, 최소한 10년은 보유할 주식을 고른다는 제 말이 얼토당토않은 말처럼 들리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당장 내일도 모르면서 10년 후 라니요?

 

 그렇지만, 가령 나이키 운동화가 10년 후에 지금보다 더 많이 팔릴지, 아니면 훨씬 적게 팔릴지를 예측하는 게 그렇게나 어렵습니까? 저는 내년이나 내후년에 나이키 운동화가 올해보다 많이 팔릴지는 확신하지 못하지만, 10년쯤 후 라면 훨씬 많이 팔리고 있으리라고 확신합니다.

 

 제가 사업의 성장성을 평가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일시적인 현상이나 유행과 장기적이고 거대한 트렌드를 구분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내년에 유가가 올해보다 높을지 낮을지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입니다만, 10년쯤 후 라면 대부분의 전문가들 견해는 친환경에너지의 확산으로 훨씬 낮은 수준에서 유가가 형성되리라는데 모아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정유사업만 하는 회사에 투자하려는 것은 강물을 거슬러 헤엄치려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내년쯤 유가가 크게 반등해서 정유사 주가도 크게 올라 있을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그렇다면 역시 2차 전지인가?' 라고 생각할 분들이 많을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신산업에서는 앞으로의 경쟁구도가 어떻게 바뀔지를 예측하기가 힘듭니다. LCD 산업을 예로 들면, 초기의 일본회사들에서 한국의 삼성이나 LG, 지금은 중국업체들로 주도권이 바뀌어 왔습니다. 그리고, 제 눈에는 2차전지 산업에서도 지금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2차전지 산업은 확실히 점점 커질 산업인데, 산업의 성장을 손가락만 빨며 지켜보기만 해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2차 전지가 스마트폰이나 데이터 센터, 자동차 등에서 쓰일려면 반도체 같은 부품들이 필요한데, 반도체는 꼭 2차전지 때문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점점 더 많이 필요하게 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반도체 업종은 기술이나 자본적인 진입장벽도 커서 앞으로 한 10년쯤은 중국이 따라 잡기도 힘들어 보입니다. 저는 이렇게 양수겸장의 수 같은 종목을 좋아합니다.

 

 또 한 가지는, 인간의 심리는 유행이나 상황에 영향을 받지만 인간의 본성이나 욕망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최근 중국의 리오프닝에도 불구하고 면세점이나 면세점에서 많이 팔리는 명품회사들의 실적은 안 좋은 반면, 국내 중저가 화장품이나 의류 등은 잘 팔린다는 보도를 접한 기억이 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보도들 대부분은 이유를 중국의 애국소비 열풍이나 K-Pop의 인기 등에서 찾고 있을 것 입니다만, 이는 일시적인 유행과 변하지 않을 인간의 본성을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잘못된 분석입니다. 정확한 이유는 아래에 보이는 미국과 중국, 한국의 부동산 가격지수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인들은 그동안 면세점업계의 큰 손이었습니다. 붉은 선의 중국 부동산 가격지수를 주목해 보기 바랍니다.

 

 부동산은 거의 대부분 사람들에게 전재산입니다. 가령 자신이 6억에 샀던 집이 12억으로 올랐다면 어떨까요? 그중 대부분이 빚이었다고 해도 꽤 큰 부자가 된 기분이 들 것 같습니다. 해외여행도 가고 면세점에 들러 명품백이나 화장품도 살 것 같습니다. 그런데, 12억에 산 집이, 그것도 대부분 빚으로 산 집이 6억으로 떨어진다면 어떨까요? 해외여행이나 명품은 고사하고, 퇴근 후에도 대리운전이나 택배일을 해야 할 상황이 됩니다. 요즘 같은 고금리 시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중국인들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미국이 그렇게 금리를 올렸음에도 소비가 견조하다는 말도 푸른 선의 미국 부동산 가격지수가 거의 떨어지지 않은 것을 보면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장기적인 부동산 가격의 추이는 세나라 모두 우상향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서 시계열을 더 확장해 본다면 그 추이가 좀 더 명확히 보일 것입니다. 그러니까, 언젠가는 중국인들도 다시 해외여행을 하고 면세점 쇼핑을 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돈만 있으면 비싼 차도 사고 해외여행도 하고 싶어 하는 것은 대부분 인간의 욕망입니다. 저는 이런 일시적일 부진에서 기회를 찾습니다.

 

 제 말을 '호텔신라'나 'LG생활건강'같은 종목을 추천하는 것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명확한 근거에서 비롯된 확신이 없는 종목이라면, 주가가 큰 폭으로 더 떨어졌을 때 참지 못하고 팔게 되는 경우가 십중팔구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주제에서 가장 쉬운 방법은 애초에 미래를 예측해 볼 필요가 없는 종목을 고르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미래가 어떻게 되든 크게 변할 게 없는 종목을 고른다는 얘기입니다. 제가 쓴 종목에 대한 글들 중에는 '나이키'나 '에스티 로더'가 이런 종목의 좋은 예가 될 것 같습니다.

 

3. 내재가치의 추정

 

 지금까지 얘기한 요건들에 충분히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한다면 통과되는 종목이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 경우는 열 종목을 분석해도 통과되는 종목이 한 종목도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지금까지 얘기한 이익의 안정성과 사업의 성장성을 모두 갖춘 종목을 발견했다면, 비로소 제 관심종목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하지만, 그 종목을 살지 말지는 다른 얘깁니다. 투자는 결국 미래의 가격을 맞히는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종목이라고 생각해서 샀는데, 주가가 계속 떨어져서 4~5년쯤 후에는 반토막이 나 있다면 이익의 안정성과 사업의 성장성만 믿으며 그 주식을 계속 보유하거나 더 사서 모을 수 있겠습니까? 십중팔구는 필경 이익의 안정성이나 사업의 성장성에도 의심이 들기 시작할 것입니다. 

 

 때문에 저는 주가가 더 이상 빠지기 어려워 보이거나, 빠지더라도 지금의 가격에서 크게 떨어지기는 어려워 보이는 종목만 사는데, 그 기준은 차트분석 같은 그림놀이가 아니라 제가 계산해서 추정하는 내재가치를 지금의 주가와 비교하는 것입니다. 제가 어떻게 주식의 내재가치를 추정하는지는 제가 '내재가치의 계산'이라는 제목으로 쓴 글 두 편에서 충분히 설명했으므로, 여기서 다시 같은 얘기를 길게 반복하지는 않겠습니다.

 

 주식투자는 언제 비바람과 거센 풍랑이 몰아칠지 모를 망망대해를 헤치고 가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튼튼하고 큰 배만 있다면 금은보화를 가득 싣고 돌아올 수 있는 이런 항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이 세운 기준들이 자신의 배를 더 튼튼하고 크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23년 11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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