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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휴온스와 도지코인

 저는 일간차트에는 관심도 없고 잘 들여다보지도 않지만, 오늘 글에는 일간차트가 등장합니다.

 

 제 글들을 통해 몇번 얘기했듯이, 저는 일 년에 두 번씩 보유한 모든 종목들의 시가를 평가하여 안전자산과 해외주식군, 그리고 국내주식군의 비중을 목표비중으로 다시 맞추어주고, 각 주식군 안의 종목들도 동일한 비중으로 맞추어주는 작업을 기계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정기적으로 '비중 재조정'을 하는 이유는 기계적으로 고가매도/저가매수를 실현하기 위함입니다. 매달 일정한 금액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분들이라면 굳이 이렇게 하지 않고, 포트 내의 주가가 떨어지거나 덜 오른 종목들을 추가 매수함으로써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번달은 이 '비중 재조정'을 하는 달이었으므로 지난주 목요일의 시세로 각 종목들의 전체 금액을 계산하여 목표비중을 초과하는 만큼 팔아야 할 수량을 판 후, 해외주식들의 매도대금이 입금된 오늘은 추가로 사야 할 주식들의 매수주문을 실행해야 할 터였습니다.

 

 보통은 이렇게 매도일과 매수일 사이에 며칠의 시차가 있더라도 그 사이 각 종목들의 등락폭이 크지 않아서 별 문제가 되지 않는 편인데, 이번에는 좀 달랐습니다. 매도주문을 낸 다음날인 지난주 금요일에 추가로 더 사야 할 종목들 중 하나였던 휴온스의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루만에 주가가 20% 가까이 올라버려서 월요일에도 비슷하게 주가가 오른다면 이 주식은 더 사지 않아도 될 것이었으므로, 지난 며칠간은 단기 투기꾼들처럼 매일 주가를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경우는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면 이 주식을 더 살 수 있고, 반대로 주가가 오른다면 주가가 오르지 않은 다른 주식을 더 사면되므로, 주가 창을 열 때 두근거리는 흥분감은 거의 없었습니다 만, 어쨌든, 지난 며칠간은 지루하기 짝이 없는 장기투자의 여정에서 좀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월요일에는 폭등 직전의 수준으로 주가가 떨어졌고, 오늘 오전 중에도 큰 변화가 없었기에 오후 1시 5분경에 원하는 수량을 모두 64,200원에 살 수 있었습니다. 담당 PB와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문제로 얘기를 좀 하고, 항상 그렇듯이 오후에 일을 시작하기 전에 차를 끓여서 한두모금 마시고 담배를 한대 피고 자리에 돌아와 보니 매수주문을 냈던 모든 종목들의 체결 문자가 와 있었습니다. (저는 HTS/MTS를 쓰지 않아서, 담당 PB에게 전화로 매수주문을 낸 후 체결이 되면 체결 문자가 옵니다.)

 

 제 국내주식군의 종목들이 거래량이 많지 않은 종목들 위주로 되어 있어서인지, 보통 모든 거래가 체결되는데 최소한 하루나 이틀은 걸리는데, '오늘은 체결이 빨리되네?' 라고만 생각하고 매도와 매수 내역을 엑셀에 정리한 후 현재가를 입력하려고 주가 창을 다시 연 순간, 고개를 앞으로 숙여 휴온스의 주가를 다시 확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30~40분 사이에 주가가 다시 폭등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래의 일간차트에 파란색 화살표로 표시한 시점이 제가 매수했던 부근이고, 붉은색 화살표가 제가 주가를 다시 확인한 시점입니다.

 마치 이 주식을 사려고 기다리고 있던 투기꾼들이 제가 사는것을 보고 따라 산 듯이 절묘하게도 제가 산 시점 직후 주가가 폭등했습니다. 우연이 었겠지만 시장에 투기성 자금이 넘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 순간이었습니다.

 

 지난 금요일 부터 요동치기 시작한 주가의 원인은 동사의 지주회사인 휴온스글로벌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스푸트니크 V 백신의 수탁생산을 위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면서 였는데, 저는 이것이 시장의 투기성에서 비롯된 좀 우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동사의 지주사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의 기업들 중 대규모의 생산시설을 확보한 회사가 없기에 연간 1억명분의 생산을 모두 처리하기는 힘들어 보이고, 동사가 주사제에 강점을 가진 제약사임을 감안하면 동사는 어떤식으로든 생산에 관여를 하게 될 것인데, 이는 분명히 동사의 미래 이익을 늘려줄 요인입니다. 이것이 신약의 개발이 아닌 기술이전에 의한 수탁생산이고, 동사의 매출액 중 수탁생산의 비중도 상당함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또, 이 계약이 러시아, 남미, 동유럽 등에 백신을 공급하기 위한 계약이므로, 국내에 이 백신이 도입될지의 여부는 동사의 미래이익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국내에 도입이 되더라도 다른 백신의 공급을 감안하면 많아야 2천만 명 분 정도가 될 것이고, 이 마저도 연간 1억 명 분이라는 빠듯해 보이는 생산일정을 감안하면, 아마도 1억 명 분 내에서 우선순위를 조정해 공급하는 정도가 될 것인데, 그렇게 생각하면 국내 도입 여부는 동사의 미래 이익과는 큰 관계가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합니다.

 

 즉, 사업의 본질을 보려고 하지 않고 이슈나 테마를 쫓아 주가의 방향성을 맞히려고 하는 투기꾼들이 만들어낸 변동성일 뿐이라는 말입니다. 또, 생각해보면 평소 최소한 하루 이틀은 걸리던 매수체결이 거의 순간적으로 모두 완료된 것도 시장에 이런 매수 대기자금이 아주 많다는 것의 방증입니다.

 

 최근 도지코인의 가격이 급등했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비트코인을 풍자해 장난으로 만들었다는 이 암호화폐 가격의 급등을 보면서, 암호화폐 시장이 얼마나 투기적인지와 역시 지금 시장에는 투기성 자금이 넘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가끔 앞으로 시장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저를 포함해 시장의 방향을 지속적으로 정확히 맞히는 사람은 없으므로, 저는 제 시장예측에 근거해 투자를 하지는 않지만, 솔직히 앞으로 1~2년 이상은 강세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단기 금리차와 환율, 원자재 가격, 또 위에서 예를 든 대기 중인 막대한 투기성 자금을 생각하면 그렇습니다.

 

 투기성 버블의 붕괴를 걱정하는 분들도 간혹 계시는데, 장기투자자라면 시장의 붕괴를 걱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장이 반토막 난다면 원하던 주식을 반값에 살 수 있고, 투기적인 상승장이 지속된다면 즐기면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시장은 항상 투기적이었습니다.

 

 최근 일 년 정도 가파르게 오른 주가지수가 우려스럽다면, 아래의 '네이버 금융'에서 찾은 로그 축의 주가지수 장기추이를 보시기 바랍니다.

 

2021년 4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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