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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10년을 보유할 주식 - 프로텍

 반도체나 전자산업에 쓰이는 장비를 만드는 회사들은 매년 벌어들이는 이익이 소재를 만드는 회사들만큼 안정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소재는 공장을 돌리는 한 지속적으로 필요한 반면, 장비는 한번 사면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까지도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장비업체를 고를 때는 아무리 그 장비가 그럴듯해 보여도 한두 군데의 고객에게서 대부분의 매출이 발생하는 회사는 피하라고 얘기 하고 싶습니다. 특히, 국내의 반도체 장비 제조사들 중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한 곳에서 매출의 대부분이 발생하는 회사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정도의 장비를 저가에 팔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경쟁력 있는 장비라면 삼성이나 하이닉스 외의 해외업체로 가는 수출의 비중도 당연히 높아야 합니다.

 

 프로텍은 반도체나 전자산업의 제조공정에서 쓰이는 디스펜서 장비를 주력으로하는 장비 제조사입니다. 디스펜서가 무엇인지는 아래의 그림을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그림 10]의 초록색 'Epoxy Underfill' 과 [그림 11]의 노란색 'Underfill Epoxy', 그러니까 반도체 패키징 공정에서 Die(다이=칩)와 기판 사이, 그리고 전자산업에서 부품과 인쇄회로 기판 사이에 에폭시 같은 물질을 충전하는 것으로, 이렇게 하는 목적은 열이나 습기, 외부 충격으로부터의 보호도 있지만, 최근에는 전자부품들의 소형화와 한 기판에 다수의 부품을 조밀하게 배치하여 생기는 신호의 간섭이나 전자파를 막기 위한 목적이 더 큽니다.

 

 반도체나 부품들이 갈수록 미세화되고,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부품의 수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으니, 디스펜서의 수요는 앞으로 늘어날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또, 반도체나 스마트폰과 같이 정밀한 전자기기에 사용할 수 있는 디스펜서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미국과 일본의 2~3개 정도 회사와 동사가 유일하다고 하니, 이 주식의 미래가 밝아 보입니다.

 

 그러면, 실적과 주가의 장기추이를 보겠습니다.

 

 

 장비업체의 특성상 실적이 들죽날죽할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2011~16년의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실적과 주가가 저조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이 정도로 오래 실적이 저조했다면, 최근의 호실적은 그냥 시장 상황이 좋아서 생긴 운이 아닌가를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위의 그래프는 전세계 반도체 업계의 투자액을 보여주는 장기 추이로, 해당 기간 동안 동사의 실적이 이 거대한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일전에 동사에 대해서 쓴 글에서 해당 기간의 이익률 하락의 원인을 지급수수료의 증가 때문이라고 했었는데, 지나치게 세부적인 숫자에 집착하다가 큰 흐름을 놓친, 명백한 실수였음을 고백하고자 합니다. 수요가 둔화되어 매출이 둔화되고 그에 따라 자연히 이익이 저조했던, 매우 단순한 이유였던 것입니다.

 

 그러면, 이 기업은 시장 상황에만 의존해야 하는, 즉 자력으로는 성장할 수 없는 기업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선, 해당 기간까지 동사 디스펜서의 수요처가 방진/방열만을 목적으로 하는 반도체 패키징 위주였던데 반해, 지금은 그 외에도 전자파 차폐를 목적으로 디스펜싱을 하는 공정이 늘고 있고, 스마트폰 카메라모듈과 같은 전자기기에서도 적용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 몇 년간 디스펜서 장비 외의 장비를 잇다라 출시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내는 것을 보면, 더욱 확신을 갖게 합니다.

 

 즉, 디스펜싱 시장의 성장성에 여타의 공정용 장비는 덤인 셈으로, 이는 이 주식을 장기 보유하기 좋은 이유입니다.

 

 또 한 가지, 이 주식을 오래 갖고 있기 좋은 이유는 해외 매출의 비중이 높고 (작년에는 66% 였습니다), 고객의 분포가 매우 다양하다는 점입니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장비업체들의 실적은 고객사의 투자집행에 크게 영향을 받기에, 몇몇 고객들의 상황이 안좋아지거나, 앞으로 1~2년간 투자를 전혀 못하더라도 다른 고객들이 이를 상쇄해 줄 수 있다면 그 주식을 오래 보유하는 동안 불안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동사의 주가는 '싸게 잘 샀다'라고 말할 수 있는 가격은 아닙니다 만, 이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믿는 투자자라면 크게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2020년 8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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