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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10년을 보유할 주식 - 이엔에프테크놀로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산업은 누가 보아도 유망해 보이는 산업으로 보입니다. 모든 기기에 점점 더 많은 반도체가 들어가고, 엘리베이터나 냉장고에 까지 디스플레이가 달리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국내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에 편중되어 있고 (메모리 반도체는 설비투자가 핵심 경쟁력으로 무지막지한 과잉투자는 중국이 잘하는 분야라는 사실이 우려됩니다), 디스플레이는 이미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분야의 국내 회사들이 장기투자에 적합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있을 듯합니다.

 

 과거 전자산업이 미국-> 일본-> 대만/한국-> 중국으로 퍼지게 된 경로를 보면, 처음에는 부품과 장비를 모두 수입해서 세트만 조립하는 것으로 시작해, 10~20년 정도 후부터는 중요한 부품을 하나씩 그 나라에서 만들기 시작하고, 또 거기서 10~20년 정도 후부터는 그 부품(반도체나 디스플레이)을 생산할 수 있는 장비와 소재를 만드는 자국 기업이 하나둘씩 생기면서 이 산업이 발전해 왔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앞으로 10년간 메모리와 디스플레이 산업이 중국으로 넘어가더라도 장비나 소재를 중국에도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은 최소한 20년 이상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반도체 공정 중에서 국산화하지 못한 장비나 소재가 많은 것을 보면 이 생각을 확신하게 됩니다.

 

 이엔에프테크놀로지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제조공정에 쓰이는 공정액이나 화학 원료를 만드는 회사로, 신너와 식각액의 매출 비중이 큰 기업입니다.

 

 반도체의 제조공정을 단순화하면, 빛을 쪼여 원하는 회로의 형상을 얻고 (노광공정), 회로 형성에 필요 없는 부분을 깎아내고 (식각공정), 남은 회로 형상에 금속을 쌓아 전기가 흐를 수 있도록 (증착공정) 하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하게 되는데, 이는 디스플레이 공정도 비슷합니다. 즉, 어렸을 때 미술시간에 하던 동판화를 떠올린다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만, 실제로는 복잡한 여러 공정을 반복하며, 각 공정마다 사용하는 공정액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동사의 주식을 오래 보유하기 좋은 이유는, 우선 반도체 회로의 미세화로 인해 각 공정을 반복하는 횟수가 증가하고 있어서 공정액의 사용량이 많아지는 추세이고, 디스플레이의 경우는 면적의 대형화로 역시 공정액이 점점 더 많이 필요하게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핀과 같은 신소재의 도입이 이 추세를 멈출 수 있지 않을까?'를 생각해 보아야 하는데, 제 생각은 나일론과 같이 소비재에 적용되는 신소재는 경제성을 매우 빠르게 획득하여 급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는데 반해, 산업재에 적용되는 신소재의 경우는 경제성의 획득이 쉽지 않고, 기존의 설비와 공정지식을 버려야 한다는 문제가 있어서 확산에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철강의 대체재로 수십 년 전부터 각광을 받았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 아직도 철강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생각해보면 쉽습니다.

 

 즉, 그래핀을 사용하는 공정이 서서히 부분적으로 도입되게 되겠지만, 동사가 적응할 시간은 충분할 것이고, 거기에서도 동사 제품의 수요는 생겨나게 될 것 같습니다.

 

 이 주식을 장기 보유하기 좋은 또 다른 이유는 이 기업의 이익이 대단히 안정적이라는 점입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는 특성상 공장 가동을 멈추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합니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의 가격이 떨어져 채산성이 맞지 않아도, 공장가동을 멈추어 생기는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제품을 계속 찍어내야 합니다. 이는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혹은 중국의 CSOT나 티엔마같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사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동사의 주주들에게는 그렇게 까지 나쁜 소식은 아닙니다. 어쨋든 계속 동사의 공정액이나 소재는 구매되기 때문입니다.

 

 또, 대부분의 국내 장비/소재업체가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혹은 LG디스플레이 중 한두곳에서만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데 반해, 동사의 경우는 세 곳 모두에서 매출이 발생하고 있고, 디스플레이 분야의 중국 대형 고객도 확보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반도체 생산이 늘어난다면, 현지 반도체 고객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불행히도 현재 이 주식의 가격은 안심하고 매수할 수 있는 수준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주식을 주목하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조만간 매수의 기회가 있을 확률이 높아 보여서입니다. 다음의 실적과 주가의 장기 추이를 보며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2013~14년의 영업이익이 살짝 꺼져있는 점과 그에 맞춰 해당 기간의 주가가 부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매출이 꾸준히 증가한데 반해, 주가는 약간씩 하락한 영업이익에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2013~14년의 이익 둔화의 원인은 사업보고서에서 찾은 비용의 성격별 분류의 장기 추이를 보면 명확해집니다.

 

 2011년 합자회사 공장, 2012년 울산연구소, 2013년 중국 공장의 준공으로 급증한 감가상각비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던 것입니다. 또, 2018년 소폭의 영업이익 둔화는 매출의 증가폭보다 컸던 원재료비의 영향인데, 그 영향이 미미했다는 점에서 동사가 원재료비의 영향을 판매 가격에 잘 전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여기서 상각비가 2019년에 급증한 부분을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동사는 2018년에 천안공장을 준공했고, 현재 미국 공장을 짓기 위해 대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동사의 이익률은 향후 1~2년 정도 감소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다고 올해나 내년 중에 동사의 주가가 떨어지리라고 확신하지는 않습니다. 2014년과 2018년은 반도체/디스플레이의 경기가 둔화되었을 때로, 동사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이 업종의 주가가 떨어졌고, 이것이 동사 주가가 당시 실적에 비해 과도하게 떨어진 이유였습니다.

 

 지금은 다시 살아나고 있는 듯 해 보이는 이 산업의 경기가 몇 년 이내에 다시 둔화되기 시작하면 이주식의 가격은 다시 과도한 폭으로 떨어져 매우 매력적인 매수의 기회를 줄 것입니다.

 

2020년 8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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