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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10년을 보유할 종목 - 유나이티드제약

 화학합성약을 만드는 전통제약사들의 주식은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 소외되어 있었습니다. 화려해 보이는 바이오제약사들의 그늘에 가려진 측면도 있었을 테지만, 시장은 때로 불합리하나 대게 합리적으로 미래를 반영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싸다고 덜컥 사는 것은 아무래도 위험부담이 큽니다.

 

 유나이티드제약 역시 최근 5년 정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음을 다음의 장기 추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가와 매출이 지난 15년간 그래도 꾸준히 상승해온 것처럼 보이지만, 2015년의 고점 이후 주가가 지지부진했음과 2012~2013년 경의 영업이익이 움푹 파여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가는 언젠가는 그 기업의 이익에 수렴하게 되므로, 먼저 2012~2013년 경의 영업이익 급락의 원인을 알아보아, 미래에도 반복될 수 있는 원인이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은 동사 사업보고서에서 찾은 2012년 전후로 추적이 가능했던 약가를 정리한 표 입니다.

 

 추적이 가능했던 약이 4종 밖에 되지 않아 좀 부족한 감이 있지만, 2012년에 4종류의 약값이 모두 인하되었고, 2010년 대비 무려 평균 30%가 인하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012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갑자기 사람들이 모두들 건강해진 것은 아님이 분명합니다.

 

 이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당시 국내 제약업계가 복제약을 만드는 회사들 위주였다는 점과 제약업은 정부의 입김이 매우 크게 작용하는 산업임을 알고 있어야 하는데, 이는 조사를 하다 보면 알게 됩니다.

 국내의 약가는 전적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정하는, 자유시장경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체계 안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공산주의 같은 체계 덕분에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의 건강보험 혜택을 입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2012년에 정부는 '일괄 약가인하 조치'를 통해 일제히 약값을 강제로 인하했던 것으로, 이는 앞으로도 일어날 가능성이 대단히 커 보입니다. 건강보험의 재정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감기 같은 증상으로도 쉽게 찾는 병원의 치료비며 약값,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코로나 치료비가 전부 어디서 나오겠습니까? 실제로 2012년 이전에도 정부는 약가인하를 몇 번 단행했고, 제가 정치인이더라도 건강보험료를 올리기보다는 약값을 깎는 쪽을 택할 것 같습니다.

 시장에서는 2015년 이후 건강보험 재정문제를 다시 우려하기 시작했으며, 하여 동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전통제약사 주가가 그간 지지부진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주식을 장기 보유하기 좋은 이유는 동사가 개량신약의 강자이기 때문입니다. 개량신약은 복제약과는 달리 약가산정이나 특허 기간에서 신약에 준하는 대우를 받습니다.

 동사는 2010년에 첫 개량신약을 출시한 이후로 지속적으로 새로운 개량신약을 출시해 왔고, 2012년 이후 이익률을 회복할 수 있었던 데는 이 지속적인 개량신약 비중의 확대가 크게 작용했던 것입니다.

 

 앞으로도 정부의 약가인하 조치가 있을 것은 확실해 보이지만, 지금은 매출의 40% 이상이 개량신약이고 (이익의 비중은 훨씬 큽니다), 앞으로도 증가할 개량신약의 비중을 생각하면 약가인하가 별로 두렵지 않습니다.

 

 또 한 가지 이 주식을 오래 보유하기 좋은 이유는 이 회사의 약들 중 고령자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만성 순환기/소화기/호흡기 질환용 약이 많다는 점입니다. 한국은 고령화 사회에 이미 진입했으며, 65세 이상의 인구가 10년 후에는 지금보다 56%가량 증가하고, 20년 후에는 2배가 될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주식은 인구 고령화의 수혜주가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3천여 제약사가 한 가지 오리지널약에 50여 종의 복제약으로 경쟁하는 국내 제약업계에 구조조정이 임박해 있습니다. 당국에서는 최근에 그동안 복제약을 제조시설별로 허가해 주던 것에서, 판매사의 자체 제조시설별로 허가를 해줄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여러 제약사가 허가받은 제조시설 한 곳에서 외주 생산하여 이름만 다르게 팔리던 많은 약들이 도태되게 될 것이고, 따라서 망하는 회사들도 속출할 것입니다.

 

 '구조조정이 임박한 산업에 왜 투자를 해야 하는가?'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동사는 최근 두 번째 공장까지 지어 가동 중이고 높은 개량신약 비중을 생각하면, 동사의 생존은 확실해 보입니다. 구조조정 후의 생존은 곧 번영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런 주식이 제가 생각하는 내재가치의 절반 정도에 거래되고 있으니, 대단히 좋은 매수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더, 이 주식에 대해 알고 계셔야 할 점이 있습니다. 동사는 현재 2008~2012년에 중국에서 수입한 원료를 유리한 보험약가 적용을 받기 위해 직접 제조한 것으로 허위 신고했다는 혐의로 건보공단의 손해배상 소송에 얽혀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소송에 질 것이 확실해 보이는데, '그러면 이 기업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제 생각은 좀 다른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당국의 제약업 규제가 이런 진흙탕 같은 시장을 만든 측면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가격을 당국에서 정하다 보니, 똑같은 약 한종에 50여 개 사가 경쟁하는 상황에서, 그간 제약업계에서는 자기 약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리베이트나 허위신고 같은 불법과 편법이 관행처럼 만연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면, 고용이나 사회에 기여는 고사하고, 생존을 걱정해야 합니다.

 그래도 정직하게 기술개발 만으로 승부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개량신약 개발에는 신약만큼은 아니라도 꽤 많은 돈과 시간이 드는 점을 생각하면, 만약 진흙탕 싸움에서 정직하게만 승부했다면 이 기업은 지금은 없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입니다.

 

 또 한 가지 제가 이 기업의 과거 혐의에 면죄부를 주기로 한 이유는 이 사안이 횡령이나 배임과 같이 주주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소송에 질 경우 부담할 손해배상액의 규모도 이 회사가 가진 현금의 규모에 비하면 별로 크지 않습니다.

 

2020년 8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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