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남들이 특정 종목에 대해 분석한 글 들을 읽어보면, 대부분 차트나 수급, 그리고 이미 알려진 사실들에 치우쳐 분석한 글들이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주식시장에서는 이렇게 이미 알려진 사실을 바탕으로 돈을 벌기가 매우 힘듭니다. 이미 알려진 사실들만으로 성공적인 투자자가 될 수 있다면, 왜 성공한 개미가 그렇게 드물겠습니까?
비도 많이 오고, 특별히 다른 할 일도 없으므로, 지금 매수하여 10년 이상 보유하기에 좋아 보이는 한 종목을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
금화피에스시는 발전소나 전력설비의 경상정비와 설비 시공을 하는 회사로, 경상정비의 매출 비중이 70~80% 정도로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경상정비라는 말은 발전소나 전력시설의 시운전 정비, 인력이 상주하며 수행하는 유지정비, 정기적으로 설비를 분해/조립하며 수행하는 계획예방정비, 그리고 돌발적인 고장에 대응하는 긴급복구 정비를 모두 포함하는 말입니다.
자회사를 통해 자동차부품 제조도 하고 있는데, 비중이 작고, 장래가 밝아 보이지도 않으므로, 제 분석에서 이는 무시하겠습니다.
아래는 지난 15년 정도의 동사 매출과 영업이익, 주가의 추이입니다.
영업이익이 꾸준히 증가해 왔는데 반해 매출은 2015년 이후 정체상태이고 주가는 5년 가까이 하락해 왔음이 눈에 띕니다. 대게 매출이 장기간 지지부진하면 이익도 그에 맞춰 지지부진해 지거나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이 회사의 경우는 5년이나 영업이익이 우상향 추세입니다.
저는 제 글들을 통해서 여러 번 주가는 장기적으로 그 회사의 이익에 수렴하게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동사의 지난 5년간 주가는 이익보다 매출의 정체를 과도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장기적으로 주가는 결국 그 기업의 이익을 반영한다는 것을 믿는 투자자라면, 이 괴리는 대단히 흥미로운 부분이므로 여기서부터 분석을 시작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다음은 동사 사업보고서상의 부문별 매출을 제가 다시 정리한 후 그린 추이입니다. 빨간색의 발전설비 시공에는 '발전소 건설공사'부문과 '해외공사'부문만 포함시켰습니다. '엔지니어링 제조'부문은 전력설비/부품의 구성/설치/교체/점검 업무로, 제조라기보다는 사실상 경상정비 업무의 일부분으로 보여서입니다.
전체 매출이 정체상태에 빠지기 시작한 2015년 이후에도 경상정비 매출은 다소의 등락이 있긴 하지만 꾸준히 증가해온 반면, 발전설비 시공 매출이 큰 폭으로 하락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즉, 동사의 이익 대부분은 경상정비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동사의 수주잔액, 영업이익 그리고 국내 발전량의 추이입니다.
수주잔액은 매출과 약간의 시차를 두고 비슷하게 움직이는데 반해, 영업이익은 수주잔액과는 무관하게, 증가하는 국내 발전량과 유사한 추이를 보입니다. 이는 동사가 국내 1위 민간정비업체 이기에, 전력 발전설비의 유지/보수라는 시장과 동행해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다음은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서 찾은 국내 발전 형식별 발전설비용량의 추이입니다.
2017년까지 기력(석탄화력)과 복합화력(LNG)의 용량이 증가한 것은 발전소의 건설기간을 감안하면 동사의 발전설비 시공 매출 추이와 얼추 비슷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2017년부터 다른 발전원의 용량이 별로 증가하지 않고 있는데 반해, 신재생만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역시 건설기간을 감안하면 동사 설비시공 매출과 주가가 부진해지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합니다. 동사의 주가가 5년이나 하락한 것은 주식시장에서는 증가하는 신재생 용량에 비해 동사의 신재생 입지가 작다고 생각하고 있는 점일 테니, 이 부분을 생각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해 보입니다.
그런데, 우선 동사의 신재생 발전 분야의 입지가 작지 않습니다. 동사는 제주도 풍력발전의 경상정비를 하고 있고, 세계 최대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인 경기그린에너지의 경상정비도 하고 있습니다. 또, 세계최대 조력발전소인 시화호 조력발전공사를 수행한 이력이 있으며, 태양광 분야도 이미 수년 전부터 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최근 수년간 증가한 신재생에너지원에 맞추어 동사의 설비 시공 매출이 증가하지 못한 것은 그간 국내 신재생 비중의 확대가 태양광에 집중되었으며, 그것도 소규모 영세 태양광 업자들의 난립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입니다.
주변에 농사를 짓는 분이 계시다면 지난 몇 년간 '누가 밭을 태양광 업자에게 비싸게 팔았다'거나, '자신의 땅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할 생각이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국내는 부지확보의 문제가 있으니, 대규모 태양광발전 사업은 어려운 와중에 정부에서 보조금을 준다고 하니, 지난 수년간 이런 영세업자들이 난립하게 되었고, 이에 맞추어 영세 시공/보수업체도 난립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보조금 축소로 파산하는 영세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하니, 이 투기도 막을 내리고 있는 듯합니다.
신재생 발전의 비중이 높은 유럽의 경우를 보면 풍력발전의 비중이 태양광 대비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또, 넓은 사막을 가진 미국도 태양광보다 풍력의 비중이 훨씬 높습니다. 국제 에너지 기구 IEA의 2017년 전망에 의하면 2016년의 전 세계 풍력발전 비중은 9.9% 였는데, 2040년 에는 27.1%로 확대될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태양광의 3.3%('16년) > 6.3%('40년) 보다 훨씬 큰 성장성입니다.
대규모 해상풍력단지의 경우 발전단가가 보조금 없이도 이미 석탄발전보다 싸고, 영국이나 덴마크의 경우 원전보다 싼 프로젝트도 등장했다고 하니, 부지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반면, 삼면이 바다인 한국의 갈 길은 해상풍력으로 보입니다. 마침 최근 정부에서도 대규보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라는 뉴스는 이런 생각을 더욱 확신하게 합니다. 앞으로 조성될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동사는 틀림없이 의미 있는 비중으로 참여하게 될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 이 주식을 장기 보유하기에 좋은 이유는 발전소의 경상정비가 과거 100% 한전 KPS에서 민간기업들로 이관되고 있으며, 그 비중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점입니다. 동사는 민간 1위 기업으로 그 수혜를 가장 많이 입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익률이 높은 성장하는 시장이라면 경쟁의 심화를 걱정해 보아야 합니다.
다행히 현재 몇 안 되는 회사들이 경쟁하고 있고, 모두가 기피하는 하도급 산업의 특성상 대기업들의 참여 유인도 거의 없습니다. 반면, 해당 업종의 인/허가가 필요하고, 업체의 시공/정비실적이 발주의 중요한 요소임을 감안하면, 신규 진입자에게는 진입장벽도 있습니다.
다른 몇 가지 이 주식을 장기 보유하기 좋은 이유가 더 있지만, 마지막으로 얘기하고 싶은 점은 향후 증가할 원전 해체의 수혜를 받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무언가를 가장 잘 해체하는 사람은 그 물건을 조립한 사람입니다. 동사는 원자력발전소의 핵심설비인 원자로와 터빈뿐만 아니라 주변설비를 다수 시공/정비한 국내에 몇 안 되는 (전 세계에서도 몇 안 됩니다) 업체입니다.
이 모든 점과, 전력의 소비가 GDP의 증가와 산업의 고도화와 함께 꾸준히 증가할 것을 고려하면, 제가 생각하는 이 기업의 적정가치의 삼분의 일에도 못 미치는 현재 주가는 이 주식의 아주 좋은 매수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2020년 7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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