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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Carnival Corporation & plc (NYSE: CCL)의 분석

 제가 이전에 '턴어라운드 투자에 대해서'에서 썼듯, 해당 산업이나 전반적인 경기의 침체로 영업실적과 주가가 급락했지만, 경기나 산업의 회복과 함께 주가의 급반등을 노리는 턴어라운드 투자에는 두 가지 위험이 있습니다. 우선, 회사가 턴어라운드를 하지 못하고 파산하는 경우와 업황의 침체가 생각보다 길어져 버티자는 심리가 무너지는 경우입니다.

 아직 못 읽어 봤거나,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면, 이 글을 읽기 전에 '턴어라운드 투자에 대해서'를 먼저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https://kenya005.tistory.com/5?category=906072

 

턴어라운드 투자에 대해서

 제 블로그의 제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꾸준히 성장해 왔고 앞으로도 성장할 것 같은 회사 (피셔의 주식)를 가급적 낮은 가격 (그레이엄의 가격)에 사는, 저로서는 턴어라운드 유형의 기업에 �

kenya005.tistory.com

 카니발(Carnival Corporation, NYSE: CCL)은 크루즈선을 운영하는 다국적 회사로, 여행산업은 이번 코로나 사태로 업황이 악화된 대표적인 업종 중 하나입니다. 한국 개미들도 코로나 사태발 급락장에서 이 주식을 많이들 매수했다고 하니, 이 기업의 회생 가능성을 분석해 보는 것은 흥미 있는 일 일 것 같습니다.

 

 우선, 왜들 그렇게 많이들 매수했는지는 아래의 장기 주가 추이를 보면 이해가 갑니다.

 경기변동 주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주가 흐름으로, 2000년과 2009년의 저점보다 낮은 최근 주가를 감안하면, 굳이 내재가치를 계산해 보지 않더라도 지금의 주가는 확실히 싸 보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조만간 종식되어 주가가 다시 반등한다면, 직전 고점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 3배는 반등할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러면 이제 세부적인 내용을 최근의 분기보고서를 바탕으로 한번 파헤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가장 먼저 경영진의 유동성에 대한 계획이 눈에 띕니다. 유동성이라는 말은 기업이 당장 확보할 수 있는 현금으로, 기업이 파산하는 것은 부채가 많아서가 아니라 당장 빚을 갚을 수 있는 돈이 없어서입니다. 아무리 부채가 많아도 그때그때 도래하는 원금과 이자를 갚을 돈이 충분하다면, 회사는 망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동사의 경우 크루즈선의 운행 중지라는 전례 없는 사태로 경영진들도 당장 가진돈이 버티기에 충분할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음을 친절하게도 밝히고 있습니다.

 

 사실은 가진돈이 충분함에도 경영진들이 보수적이고 겸손하게 얘기하는 것 일수도 있으므로, 좀 더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영어로 된 동사의 사업보고서나 분기보고서를 읽지 못함에도 동사의 주식을 가지고 계시다면, 이쯤에서 도박을 멈추시기 바랍니다. 포커판에서 드러난 상대의 패는 고사하고 자신의 패도 읽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재무상태표입니다. 영어는 읽을 수 있지만, 용어가 익숙하지 않은 경우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공부를 좀 하면 재무제표 읽는 법은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고, 용어는 검색을 해서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당장 가진돈이 1년 내에 갚아야 할 돈보다 적은 것이 눈에 띕니다. 받을 돈(매출채권)과 재고는 코로나 사태로 여행사들의 파산이 속출하고 크루즈 운항 자체를 못하는 현상황에서는 포기해야 합니다.

 노파심에서 말씀드리지만, 유보이익(Retained Earnings)은 기업이 가지고 있는 현금이 아닙니다. 가지고 있는 자산에 이미 녹아있는 항목으로, 이 기업의 경우 대부분을 크루즈 선박의 형태로 가지고 있습니다.

 

 1년 이내에 돈을 갚을 수 있을 만큼 들어올 돈이 있을까를 생각해 보아야 하는데, 2000년/2008년의 경제위기에서는 수요가 줄긴 했어도 크루즈선들은 운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다고 모든 사람들이 예약을 취소하지도 않았기에 여전히 흑자를 내고 지속적으로 돈을 벌고 있었습니다. 다만, 항상 그렇듯이 주식시장에서 약간 줄어든 영업실적과 경기 악화를 과도하게 우려해 주식은 반토막 이하로 하락했던 것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상황이 좀 다릅니다. 미국 정부에서 크루즈 운행 자체를 중단시켜 버린 것입니다. 언제 운행을 재개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가지고 있는 돈으로 버텨야 하는데, 1년은 힘들어 보입니다.

 

 위의 자금계획에 의하면 5월 말 기준으로 76억 불의 현금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역시 119억 불가량의 1년 내 갚아야 할 돈에는 많이 모자랍니다. (88억 불의 선박 구매자금 대출은 잊어버리시기 바랍니다. 가지고 있는 선박도 팔고있는 이 와중에 무슨 선박구매자금 대출입니까?)

 

 연준에서 CP라고 하는 단기채권을 사준다는 말에는 큰 희망을 갖지 마시기 바랍니다. 연준에서 CP를 사주는 목적은 이번 사태로 CP시장이 붕괴해 더 큰 경제적 파국이 생기는 것을 막자는 것으로, 이전에 발행했던 금액보다 많은 CP를 사주지는 않습니다. 동사의 경우 불행히도 주로 장기채권과 은행 대출로 대부분의 자금을 조달해 왔음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면, 이 기업은 결국 1년 내에 파산하게 될 운명일까요? 다행히 그렇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 회사에는 비장의 무기인 크루즈 선박이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보고서에도 283억 불에 이르는 순자산을 담보로 11.5% 금리의 회사채를 발행해 40억 불을 조달했다는 내용이 있고, 최근에도 가지고 있던 선박의 일부를 팔아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이 시국에 누가 크루즈선을 사주고, 담보로 인정해 주겠는가?'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은행들이 그렇게 합니다. 동사에게서 크루즈선을 사서 다시 동사에게 리스를 해주거나, 담보비율을 아주 낮게 인정해 주고 높은 이자를 받는 것입니다. 은행은 날씨가 맑을 때 우산을 빌려주고, 비가 오면 우산을 다시 내놓으라고 하는 존재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트럼프 같은 정치인들이 '이 사태로 파산하는 기업은 없게 하겠다'라고 한 말은 믿지 마시기 바랍니다. 허츠나 체사피크는 왜 파산했겠습니까?

 

 순자산 283억 불을 은행들이 얼마나 쳐줄지는 모르겠지만, 유동부채 119억 불을 감안하면, 1년 반 정도는 버틸수 있을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코로나가 1년반 이내에는 잡힐것 같으니 이 주식을 들고 1년반 정도만 버티면 제가 얘기한 3배의 수익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제 생각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때까지 회사가 생존해 과거의 매출을 회복하더라도 늘어난 이자비용과 리스료로 인해 이익이 과거 수준을 회복하기에는 대부분의 동사 주식 보유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긴 기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일단 매출이 회복되면 주가는 반등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낮아질 이익률을 감안하면, 잘해야 본전 회복이나 그 보다 조금 높은 수준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 마저도 이 기업이 살아남았을 때의 일입니다.

 

 이쯤이면 과거 주가 흐름만 보고 2002년이나 2009년처럼 주가가 이번에도 반등하길 기대하며 동사의 주식을 산 것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를 깨닫게 되셨을 것입니다.

 

 물론 분기보고서만 읽어보고 분석한 제 생각이 틀릴 수 있습니다. (사업보고서를 읽어 보려고 했는데, 의욕이 생기지 않아 도저히 읽히지가 않습니다.) 또, 코로나 사태가 다음 달쯤 종식되어 이 주식이 큰 폭으로 반등할 수도 있습니다. 

 사업보고서, 분기보고서, 코로나 사태의 추이와 백신/치료제의 개발 현황, 크루즈 업황, 유가의 영향, 연준과 미국 정부의 기업 구제 방안 등을 모두 검토해 보신 후 그래도 이 기업에 확신이 선다면 보유를 말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 마저도 본인의 확신이 틀릴 수도 있기에, 기업이 파산하더라도 자신의 전체 포트에 큰 영향이 없도록 일부 비중만 보유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주식시장에는 과거 이 기업이 2000년과 2008년에 겪었던 시장의 과도한 우려로, 혹은 영업실적에 큰 타격을 받았지만 1~2년 정도 충분히 버틸 수 있는 돈을 가지고 있음에도 아직 주가가 반토막인 기업들이 꽤 있습니다.

 

2020년 7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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