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특정 산업이나 업종이 유망해 보여 그 업종의 유망한 주식을 찾는 하향식 투자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어떤 업종이 나에게 유망해 보인다면, 남들에게도 유망해 보일 것이고, 해서 그 업종의 종목들은 대게 고평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제가 유망해 보이는 업종으로 주목하고 있는 분야가 있는데, 바로 반도체 분야 입니다.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 5G, 스마트 팩토리, 자율주행차 등은 확실히 유망한 미래의 산업입니다. 그런데, 이런 신산업은 변화가 워낙 빨라서 미래의 패권을 어떤 기업이 쥐게 될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금은 구글이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지만, 항상 그래 왔듯이 미래의 패권자들은 지금 실리콘밸리의 차고에서 열심히 연구와 개발을 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분야에서 누가 미래의 패권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분야의 성장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게 될 회사들은 반도체 분야의 회사들이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반도체가 없다면 이 분야의 기술은 구현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최근 몇 백 년간의 인류의 가장 큰 기술적 진보는 내연기관의 발명으로 촉발된 산업혁명과 전기의 발견이었습니다.
의류는 화학산업의 발전으로 소재가 약간 변했을 뿐, 최근 수십 년간 큰 변화가 없습니다. 다만, 유행이 바뀔 뿐입니다. (20대 때 입던 오버사이즈 티셔츠가 다시 유행하고 있어서, 옷장에 처박아 두었던 티를 다시 꺼내 입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도 과거 수백 년, 아니 수천 년 전과 비교했을때, 크게 변한 부분이 없습니다. 의자에 앉거나 방석을 깔고 앉는것도 수천년 전부터 해왔었고, 식탁이나 밥상에서 밥을 먹는것도 수천년 전부터 해왔던 방식입니다. 변기는 그에 비하면 진보가 빨랐던 분야인것 처럼 보이지만, 최근에 발굴한 신라시대 유적에서는 이미 그때 수세식 화장실이 있었다고 합니다.
수천년 전의 사람들과 오늘날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비교해 보면, 가장 크게 바뀐 분야는 이동수단과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컴퓨터,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 분야입니다. 그런데, 이동수단에 쓰이는 내연기관은 최근 환경문제 이슈로 석탄이나 석유에서 전기로 바뀌고 있는 추세입니다. 코로나의 창궐도 생각해보면 인류의 환경파괴로 박쥐나 천산갑 같은 동물들의 서식환경 파괴가 원인이었으니, 다시 인류가 환경파괴의 원인이 되는 화석연료의 사회로 돌아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전기는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친환경에너지를 통해서도 충분히 얻을 수 있습니다. 발전단가가 비싸다고 우려들을 하지만, 영국에서는 원전보다 싼 해상풍력 프로젝트도 등장했습니다. 결국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반도체 산업은 모든 산업재가 그렇듯이 주기가 있는 산업입니다. 그런데, 산업주기가 2~3년 정도로 짧은 편이고 이마저도 최근에는 더 짧아지는 추세입니다. 산업의 주기가 있다는 말은 주식시장에서 고평가와 저평가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로, 이 산업의 주기를 잘 이해한다면, 매수의 기회를 포착하기가 용이하다는 말도 됩니다.
또 한 가지, 반도체가 투자에 좋은 산업인 이유는 전자기기는 대게 수명이 다하거나 고장이 나서 버려지기보다, 새로운 기기로 교체하기 위해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이는 전자기기나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들에게는 좋은 일입니다.)
이 모든 점을 고려하면, 반도체의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반도체 기업의 미래가 밝아 보인다는 말은 아닙니다. 수요가 증가할, 미래가 밝아 보이는 산업은 항상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이전 글 '삼성전자와 삼성 바이오로직스'에서 얘기했듯, 저는 CPU나 GPU, 혹은 메모리 같은 디지털 반도체를 하는 회사들보다 아날로그반도체 혹은 반도체 공정의 소재나 장비를 하는 기업들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반도체의 수위권 기업들은 수시로 변해온 반면, 아날로그반도체의 수위권 기업들은 수십 년간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날로그 반도체라고 하면, 예전의 카세트테이프나 LP 같은 것을 떠올리며, '한물간 기술이 아닌가?'라고 생각하실 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날로그반도체는 빛이나 소리, 압력, 전파, 전압, 파동과 같은 자연계의 현상을 디지털 신호로 바꿔 주거나, 반대로 디지털 신호를 자연계의 현상으로 다시 바꿔주는 역할을 합니다. 여러분들이 쓰는 모든 전자기기에는 아날로그반도체가 반드시 들어갑니다. 최소한 220V 전압으로 휴대폰을 충전하려면 5V로 바꾸어 주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텍사스인스트루먼츠나 아날로그디바이시스 같은 아날로그 반도체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은 말리고 싶습니다. 미국 시장, 특히 IT기업의 주식들은 몇 년 전부터 상당히 고평가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장래가 유망한 우량기업이더라도 내재가치를 훨씬 초과하는 비싼 가격에 주식을 샀을 경우에 벌어질 수 있는 참상은 다음의 텍사스인스트루먼츠 주가의 장기 추이가 잘 설명해 주는 것 같습니다.
2000년의 고점 부근에서 이 주식을 샀을 경우, 원금을 회복하는데만 15년 이상이 걸렸을 것입니다.
주식의 투자과정에는 좋은 종목의 발굴과 그 주식이 자신이 보수적으로 계산한 가격에 근접할 때까지 인내하며 기다리는 시간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지금 당장 주식을 사기 위해 종목을 찾는 것은 제 경험상 좋은 투자가 되기 힘들었습니다.
아직 코로나 사태는 진행 중입니다. 언제 이 사상초유의 사태가 끝날지 모르겠지만, 2차 창궐을 시장에서 우려하기 시작한다면, 지금 미치도록 가지고 싶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사지 못하고 있는 반도체 관련 기업의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수년 안에 이런 주식을 살 수 없더라도 괜찮습니다. 최소한 인생에 한두 번은 이런 주식을 살 기회가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워런 버핏이 말했듯, 인생에 20번의 투자기회만 있다면, 투자에 엄청나게 신중해질 것이고, 그러면 자신의 투자 여정은 필경 성공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2020년 7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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