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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10년을 지켜볼 주식 - LVMH Moet Hennessy Louis Vuitton SE (파리: LVMH)

 긴 이름을 가진 이 회사는 루이 뷔통과 크리스찬 디올, 겔랑, 베네핏, 불가리, 티파니, 돔 페리뇽, 헤네시, DFS, 세포라 등 70개 이상의 명품 브랜드를 가지고 명품을 만들어 파는 회사입니다.

 

 대부분의 상남자들 처럼 저 역시 남자들이 잘 알아보지도 못하는 명품백에 여자들이 왜 그렇게 열광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국밥이나 담배가게 정도를 빼고는 소매 장사는 여자들을 상대로 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젊은 시절부터의 생각이었으니, 특히 여자들이 열광하는 브랜드를 아주 많이 가지고 있는 이 회사의 주식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주식을 오래 보유하기 좋은 이유는 많이 있지만, 우선 명품업계는 진입장벽이 철옹성처럼 튼튼하다는 점 입니다. 품질이나 디자인만 좋다고 사람들에게 명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뛰어난 품질이나 유행에 잘 들어맞는 디자인으로 한때 반짝하다가 사라지는 브랜드는 수없이 많지만, 명품의 반열에 오르려면 수십에서 수백 년 간의 평판과 명성이 필요합니다. 동사의 간판 브랜드인 루이 뷔통은 1854년에 시작되었고, 그 밖에도 수십 개의 브랜드들이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동사는 루이 뷔통이 다른 여러 브랜드를 하나씩 인수하면서 지금의 거대 기업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점인 수요와 공급에 대한 걱정이 없습니다. 명품의 수요는 인간의 허영이 사라지지 않는한 계속 있을 것이고, 공급은 명품의 특성상 공급이 많은 흔한 제품은 더 이상 명품이 아닌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동사와 같은 유럽의 명품업체들이 재고를 태워 없애는 것은 스스로 브랜드의 위상을 지키기 위함입니다. 반면, 랄프 로렌같은 미국 업체들은 재고를 상설할인매장 등에 유통시킴으로써 당장의 수익성을 추구하지만, 바로 이런 점으로 브랜드가 명품의 반열에는 오르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제 생각대로 이 매우 안정적인 수요와 공급이 주가나 실적에도 잘 반영이 되었는지를 과거 15년 정도의 추이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G/M: 매출총이익률, O/M: 영업이익률

 이익률은 마치 직선을 그으려고 했는데, 손이 약간씩 떨린 정도로 직선에 가깝습니다. 실적 역시 우상향하는 직선을 그으려고 했는데, 2008년의 금융위기와 2020년의 코로나 창궐에서 딸꾹질을 한 정도입니다.

 

 그런데, 2008년에는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약간 둔화된 실적에 과도한 하락으로 반응했던 주가가 이번 코로나 창궐에는 훨씬 큰 폭의 실적 하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띕니다.

 

 왜, 금융위기때는 폭락했던 주가가 이번 코로나 창궐에는 오히려 상승한 것일까요? 지금이야 백신이 도입되었지만, 창궐 초기에는 아무 약도 없어서 집합 금지나 매장 폐쇄가 일상적이었음을 생각하면, 이 주식의 주가는 오히려 금융위기 때 보다 코로나 창궐 초기에 더 큰 폭으로 떨어졌어야 합리적인 것처럼 생각됩니다.

 

 그 답은 '학습효과'라는 주식시장에서 흔히 쓰이는 용어에서 찾을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식투자라는 행위는 미래에 대한 부분인데, 우리 모두는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에 비상상황에서 시장은 '과거 비슷한 상황일 때 이 주식은 어땠었나?'를 돌아봅니다. 금융위기라는 과거의 비상상황을 돌아보았을 때 부자들이 경제가 어렵다고 명품을 사지 않은 것도 아니고, 오히려 중국의 신흥부유층 증가로 한 두해 후 부터는 실적이 급증했음을 알고, 시장은 비슷한 시나리오를 이번 코로나 창궐에도 주가에 이미 반영해 버린 것입니다.

 

 주식투자에서 큰 수익을 얻는 경우는 이런 시장의 판단이 틀린 경우, 즉, 이 주식의 2009년 경과 같이 시장의 과도한 우려나 시장으로부터의 소외로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을 때가 많은데, 그런 경우가 흔치는 않습니다. 시장의 평가는 대부분 옳기 때문입니다. 

 

 '명품만큼이나 비싼 지금의 주가를 제외하고, 이 주식의 결점이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는데, 산업혁명 이후 보편화된 서구식 생활양식이 다시 동양식으로 바뀌는 정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될 수도 있겠지만, 산업혁명 이전까지 서양 문화권의 사회는 동양 문명에 대해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고깃덩어리를 사냥도구로 썰어먹는다거나 신던 신도 벗지 않고 집안을 돌아다니던 야만적이고 미개했던 그들에게 당시 동양의 세련된 문화는 집권층이나 부유층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실크로드나 희망봉을 거치는 항로,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 등은 동양의 비단이나 자기, 수공예품, 향신료 등을 수입하고자 하는 욕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목숨을 건 노력으로 만들어낸 무역로들이었던 것 이었습니다.

 

 실제로, 오늘날 유럽의 많은 명품 제조사들은 설립 초기에는 동양의 수공예품을 모방하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이는 아래의 고려시대 함 들을 보면 명확해집니다.

 루이 뷔통은 초기에 일본 수공예품을 모방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런 '고려함'들이 조선 후기에서 일제시대 때 대부분 일본으로 반출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제가 보기에 루이 뷔통이 카피한 것은 '고려함'이었습니다.

 

 그러면,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서구식의 생활양식이 빠르게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 동양의 그것에 자리를 내어줄 날도 오지 않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동사와 같은 기업들이 만드는 제품은 주로 생활양식인 복식에 관련된 것들이니 새로운 동양의 명품 제조사들에게 하나 둘 자리를 내어줄 날도 오지 않을까요? 

 

 생각이 너무 멀리 간 것 같습니다. 생활양식이나 복식과 같은 문화의 변화는 대게 한세대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에 지금 걱정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투자가 매력적인 이유는 자신의 세계관이나 생각이 옳은지 그른지가 길어야 5년에서 10년 이내에 주가나 금액이라는 숫자로 명확히 드러난다는 점입니다. 이는 철학이나 사상, 예술, 문화와 같은 분야의 올고 그름이 명확치가 않고, 그 마저 어느 정도 평가를 하려면 최소한 한 세대 정도가 지나야 된다는 점과 대비됩니다. 위대한 사상가나 예술가들 중 생전에는 인정을 받지 못해 비참한 말로를 맞이한 이들이 많은데, 다행히 투자자는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2021년 4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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